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7 min read

젤렌스키의 거듭된 거절이 부른 결과… 트럼프, 푸틴과 480만톤 경유 거래 결정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 중단을 요청했으나 젤렌스키가 이를 무시하자 푸틴과 480만톤의 경유 공급 합의를 발표했다.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의 물가 안정 대책으로 해석되며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박박진희기자
공유

대미 거듭 거절한 젤렌스키, 트럼프의 등을 돌리다

국제 정세는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더 어려운 것은 동맹국의 신뢰를 읽는 일이다. 이번 미-러 경유 거래 뉴스를 보며 느낀 가장 첫 번째 감정이 바로 이것이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이에서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을 우리는 목격한 것 같다.

미국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측에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중단하라고 6차례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몇 달간 러시아 정유시설을 집중적으로 공격해 러시아 내 에너지 위기를 초래한 바 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통화한 뒤 러시아가 미국과 세계 시장에 경유 30만t 이상을 즉시 공급하고 11월에 50만t을, 그 직후엔 100만t을 추가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필자는 이 거래가 단순한 경제 협상이 아니라 외교적 신호라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공격이 미국 내 연료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우선 공격 중단을 요구했다. 11월의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국내 정치의 압박을 받던 트럼프에게는 젤렌스키의 거듭된 거절이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전략 오독, 미국과의 호의를 잃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발전소 공격을 중단하면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멈추겠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 논리적으로는 타당해 보인다. 쌍방 모두 전쟁 수행 능력을 제한하자는 제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당국자는 "젤렌스키가 상황을 잘못 읽고 있다"며 "정유시설 공격을 계속하면서 지난 6개월간 트럼프와 쌓아온 호의적 관계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목이 가장 마음이 아프다. 약한 입장의 동맹국이 강한 국가의 도움에 의존하면서도 그 요청을 거듭 거절했다는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젤렌스키는 미국이라는 보호자의 심리 상태를 읽지 못했고, 그 결과가 러시아와의 경유 거래라는 형태로 나타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공정하지도 정직하지도 않은 거래"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반발만으로는 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릴 수 없다.

트럼프의 실용주의, 선거와 경제를 우선하다

11·3 중간선거를 앞두고 고유가로 악화한 민심을 돌려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와 러시아산 경유 공급으로 전 세계 경유 가격이 빠르게 하락할 것이라며 "미국인들, 특히 우리의 위대한 농부, 목장주, 트럭 기사들을 위한 경유 가격 인하는 나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실은 이것이 트럼프 외교의 본질이다. 규범이나 가치보다는 거래와 결과를 중시한다는 뜻이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러시아산 경유의 판매와 운송, 미국 수입 등을 내년 4월 6일까지 허용하는 임시 일반면허를 발급했으며, 이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시행해 온 에너지 제재를 일부 완화한 조치다.

대동맹의 신뢰가 흔들리는 시대

더 큰 문제는 이것이 미국과 동맹국 사이의 신뢰 구조에 미칠 영향이다. 우크라이나가 느껴야 할 고립감은 어떨까. 한국 같은 다른 동맹국들도 이를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에서 미국의 요청을 거듭 거절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전 세계 동맹국에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번 거래가 옳은 결정이라 할 수 없다고 본다. 하지만 동시에 젤렌스키가 미국의 정치 현실과 트럼프라는 개인의 심리를 더 세밀하게 읽었어야 했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제 관계에서 약한 입장은 더욱 조심스러워야 한다. 원칙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자신을 지켜주는 강한 손을 놓치지 않는 것이 생존 전략이기 때문이다.

기자명: 박진희

이 기사, 더 깊이 생각해보기 →

읽고 나서 통찰 훈련소에서 질문에 답해보세요

loading...

💡

통찰 훈련소

0/7 완료

기사를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

loading...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