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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빈의 카페 문화,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이 된 이유

300년 역사의 오스트리아 커피 전통과 빈의 카페 문화를 깊이 있게 탐구합니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빈 카페하우스 문화'의 역사, 의미, 그리고 현지인처럼 즐기는 방법까지 모두 담았습니다.

최호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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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노가 아닌, 빈의 커피를 마시다

오스트리아를 여행하는 관광객들은 흔히 카페를 지나칠 때 '스타벅스는 없나?' 이렇게 생각한다고 하죠? 하지만 그 순간이 바로 빈이 여러분을 초대하는 신호랍니다. 오스트리아 여행길에서는 보여도 모른 척 지나가야 합니다. 오스트리아는 300년이 넘는 커피 역사를 자랑하며, 오후 3시부터 5시 사이 삼삼오오 모여 커피를 마시는 '카페 파우제' 문화가 있을 정도로 국민들의 커피 사랑이 대단하기 때문입니다.

왜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커피에 이렇게 진심일까요? 그 이야기는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오스만 제국이 남기고 간 선물

빈의 커피와 카페하우스 문화는 17세기 말 침략한 오스만 제국 군대가 남기고 간 커피콩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잠시, 이게 맞나요? 네, 맞습니다!

전투에서 진 오스만 군대가 서둘러 빈을 떠나갈 때, 전리품처럼 남겨진 커피콩들. 그것이 오늘날 세계 어디서도 찾기 힘든 '빈의 카페 문화'의 시작이었던 거죠. 전쟁의 흔적이 예술로 피어나는 경험, 이것이 오스트리아 여행의 첫 번째 매력입니다.

카페는 단순한 카페가 아니다

도시 곳곳에 오랜 역사를 간직한 카페하우스가 1200여 개 자리하고 있습니다. 커피집의 대리석 탁자와 토네트 의자가 역사주의적 세부 장식과 어울려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빈의 카페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물리적 공간만 봐서는 안 됩니다. 빈의 카페는 단순한 카페가 아니라, 예술가들이 창작 활동을 벌이는 '살롱'이자, 지식인들이 사상을 나누는 '아테네' 같은 공간이었거든요.

도망 중인 반체제 인물들이 안전하게 숨을 수 있는 공간이었던 빈의 지식인 공동체는 아주 작아서, 모든 이들이 서로를 알았으며, 이곳의 카페하우스는 문화적 경계를 뛰어넘어 토론과 대화가 오가는 공간이었습니다. 카페하우스는 가난한 예술가가 예술적 영감을 얻는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카페하우스에 드나들던 대표적 명사로 지그문트 프로이트, 레프 트로츠키, 당시 화가를 꿈꾸던 아돌프 히틀러 등이 있습니다. 심지어 시인 페터 알텐베르크는 우편물 배달 주소를 카페 첸트랄로 해두기도 하였습니다.

흥미롭지 않나요? 우리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때, 거기에는 과거의 문인들이 펼친 지적 활동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셈입니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이 된 순간

2011년에 빈 카페하우스 문화(Wiener Kaffeehauskultur)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영예가 아닙니다. 이는 커피를 마시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문명이고 문화라는 세계적 인정을 받은 것이죠.

빈 카페 문화가 무형문화유산이 된 이유는, 그것이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여유로운 시간을 공유하는 철학'이기 때문입니다.

오스트리아 여행자라면 반드시 방문해야 할 3대 카페

1. 카페 센트럴: 역사의 무게를 마시다

빈의 랜드마크인 슈테판 성당으로부터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카페 센트럴은 1876년부터 긴 역사를 이어온 카페입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레닌 등 당대의 지성들의 단골 카페였다고도 알려진 이 곳은 자허토르테의 사과 버전인 아펠토르테(apfeltorte)가 유명합니다.

시간을 맞추어 간다면 로맨틱한 피아노 연주까지 곁들여 들을 수 있는 곳이니 놓치지 말고 방문해 달콤한 시간을 즐겨보세요.

2. 카페 데멜: 왕실의 입맛을 담다

카페 데멜은 1786년에 설립된 로코코 스타일의 로맨틱한 카페입니다. 오랜 역사 속에서 황실 전용 베이커리로 황실에 디저트를 납품하며 유명해진 카페 데멜입니다. 파리의 샹젤리제처럼 고급스러운 콜렌마르크트 거리에 위치한 이곳은, 그 자체로 하나의 미술관 같은 매력을 자아냅니다.

3. 카페 자허: 초콜릿의 신화

약 200년의 전통을 간직한 고풍스러운 호텔 안에 위치한 카페 자허는, 오스트리아의 대표 디저트인 '자허토르테'의 본고장입니다. 자허토르테는 무거운 초코 시트 사이에 살구잼을 넣고 진한 초콜릿을 입혀 만든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디저트입니다.

빈의 커피를 제대로 마시는 방법

메뉴판을 보면 낯선 이름들

카페하우스에서는 커피에 물 한 잔을 곁들여 냅니다. 터키 커피와 비슷한 진한 블랙 커피가 모카(Mokka)라 불리며, 모카를 베이스로 여러 가지 커피 음료가 만들어졌습니다.

빈을 여행하는 한국인 관광객이 가장 헷갈리는 순간이 바로 카페에서의 메뉴판입니다. '아인슈페너'는 뭔가요? '카이저멜란'은? 비엔나커피는 아메리카노에 휘핑을 올린 커피로, 멜랑슈 가 원래 이름이고 요즘엔 흔히 비엔나커피, 아인슈페너 등으로 더 많이 불리고 있습니다.

처음엔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그것이 바로 빈의 매력입니다. 한잔의 커피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역사와 철학을 담은 예술 작품인 것이죠.

여행자를 위한 에티켓

빈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낼 때, 몇 가지 알아두면 좋은 문화가 있습니다.

  • 호텔 포터가 짐을 옮겨주거나 객실 청소를 해주는 도우미를 위한 팁은 1유로가 적당하며, 레스토랑에서는 음식 가격의 10% 정도를 웨이터에게 직접 주면 됩니다.

  • 식사 중에는 입을 가리고 조용히 대화하는 것이 기본 예의입니다.

  •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은 상당히 여유롭게 나옵니다. 종업원 재촉은 예절에 어긋나므로 천천히 기다리세요.

마지막으로: 빈의 카페 문화를 경험한다는 것

오스트리아 여행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어쩌면 궁전 앞에서가 아니라 한 잔의 커피를 마실 때일지도 모릅니다.

빈의 카페 문화는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도 등재될 정도로 특별합니다. 그래서 오스트리아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쇤브룬 궁전도 아름다웠지만, 진짜 빈의 영혼은 카페에 있었어.'

오후 3시, 대리석 테이블에 팔꿈치를 올리고, 대리석 컵에 담긴 커피를 마시면서 주변을 바라보세요. 어쩌면 현재를 함께하는 사람들도, 과거를 살았던 문인들도, 모두 같은 마음으로 이 순간을 소중히 여겼을 겁니다.

그것이 빈의 카페 문화가 세계 어디서도 따라할 수 없는, 진짜 오스트리아의 선물인 이유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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