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 위의 여왕들: 영화 '엘리자베스'로 보는 영국 여왕의 운명
한국 왕조 사극이 인기인 이유를 영국 왕실의 역사로 살펴봅시다. 영화 '엘리자베스'는 런던탑 투옥에서 벗어나 권력의 정점에 오른 한 여성의 극적인 삶을 그립니다.
왕좌를 향한 적녀의 험난한 여정: 영화 '엘리자베스'
한국에서 조선 왕들 27명이 모두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했다는 뉴스가 화제죠? 왕실 역사에 매료된 우리가 유럽으로 시선을 돌려볼 만한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1998년에 개봉한 영국 영화 '엘리자베스'인데요, 이 영화는 젊은 나이에 왕위에 올라 온갖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위엄있는 여왕의 모습으로 거듭나는 엘리자베스 1세를 훌륭하게 스크린에 묘사했다는 평을 받으며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영화 소개: 왕위 쟁탈의 피비린 역사
1998년 세자르 카푸르 감독의 영화 《엘리자베스》에서 케이트 블란쳇이 엘리자베스 1세 역을 맡아 영국 아카데미 영화상(BAFTA) 여우주연상, 골든 글로브상 영화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 수상과 함께 미국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에 처음으로 후보로 올랐습니다. 런닝타임 121분으로 1554년, 구교도 메리 여왕의 통치하에 있던 잉글랜드를 배경으로 합니다.
메리 여왕은 신교도를 박해했고, 이 와중에 이복 여동생 엘리자베스도 모함을 받습니다. 다행히 살아남아 메리의 사후 왕위를 계승한 엘리자베스는 로버트 더들리 경과 사랑에 빠집니다. 하지만 국고도 바닥났고 제대로 된 군대도 없는 상태에서 외부에선 프랑스와 스페인, 스코틀랜드로부터 끊임없는 침략위협에 시달리고 내부에서는 반대세력인 노포그 공작이 힘을 발휘하며, 이 시기에 엘리자베스는 잉글랜드의 안정을 보장하는 정략결혼을 강요당합니다.
영화 속 실제 역사 이야기: 죽음의 그림자에서 살아나다
영화는 엘리자베스가 얼마나 죽음과 배신에 직면했는지를 강렬하게 보여줍니다. 가장 극적인 장면은 런던탑 감금입니다. 영화에서 노퍽 공작 세력은 왕위가 엘리자베스에게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엘리자베스에게 반역죄를 뒤집어씌워 그녀를 런던탑에 가두고 강도 높은 심문을 행하는데, 개신교도 신하들이 여러 방면으로 손을 쓰고 엘리자베스가 자신의 반역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언니 메리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해 처형의 위기에서 벗어납니다.
영화의 또 다른 핵심 장면은 스코틀랜드 전투입니다. 노퍅 공작 세력은 엘리자베스를 몰락시키기 위해 그녀를 꼬드겨 스코틀랜드를 침공하도록 하고, 가톨릭 세력의 책략에 넘어간 엘리자베스는 이를 승인하고 잉글랜드군은 마리 드 기즈가 지휘하는 스코틀랜드군에게 대패합니다. 이는 영화의 주인공에게 정치의 현실이 얼마나 냉정한지를 깨닫게 하는 장면입니다.
영화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엘리자베스가 아버지 헨리 8세의 초상화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입니다. 이대로라면 자신의 폐위는 시간문제라는 것을 깨달은 엘리자베스는 부왕 헨리 8세의 초상화 앞에 주저앉으며 울부짖고, 이때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평생 책사 프란시스 월싱엄과 만나게 되며, 월싱엄의 조언으로 이성을 되찾은 엘리자베스는 종교 분쟁으로 어지러운 국내 상황부터 수습하기 위해 독자적인 '종교통일령'을 반포할 것을 신하들에게 명합니다.
영화와 실제 역사의 차이점: 몇 가지 깨달음
흥미롭게도, 영화에서 엘리자베스 1세는 종교에 대해 대단히 유연하고도 자유분방한 사고를 가진 것으로 묘사되는데 이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엘리자베스 1세의 통치기 동안 단행된 종교 관련 처형은 결코 적지 않은 수준이었지만, 다만 치세 초기에는 언니와 다르게 상당히 유연한 면모를 보인 것이 사실이며, 영화에서는 이런 점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영화 초반부에 엘리자베스의 총신으로 나오는 윌리엄 세실이 완전 할아버지로 묘사되는데 사실이 아닙니다. 엘리자베스의 대관식 당시(1559년) 윌리엄의 나이는 겨우 37세였습니다. 영화의 각색이 꽤 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죠.
흥미로운 것은 로버트 더들리와의 러브스토리입니다. 로버트 더들리의 아내인 에이미 더들리가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결혼은 이루어질수 없게 되었는데, 에이미가 죽자 궁정에서는 로버트 더들리가 여왕과 결혼하기 위해서 아내를 죽였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으며 만약 여왕이 정말 로버트 더들리와 결혼한다면 이 소문은 확정적이 될 것이며 엘리자베스에게는 정치적으로 치명적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이 영화를 꼭 봐야 하는 이유: 여왕으로서의 선택
이 영화가 한국의 왕실 사극과 다른 점이 무엇일까요? 바로 여성 군주의 고독함을 정면으로 다룬다는 것입니다.
엘리자베스 자신도 세 살 땐 어머니를 잃고 사생아가 되었으며, 피의 메리 시대인 스물두 살 땐 사형수로 런던탑에 갇히는 비운을 겪었고, 스물다섯 살에 왕위에 오른 후에도 남성이 지배하던 사회의 여성 최고 권력자로서 늘 반역의 표적이 되어왔습니다.
영화 속에서 가장 강렬한 메시지는 엘리자베스가 결국 권력과 사랑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많은 남성들이 그녀를 사랑했지만 자신의 절대 권력을 누구와도 나누고 싶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녀 자신도 '나는 유일한 여주인일뿐, 내게 남주인는 필요없다'고 말한 바 있고, 여왕이라는 직책은 그녀에게 '직업'이었으며, 그 직업에 '남자'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한국의 왕실 사극과 '엘리자베스'를 함께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한국의 왕실 드라마들이 권력 다툼과 음모, 인간관계의 복잡성을 그려낸다면, '엘리자베스'는 여기에 여성이라는 정체성의 무게를 더합니다. 런던탑에서 나와 왕좌에 앉기까지의 그 험난한 과정, 그리고 이후 40년을 더 통치하며 그녀의 통치기는 '황금 시대'라고 불린 엘리자베스의 이야기는 단순한 역사가 아니라 한 여성이 자신의 운명과 맞닥뜨리는 과정입니다.
역사를 사랑하는 분이라면, 조선의 왕들과 함께 이 먼 영국의 여왕도 만나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분명 당신의 역사관을 좀 더 넓혀줄 것이라는 확신합니다.
글: 최호선
loading...
통찰 훈련소
0/7 완료기사를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