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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판을 뒤흔드는 베트남, 인텔도 2조3000억 투자한 까닭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베트남을 후공정 거점으로 주목하고 있습니다. 인텔 베트남 공장의 전략적 가치와 베트남이 반도체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분석했습니다.

김진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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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이 반도체 판을 뒤흔드는 이유

요즘 반도체 산업에서 한 가지 주목할 현상이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투어 베트남으로 몰려가고 있다는 거죠. 삼성, SK하이닉스 같은 한국 기업들뿐 아니라 인텔, 앰코테크놀로지 같은 글로벌 기업들까지 베트남에 거점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과연 무엇이 이들을 베트남으로 끌어당기는 걸까요?

인텔의 베트남 전략

호찌민시 사이공하이테크파크에 있는 인텔 공장은 웨이퍼를 깎아 칩을 만드는 전공정 공장이 아니라 완성된 반도체를 조립하고 패키징한 뒤 성능을 검사하는 후공정 거점입니다. 하지만 그 무게감은 상당합니다. 인텔이 이 공장에 투입한 누적 설비·시설 투자액은 15억달러에 이릅니다.

베트남 공장은 인텔의 전 세계 패키징·테스트 물량의 50% 이상을 담당하고 있으며, 2010년 이후 지난해 1분기까지 누적 수출액은 962억달러를 웃돌고 있습니다. 단순한 저임금 생산기지가 아니라는 뜻이죠.

베트남, 단순 생산기지에서 기술거점으로

흥미로운 점은 베트남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마벨, 르네사스, 마이크로칩, 시놉시스 등은 설계·검증·전자설계자동화(EDA) 영역에서 베트남 내 인력과 연구 거점을 확대하는 중입니다. 과거의 단순 조립 거점에서 기술력이 집약된 거점으로 변신하고 있는 겁니다.

베트남은 값싼 노동력만 앞세우던 생산기지에서 설계, 검증, 테스트, 패키징을 아우르는 공급망 거점으로 올라서는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현지 기업들도 움직임이 빠릅니다. FPT세미컨덕터는 전력관리반도체(PMIC), 사물인터넷(IoT) 칩, 아날로그·디지털 IC 등을 설계하고 외주 생산·후공정 연계를 통해 사업을 넓히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에 주는 시사점

한국 입장에서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베트남의 역할은 첨단 전공정 경쟁보다 후공정, 테스트, 설계 검증, 인력 양성, 공급망 다변화 쪽에 무게가 실립니다. 다시 말해, 베트남은 한국 기업의 경쟁자가 아니라 보완 파트너라는 뜻입니다.

한국 기업들은 국내 첨단 생산거점과 베트남 후공정 거점을 함께 활용하는 방식으로 공급망을 넓힐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베트남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의 변화

인텔의 베트남 투자와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은 반도체 산업이 변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더 이상 선진국만의 산업이 아니라는 뜻이죠. 동시에 중국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공급망 다변화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들은 최적의 생산기지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베트남의 성장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자연스러운 결과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명확한 점은 이겁니다. 베트남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대체지가 아니라 보완지라는 것이죠. 한국은 여전히 첨단 전공정의 강국입니다. 다만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 속에서 어떻게 자리 잡을지는 우리가 지혜롭게 준비해야 할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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