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칼을 빼든 공정위... 쿠팡 '법인→김범석 의장' 동일인 지정의 진짜 이유
공정거래위원회가 29일 2021년 이후 5년간 유지해온 쿠팡의 법인 동일인 지정을 변경, 김범석 의장을 동일인으로 변경했다. 김범석의 동생 김유석 부사장의 경영 참여가 결정적인 근거였다.
5년간의 '법인 동일인' 예외, 끝이 났다
쿠팡의 동일인(총수)이 기존 쿠팡 법인에서 모회사 쿠팡Inc 김범석 의장으로 변경됐다. 지난 2021년 쿠팡이 대기업으로 지정된 지 5년 만에 법인에서 자연인으로 총수 체제가 전환된 것이다.
공정위는 29일 '2026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하며 쿠팡 총수를 김 의장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전까지 쿠팡이 받아온 예외 조항을 공식적으로 폐기하는 결정이다.
동생의 경영 참여가 예외 조항을 깨뜨리다
현행 시행령은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연인의 친족이 국내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등 사익편취 우려가 없을 경우에 한해 법인을 동일인으로 인정하고 있다.
5년 동안 쿠팡은 이 조건을 충족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공정위의 현장 조사가 이를 뒤집었다.
지난 1월 현장 조사를 통해 김 부사장이 물류·배송 정책 관련 정기·수시 회의를 수백 회 이상 열고 주요 사업에 관해서 구체적인 업무 집행 방향을 지시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실관계를 파악했다. 또한 김 부사장의 직급이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급과 유사하고, 연간 보수 역시 해당 직급의 등기임원 평균에 준하는 수준인 점도 실질적 경영 참여의 주요 근거가 됐다.
공정위의 판단 기준은 명확했다
공정위는 이를 단순 재직이 아닌 '경영 참여'로 보고 법인 동일인 유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결론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지정은 기업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와 대기업집단 시책 적용의 최종 책임자인 동일인을 일치시켜 권한과 책임의 괴리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쿠팡, 강한 반발과 소송 예고
쿠팡은 29일 공정위 발표 직후 입장문을 통해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확보된 상태에서 내려진 이번 결정에 대해 향후 성실히 소명하되, 필요시 행정소송 등 모든 절차를 밟겠다"고 강조했다.
쿠팡은 "김 씨는 공정거래법상 명시된 임원 지위가 아니며, 한국 내 계열사의 지분을 전혀 보유하지 않고 있다"며 "미국 본사인 쿠팡Inc 소속으로서 글로벌 물류 효율 개선 업무를 담당할 뿐, 사익 편취를 할 수 있는 구조 자체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쿠팡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엄격한 공시 의무를 준수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국내에서의 추가적인 동일인 지정이 과도한 '이중 규제'라고 비판했다.
규제 강화의 실제 내용
김 의장을 비롯해 김 의장의 친족이 지분을 보유 회사는 모두 쿠팡 계열사로 편입되고, 이들 계열사를 대상으로 사익편취 규제가 적용된다.
두나무와의 대비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두나무는 공정위가 실시한 현장점검에서 공정거래법 시행령상의 법인 동일인 예외요건을 올해도 모두 충족한 것으로 확인돼 자연인이 아닌 법인 두나무를 동일인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쿠팡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다.
신뢰와 책임의 문제
이 결정은 단순한 규제 변경이 아니다. 공정위는 특히 김 의장의 동생인 김유석이 쿠팡에서 부사장급으로 재직하며 물류·배송 정책 관련 회의를 수백 차례 주도하고, 주요 사업 방향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를 통해 5년간 제출해온 쿠팡의 설명이 정확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규제 당국이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사실이 기업이 제출한 자료와 일치하지 않았던 셈이다.
이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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