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 '버킷리스트'의 역사
중세 교수형의 어두운 유래를 가진 버킷리스트가 어떻게 현대인의 인생 설계 트렌드가 되었을까? 죽음이라는 주제를 통해 우리가 정말 원하는 삶을 찾는 여정을 추적한다.
지금 유행하는 이것 - 버킷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
요즘 SNS를 보면 누군가의 '2026년 버킷리스트' 포스트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여행, 자격증, 새로운 경험, 인간관계 개선… 사람마다 다르지만, 그들의 목록은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의 삶을 더 의미 있게 만들고 싶다는 간절함이다.
2026년 트렌드는 '자신'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으며,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고 자연을 가까이하려는 삶의 방식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버킷리스트는 단순한 목표 작성 도구가 아닌, '나는 정말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한 깊은 성찰의 수단이 되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번아웃 증후군이 심각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펴는 것이 바로 '버킷리스트'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 중세의 죽음에서 시작된 이름
버킷리스트의 역사는 생각보다 어둡고 처연하다.
중세 시대에는 교수형을 집행하거나 자살을 할 때 올가미를 목에 두른 뒤 뒤집어 놓은 양동이(bucket)에 올라간 다음 양동이를 걷어참으로써 목을 맸는데, 이로부터 '킥 더 버킷(kick the bucket)'이라는 말이 유래하였다고 전해진다.
죽음의 순간을 뜻하는 영어 속어에서 비롯된 이 표현이 현대에는 역설적으로 '삶의 의지'를 나타내게 된 것이다. 영어권에서 'kick the bucket'은 '죽다'라는 의미의 비격식적 표현으로 오랫동안 사용되어왔다. 하지만 이것이 긍정적인 의미의 '버킷리스트'로 변환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버킷 리스트라는 단어가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영화 제목이 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으며, 2007년에 나온 영화 <버킷 리스트>는 6개월 시한부 삶을 선고 받은 두 사나이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실행해 가는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2007년에 개봉한 미국의 버디 코미디 드라마로, 롭 라이너가 연출과 제작을 맡았으며, 잭 니컬슨과 모건 프리먼이 출연하였다.
영화 속 자동차 정비공 카터(모건 프리먼)는 불치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이 될 것임을 진단받으며, 병상에서 46년 전 대학생 시절 철학 교수가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을 적은 버킷 리스트를 만들라고 했던 일을 떠올린다. 영화는 두 노인이 남은 시간을 어떻게 의미 있게 보낼 것인가라는 인간의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역사가 반복되는 이유 - 죽음의 언어에서 삶의 언어로
가슴이 철렁할 정도로 무거운 유래를 가진 '버킷리스트'가 왜 하필 지금, 이 시대에 다시 주목받고 있을까?
그 답은 현대인의 심리 상태에 있다. 번아웃은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신체적·정신적 피로가 쌓이고 이로 인해 무기력증이나 우울감이 생기는 증후군이며, 사회생활을 이어가는 이들에게 번아웃은 감기와도 같은 흔한 증상이지만 심각한 경우 건강이 망가지고 있으며, 결국 일보다 내 인생을 먼저 돌보는 게 답이라는 데 많은 이들이 공감을 표한다.
앞만 보고 달려온 인생. 경쟁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린 일상. 언제 끝날지 모르는 업무의 악순환. 이런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혹시 나도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못 하는 건 아닐까'라는 절실한 물음을 던지기 시작했다.
흥미롭게도 1985년 코넬 대학교 철학과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버킷리스트를 성실하게 작성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사회적 지위가 높았고 재산은 평균 2.8배 정도 많았으며, 90% 정도가 현재 삶에 만족한다고 했고 이혼 경험 없이 행복한 가정생활을 만끽하고 있었다.
죽음이라는 끝점을 인식할 때, 역설적으로 우리는 '현재'를 더 정확히 본다. 그리고 그 명확한 시선이 더 나은 선택과 결정으로 이어진다. 일에 대한 성취보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사는 게 더 중요하다는 MZ세대의 정서와 바람이 반영돼 슬로 라이프로 돌아서는 이들도 적잖다.
알면 더 재미있는 이야기 - 버킷리스트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
누구나 한 번쯤은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것'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한국 영화계에서도 이 개념은 큰 영감을 주었다. 영화 속 카터 챔버스는 자동차 수리공으로 살아왔고, 어릴 적 꿈은 역사학 교수가 되는 것이었지만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흑인이란 이유로 포기하고 TV쇼를 보면서 위안을 삼으며 살았으며, 에드워드 콜은 자수성가해 전용 비행기까지 갖게 됐지만 세 번의 결혼 실패로 딸에게조차 잊힌 사람 취급을 당하고 있다.
성공과 부의 기준이 다르지만, 두 사람 모두 '정말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것이 바로 버킷리스트가 전 세대, 전 계층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다.
현대 사회에서 버킷리스트는 이제 자기계발과 웰니스 트렌드의 중심에 있다. 2026년 가장 주목받는 여행 트렌드는 '글로우케이션'이며, 이는 단순히 관광지를 둘러보는 여행에서 벗어나 피부 건강과 내면의 활력을 되찾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새로운 형태의 휴가 방식을 의미하고, 맞춤형 뷰티 트리트먼트나 현지 뷰티 문화 체험 등을 통해 신체 컨디션을 회복하는 게 목적이다.
버킷리스트의 실제 사례를 보면 더욱 흥미롭다. 어떤 사람은 '모르는 사람 도와주기', '눈물이 날 때까지 웃어보기' 같은 소박하지만 의미 있는 항목을 적는다. 버킷 리스트를 쓰다가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리스트 의미에 얽매여서 '이걸 이뤘다면 당장 죽어도 상관없다'고 할 정도로 이루기 힘들 것들을 써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며, 그냥 '이루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리스트' 정도로 생각하고 작성하는 것이 좋다.
추천 영화 & 도서:
- 영화 《버킷 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2007) - 잭 니콜슨, 모건 프리먼 주연
- 도서 《버킷리스트》 (강창균, 유영만 저) - 죽기 전에 꼭 이뤄야 할 자신과의 약속
- 책 《라이프 트렌드》 시리즈 - 현대인의 삶과 소비 트렌드를 분석
마치며
중세의 처형대에서 비롯된 '죽음'이라는 단어가 어떻게 '삶'의 찬가로 변했는가. 그것이 바로 버킷리스트의 역사다.
누구나 죽을 때까지 시간이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버킷리스트를 쓰는 순간, 우리는 그 시간이 무한하지 않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깨달음이 오늘을 조금 더 소중하게 만든다.
당신의 버킷리스트는 무엇인가? 그것을 이루기 위해 오늘 당신이 할 수 있는 작은 첫 발걸음은 무엇일까? 그 질문에 답하는 순간, 우리의 삶은 이미 의미 있는 여정으로 변해 있을 것이다.
기자 오창민
loading...
통찰 훈련소
0/7 완료기사를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