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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터널 인근 교통사고 낸 미국 외교관, 음주측정 거부…외교관 면책특권의 현실

서울 남산터널 인근에서 미국 대사관 소속 외교관이 교통사고를 낸 후 경찰의 음주측정 요구를 거부했습니다. 국제협약에 따른 외교관 면책특권의 문제점이 다시 도마에 올랐습니다.

류류상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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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책특권으로 음주측정까지 거부한 외교관

어제 오후 3시 50분쯤 서울 남산터널 진입로 인근에서 미국 대사관 소속 외교관이 탄 SUV가 골목길을 빠져나오던 중 직진하던 다른 차량과 부딪히는 사고가 났습니다. 흔하다면 흔한 교통사고지만, 이 사건은 국제외교의 복잡한 현실을 드러냈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운전자들이 술을 마셨는지를 확인하려 했지만, SUV 운전자가 자신은 외교관이라며 협조를 거부해 음주측정을 하지 못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자가 외교관임을 확인했고, 면책 특권을 고려해 강제로 음주 측정을 시도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비엔나협약이 보호하는 면책특권

외교관이 국내법을 피할 수 있는 근거는 국제협약에 있습니다. '빈 협약'의 면책특권 대상인 외교관은 주재국에서 범죄를 저질러도 체포·구금 등 강제 조치나 형사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1961년 체결된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에 따르면 외교관은 어떠한 형태의 체포나 구금도 당하지 않으며, 경찰의 음주 측정은 신체에 형사상 강제력을 행사하는 행위에 해당해, 운전자의 외교관 신분이 확인될 경우 강제로 진행할 수 없습니다.

이 제도는 외교관의 신분상 독립성과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국민의 안전과 법치주의가 충돌하는 지점을 만들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사건들, 제도의 한계 노출

이 같은 사건이 처음은 아닙니다. 주한 대사관 소속 외교관과 직원들이 범죄 혐의에 연루되고도 경찰 수사를 받지 않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으며, 국제 협약에 따라 외교관 등 공관 구성원에게 주재국의 형사 관할권을 면제하는 '면책특권'이 부여되기 때문입니다.

범죄 혐의가 명백한 사안에까지 면책특권이 적용되는 것은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음주운전은 단순한 행정 위반을 넘어 타인의 생명과 신체를 위협하는 행위인만큼, 외교관이라는 지위가 이를 무조건 면제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국제협약과 국내법의 균형 모색 필요

경찰의 입장도 어렵습니다. 국제협약을 존중해야 하면서도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전에 다룬 음주운전 적발 사례들처럼, 한국 사회에서 음주운전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추세에 비춰보면, 현재의 면책특권 운용 방식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해 보입니다.

외교관 신분의 보호는 국제관계의 기본이지만, 그것이 타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까지 포괄해야 하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국제협약의 정신을 존중하면서도 공공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 현재의 과제입니다.

기자: 류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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