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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순간, 법정으로 돌아간 정의—85세 나비 필라이의 노벨 평화상 수상

국제법의 수호자 나바네템 나비 필라이가 2026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습니다. 아파르트헤이트 저항부터 전쟁범죄 기소까지, 그가 평생 추구해온 '평화에는 정의가 필요하다'는 신념이 마침내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게 됩니다.

박박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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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세 인권 수호자의 노벨 평화상 수상, 국제법에 정의의 손을 얹다

그때였다. 10월 9일 오슬로에서 울린 발표의 순간, 국제사회는 한 명의 여성에게 눈길을 돌렸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세계적인 국제법학자이자 전 유엔 인권최고대표인 나바네템 '나비' 필라이(85)가 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288명의 후보 중에서 선택된 그녀의 이름이 불려지던 순간, 수십 년에 걸친 한 여성의 외로운 투쟁이 세계의 무대에 올라섰다.

아파르트헤이트 속에서 펼쳐진 첫 저항

필라이의 삶을 이해하려면 남아공의 어두운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 1941년 남아공 더반의 인도계 가정에서 태어난 필라이는 아파르트헤이트 체제 아래에서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며 인종차별 정책에 맞선 활동가들을 변호했으며, 1995년에는 남아공 최초의 흑인 여성 고등법원 판사로 임명됐다. 그의 초기 활동은 거창한 무대가 아니었다. 법정의 한 구석에서, 억압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법의 말을 건네는 것—그것이 필라이의 첫 번째 정의였다.

국제 형사법의 최전선에서

남아공의 흑인 여성 판사가 국제무대로 나아간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다. 르완다국제형사재판소(ICTR) 재판관에 임명돼 1999~2003년 재판소장을 지낸 뒤, 2003~2008년 국제형사재판소(ICC) 항소심 재판관을 지낸 다음 2008~2014년 유엔 인권최고대표를 맡았다. 르완다 대학살, 전쟁범죄, 인류에 대한 범죄—그가 다루어온 사건들은 세계의 상처들이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85세의 나이에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팔레스타인 점령지에 관한 유엔 독립국제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으며, 현재 미얀마 집단학살 혐의 사건을 다루는 국제사법재판소(ICJ)의 특별재판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평화에는 정의가 필요하다

노벨위원회는 "필라이는 탁월한 용기와 청렴성을 바탕으로 보다 포괄적인 국제 법질서를 구축하는 데 앞장서 왔으며, 전쟁범죄와 반인도범죄, 집단학살 범죄가 실제로 기소되고 처벌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노벨위원회가 강조한 표현 하나가 그의 삶을 모두 담아냈다: "평화에는 정의가 필요하다(Peace requires justice)."

노벨위원회는 "세계가 오랜 기간 경험하지 못했던 수준의 전쟁과 분쟁에 직면한 지금 국제법은 더 이상 평화와 안보를 보완하는 수단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가자 전쟁이 계속되는 시대에, 필라이의 수상은 단순한 개인의 영광이 아니었다. 그것은 법의 지배, 국제 정의 체계, 그리고 평화를 위한 책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세계에 상기시키는 메시지였다.

역사가 기다려온 순간

올해 노벨평화상에는 모두 287명의 후보가 추천됐으며, 개인이 208명, 단체가 79곳이었다. 그 가운데 선택된 이는 여성이었고, 그것도 나이 많은 여성이었다. 지난해 베네수엘라 마차도에 이어 2년 연속 여성 수상으로, 역대 21번째 기록을 세웠다.

역사는 이렇게 기록된다. 한 여성이, 남아공의 어두운 체제 속에서 시작한 정의 추구가 85년을 거쳐 국제사회의 최고 영예를 얻기까지. 그리고 그 영예 앞에 선 그는 여전히 침착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에게 노벨상은 끝이 아니라, 계속되는 투쟁의 증명이었기 때문이다. "클라p을 조금 더 해주면 트럼프와 이 상을 나눌 수도 있다"는 그의 농담이 담아낸 것처럼, 필라이는 여전히 법의 정의를 향해 걷고 있다.


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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