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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우리 직업을 편하게 해줄까? 의사와 개발자가 겪는 '숙련 저하'의 현실

AI 도구 사용이 오히려 전문직의 실력을 떨어뜨리는 '디스킬링' 현상이 의료와 개발 현장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편의와 능력 사이의 역설을 어떻게 극복할까요?

박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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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일을 대신하면 내 실력은 퇴보한다

당신이 매일 쓰는 그 편리한 도구가 사실 당신의 능력을 갉아먹고 있을 수도 있다는 불편한 진실. 요즘 의료 현장과 개발 업계에서 이런 역설이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의사도 AI 도구에 기대다 보니 진단 능력이 줄었다

최근 연구들이 지적하는 문제가 흥미롭습니다. 대장의 용종이나 비정상 세포를 감지하기 위해 도입한 AI 도구를 3개월 동안 사용한 결과 의사들의 진단 능력이 저하됐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수치를 보면 더 심각합니다. AI를 도입하기 전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의사들의 용종 탐지율은 평균 28.4%였으나, AI 보조 도구를 3개월 동안 사용하다가 다시 스스로 판단했을 때는 22.4%로 감소했습니다. 이는 AI 도입 전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20%, 절대적으로는 6% 감소한 수치입니다.

필자는 이 결과를 보며 씁쓸함을 느낍니다. 의사들이 기대던 '보조 도구'가 어느덧 의존의 함정이 되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AI 도구는 의사가 더 빠르게 종양을 발견하거나 진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줬지만, 의사 '스스로' 종양을 발견하는 능력은 떨어지는 '숙련 저하(deskilling)'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개발자는 AI에게 코드를 맡기다 문제 해결 능력을 잃어간다

개발 분야도 다르지 않습니다. AI 코딩 보조 도구를 사용한 개발자들이 단기간에는 생산성이 높았지만, 코드에 대한 이해도는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제는 더 구체적입니다. 디버깅 문제에서 AI를 사용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 간 격차가 가장 컸으며, AI에 코딩을 맡길 경우 개발자가 스스로 시스템의 논리를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놓친다는 의미입니다.

흥미롭게도 이 문제의 핵심은 사용 방식에 있습니다. AI에게 코드 작성을 완전히 위임하거나, 고민 없이 AI가 준 코드를 그대로 복사해 붙여넣는 경우, 작업 속도는 가장 빨랐으나 테스트 점수는 40% 미만으로 가장 낮았습니다.

'사고의 외주화'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AI에게 구현을 맡기면 개발자는 직접 코드를 고민하고 작성하는 과정을 건너뛰게 되고, 이런 사소하지만 반복적인 판단들이 사실은 코드 패턴을 체화하는 핵심 과정인데, AI가 그 과정을 대신하는 순간 뇌에 걸리는 인지적 부하가 급격히 줄어듭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문직의 본질과 직결된 이슈입니다. 필자는 생각합니다. 도구가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도구를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는 점 말입니다.

AI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따라 학습 결과가 크게 달랐기 때문입니다. 의사라면 AI 결과를 맹목적으로 따르기보다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훈련이 필요하고, 개발자라면 AI의 제안을 받은 후 그것을 이해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AI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AI를 어떻게 현명하게 사용할지에 대한 성숙한 태도입니다. 편의의 함정에 빠져 기본 능력을 잃는 것은 그 누구도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로봇이 용접하고 AI가 설비를 진단한다…K-제조업, M.AX 시대로 진입처럼, 기술과 인간이 함께 성장하는 방식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박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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