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픽8 min read

초등학교 입학식을 기다리던 7살 딸을 남겨두고… 순직 소방위가 남긴 국가적 질문

부천 공장 화재에서 순직한 소방위 김진석.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딸, 이삿날을 앞둔 꿈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대통령과 경기도지사의 빈소 방문이 남긴 복잡한 감정들과 국가 안전 시스템에 대한 의문.

박박진희기자
공유

입학식도 보지 못하고 떠난 11년 차 소방관의 마지막 이야기

지난 10월 17일, 경기 부천시의 한 장례식장은 끝모를 울음으로 가득했습니다. 부천 공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고(故) 김진석 소방위는 11년 차 소방관이었고,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어린 딸과 아내를 둔 가장이었으며, 2주 뒤 새 집으로 이사할 예정이었습니다.

한 사람의 죽음이 국가의 가장 높은 자리까지 흔들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부천 공장 화재를 진압하다 순직한 고(故) 김진석 소방위의 빈소를 찾아 유가족을 위로했습니다. 어떤 국정은 정책보다 감정이 더 크게 전달되는 순간들이 있는 법입니다.

말을 잇지 못한 대통령, 침묵 속에 담긴 무언

"딸이 몇 살인가요?"

대통령의 질문에 돌아온 답은 "7살"이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고인의 딸 나이를 물었다가 "7살"이라는 답을 듣고 먹먹한 표정으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그 침묵의 몇 초가 아마도 그날 장례식장에서 가장 무거운 순간이었을 겁니다.

필자는 그 침묵 속에 대통령 개인의 감정만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그건 한 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한 죄책감 아니었을까요? 유가족이 "(고인의) 딸아이가 잘 클 수 있도록 꼭 부탁드린다"고 말하자 이 대통령은 고개를 깊이 끄덕였습니다.

"네, 그러겠습니다."라는 말 대신 고개를 끄덕이는 것. 그것만으로도 현실이 얼마나 참담한지를 드러내지 않습니까?

추미애의 사과, 그리고 그 이후

그런데 놓치면 안 될 또 다른 장면이 있습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고인의 마지막 길을 찾아 논란이 됐던 '소방 재정 빨대' 발언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기까지의 배경을 짚어야 할 것 같습니다. 더욱이 김 소방위의 장인은 추 지사 앞에서 "손녀가 내년 취학 통지서를 받았는데 국가가 안전을 위해 뭘 했느냐"며 "대한민국에서 일하러 갔다가 퇴근하는 평범한 일상을 살기가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고 울부짖었습니다.

이 말이 얼마나 무거운지 아시나요? 국가가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것,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를 이 한 문장이 다 말해주고 있습니다.

국가가 국민을 지킬 의무를 다했는가?

유족의 탈진, 그것이 현실이다

뉴스의 헤드라인에는 "추미애 면담 후 유족 탈진"이라고 적혔습니다. 생각해보세요. 사랑하는 이를 잃은 그 무거운 시간에, 유족들은 정치인들을 맞이하고, 애도를 나누고, 사과를 받아야 했습니다. 그것도 여러 번.

사과 방식을 두고도 뒷말이 나왔는데,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사과하러 간 것인가, 변명하러 간 것인가. 순직 소방관의 빈소에서조차 자신의 잘못보다 억울함을 앞세우는 모습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필자가 느끼는 답답함도 비슷합니다. 유족들은 자신들의 슬픔과 분노와 절망을 표현할 시간도 못 채우면서, 정치인들의 사과와 명분 사이를 오갈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닙니까?

이제,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헌신하는 소방공무원들이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현장 안전을 강화하고" "남겨진 가족과 어린 자녀의 앞날도 세심하게 살피고, 국가가 끝까지 함께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말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입니다.

7살 딸은 내년 3월 초등학교에 입학합니다. 아버지의 빈자리는 더 이상 채워질 수 없을 것입니다. 어머니 혼자가 그 딸아이를 키워나갈 것입니다. 이사도 어쩌면 미루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 과정에서 국가는 정말 "끝까지 함께"할 수 있을까요?

필자는 이 비극이 단순한 '과로'나 '운의 문제'라고 보지 않습니다. 유족은 무리한 현장 투입과 구조 지연이 참사를 키웠다며 진상 규명을 요구했습니다. 시스템의 문제, 안전 관리의 허점, 소방공무원의 처우 개선—이 모든 것들이 겹겹이 쌓여서 이런 비극을 낳지 않았는가 하는 의문이 자꾸만 떠오릅니다.

마지막으로

빈소의 방명록에 남겨진 대통령의 글귀를 다시 읽어봅니다. "당신께서 지켜주신 안전한 일상 속에서 국민들은 님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그를 기억해야 합니다. 하지만 기억만으로는 7살 딸을 키울 수 없습니다. 국가의 책임, 그것은 추모와 사과 너머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 사건이 단순한 '비극적 뉴스'로 잊혀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왜 우리의 일상을 지키는 사람들이 이렇게 쉽게 죽어야 하는가. 그 질문이 정책으로, 개선으로 이어질 때까지.

이 기사, 더 깊이 생각해보기 →

읽고 나서 통찰 훈련소에서 질문에 답해보세요

loading...

💡

통찰 훈련소

0/7 완료

기사를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

loading...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