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은 34% 늘었는데, 청약 경쟁률은 왜 반으로 줄었을까
올해 아파트 분양 물량이 34% 증가했음에도 청약 접수는 26.6% 감소하면서 평균 경쟁률이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분양가 급등과 대출 규제 강화로 수도권과 공공분양에만 수요가 집중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분양은 많아졌는데, 청약 신청은 줄다
올해 1월 1일부터 9월 18일까지 입주자모집공고 기준으로 전국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은 5.6대 1로 집계됐으며, 일반공급 물량은 8만5321가구로 지난해보다 34.0% 늘었지만 1순위 청약 접수 건수는 47만5009건으로 26.6% 감소했다. 뭔가 이상한 현상이다. 공급이 확대되면 당연히 청약 수요도 늘어날 것 같은데, 현실은 정반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10.2대 1) 대비 절반 가까이 낮아진 수준으로 떨어진 경쟁률.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많은 예비 청약자들이 이번 기회를 외면했다는 뜻이다.
선별 청약의 시대가 왔다
그렇다면 누구의 청약을 외면했을까? 바로 분양가가 높거나 입지가 평범한 단지들이다. 분양가 상승과 대출 규제 부담에 입지·가격을 따지는 '선별 청약'으로 서울과 수도권 주요 택지에 수요가 쏠리는 양극화가 뚜렷했다.
공공분양과 민간분양의 경쟁률 격차는 더욱 극명하다. 공공분양 1순위 평균 경쟁률은 19대 1로 지난해 38.1대 1보다 낮아졌지만, 민간분양 평균 경쟁률(4.4대 1)의 4.3배 수준을 보였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분양에는 여전히 수요가 몰리지만, 민간분양은 한파를 맞은 것이다.
분양가 폭등이 '청약 거부권'을 만들다
분양가의 가파른 상승세가 청약 열기를 식힌 요인으로 꼽혔으며, 지난 8월 기준 서울 민간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6287만원으로 1년 전(4684만원)보다 34% 급등했다. 수도권의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실수요자들은 자신의 자금 능력을 냉철하게 재계산하기 시작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몇 년을 살며 유럽의 부동산 시장을 관찰했던 기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같은 현상은 시장의 신호다. 더 이상 무조건 청약에 나서는 시대는 지났다는 의미다. 예비 청약자들이 점점 더 똑똑해지고 있다.
서울과 신도시에만 청약객 몰려
다만 서울과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주요 택지에는 청약 수요가 몰리면서 지역과 단지별 양극화가 뚜렷해졌다. 서울과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핵심 입지에는 수백 대 1에서 1000대 1이 넘는 경쟁률이 속출한 반면 지방과 수도권 일부 지역은 미달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가을 분양 성수기를 앞두고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주목된다. 본격적인 가을 분양 성수기를 맞아 10월 전국에서 3만5000가구가 넘는 일반분양 물량이 공급될 예정이며, 이는 전월(1만6698가구) 대비 약 2.1배, 지난해 동월(8263가구) 대비 약 329% 늘어난 수준이다.
청약은 이제 '통장 소진'이 아닌 '신중한 선택'이 되었다
금리와 깐깐해진 대출 규제 여건을 고려해 지역별 주변 시세와 실질적인 자금 조달 능력을 꼼꼼히 따지는 선별 청약이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조언은 절실해 보인다.
분양 물량이 폭증하면서 선택지는 늘었지만, 현실적인 자금 부담과 높아진 입지 기준으로 인해 결국 소수의 "좋은" 단지로 청약자들이 몰리는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다룬 2030세대가 청약통장을 포기하는 이유처럼, 많은 예비 청약자들이 이번 기회를 선택이 아닌 포기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는 단순한 시장 신호가 아니다. 청약시장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신호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를 위한 통합 전략을 세우고, 당첨 후 당첨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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