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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앞 치솟는 유가에 손 놓은 트럼프, 서명했던 러시아 제재까지 면제하다

11월 중간선거를 3주 앞두고 유가가 110달러에 육박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서명했던 린지 그레이엄 러시아·이란 제재법의 적용을 전격 면제했다. 러시아산 경유 공급 확대로 국내 유류 가격 안정을 꾀하려는 전략이지만, 최측근이었던 고(故)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의 뜻을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박박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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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를 앞두고 기름값에 항복한 트럼프, 러시아 제재까지 손놓다

11월 3일 중간선거를 코앞에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적 결단을 내렸다. 아니, 역사적 "후퇴"라고 해야 할까. 트럼프는 16일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현 시점에 면제 조치를 내리는 게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며 지난달 자신이 서명한 '린지 O. 그레이엄 러시아·이란 제재법'에 담긴 제재와 관세, 규제 적용을 면제한다고 밝혔다.

필자는 이 소식을 보면서 선거의 현실적 무게가 얼마나 큰지 다시금 실감했다. 지난달 자신이 직접 서명했던 법안을, 시행 불과 며칠을 앞두고 면제한다는 것이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그러나 거기에는 일관된 정치논리가 작동했다.

기름값이 정치를 누르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러시아산 경유 공급을 늘려 유류 가격을 낮추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유가가 110달러에 육박하자, 러시아산 경유 공급을 늘려 미국 내 유류 가격을 낮추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유권자들의 주요 관심사는 무엇인가. 경제다. 특히 물가와 에너지 가격이다. 트럼프 진영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얼마나 불안해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좀처럼 잡히지 않는 경유 가격과 중간선거 일정이 거론된다.

선거를 위해 무너지는 외교적 일관성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해당 법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7월 사망한 고(故) 린지 그레이엄 전 연방상원의원의 주도로 입법됐다. 트럼프의 최측근이었던 인물이 국가를 위해 남긴 유산이자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약속이었던 것이다.

필자가 이번 조치에서 불편해하는 부분은, 선거라는 단기적 압박 앞에서 얼마나 쉽게 원칙이 흔들릴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유 가격 안정을 명분으로 지난 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손잡고 러시아산 경유를 미국과 국제시장에 공급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은 바 있다.

선거 승리를 위한 경제 게임

이전에 다룬 표심 잡기 급한 트럼프, 중간선거 전 이란 공격 안 한다고 선언에서도 봤듯이, 트럼프의 중간선거 전략은 경제와 안보 이슈를 철저히 정치화하고 있다. 국내 정치의 필요에 따라 국제 정세를 재단하는 위험한 발상이다.

공개된 행정명령에는 면제 조치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이유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그렇다. "국익"이라는 명분만 남겨둔 채, 실제로는 선거 승리를 위한 정치적 계산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대가 있는 선택

필자가 생각하기에 이런 식의 정책 전환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제나 대가를 치르게 된다. 러시아에 대한 메시지는 뭐가 되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그리고 국제 외교의 신뢰성은?

선거는 중요하다.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제도이니까. 하지만 선거를 위해 원칙을 버리고, 동맹을 외면하고, 국가의 약속을 번복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정치일까. 필자는 이번 트럼프의 결정을 보면서 깊은 고민이 든다.

미국 중간선거 유세전 막을 올리다는 기사에서도 봤듯이, 트럼프가 얼마나 중간선거 승리에 집중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정치인으로서, 국가 지도자로서 지켜야 할 선이 있지 않을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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