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의 눈물, 정치인의 사과…진정성 논란까지 불태운 사흘
부천 공장 화재로 순직한 소방관 추도 속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소방 재정 빨대' 발언 논란이 정치 전면전으로 번졌다. 당 차원의 사과와 예산 삭감 문제까지 얽히며 진정성 공방이 심화되고 있다.
소방관의 눈물 앞에서, 정치인들이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가슴 아픈 일이 하나 있으면 또 다른 가슴 아픈 일들이 줄줄이 따라온다는 법이 있죠? 지난주 부천 공장 화재 소식이 그렇습니다. 부천 공장 화재로 순직한 김진석 소방위의 소식에 온 나라가 애도하는 와중에, 터져 나온 게 또 다른 상처였으니까요.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지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라고 말했습니다. 그 발언이 순직 소방관 추도식과 맞닿으면서 불을 키웠죠.
이건 정말 모질다는 생각이 듭니다. 목숨 걸고 불 속으로 뛰어들었던 소방관들을 두고, 마치 국가의 '부담'인양 표현한 거니까요. 그리고 정치권은 이 발언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빈소에서의 만남, 그리고 엇갈린 마음
추 지사는 17일 순천향대 부천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사과를 바라니까 정말 마음을 다해 사과드린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사과는 또 다른 논란을 낳고 말았죠.
"사과를 바라시니까"라는 표현이 다시 도마에 올랐고, 발언의 부적절성을 인정하고 사과에 나섰지만, 요구에 응하는 것이라는 뉘앙스가 논란을 빚었습니다. 마치 "억지로 한다"는 느낌을 주었다는 거죠. 소방관들의 눈물 앞에서 이런 표현이 나올 수 있다니요.
"소방관의 순직 앞에, 등 돌린 소방관의 눈물 앞에 죄책감조차 느끼지 않는가"
야당은 "추 지사는 아직도 '재정 빨대' 망언을 사과하지 않고 있다"며 이렇게 질타했습니다. 진정성 없는 사과가 오히려 상처를 더 깊게 만든다는 시선이 경기도 정치판 전체를 휩쓸고 있습니다.
당이 나서 "우리가 사과합니다"…이게 맞나요?
정치권의 대응도 이상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 차원의 사과와 재발 방지 입장을 잇달아 냈고,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17일 소방관과 국민에게 사과했으며, "당사자에게도 깊은 자성 어린 사과를 요청했다"며 당 소속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발언이 반복되지 않도록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당이 당사자 대신 사과한다는 게 말이 되나요? 감정적으로 봐도 이상하지만, 야당에서는 이를 "'대리 사과'라는 기괴한 촌극"이라고 빠르게 꼬집었습니다. 관련 기사 초등학교 입학식을 기다리던 7살 딸을 남겨두고… 순직 소방위가 남긴 국가적 질문을 보면, 이 논란이 얼마나 깊은 상처를 주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예산 삭감, 가장 아픈 부분
더 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소방 재정 빨대' 발언 논란이 경기도의 소방차량 보강 예산 감액과 순직 소방공무원 추모사업 예산 전액 삭감 문제로 확산했고, 국민의힘 경기도당은 경기도가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소방차량 보강 예산 26억 5천만 원을 감액하고 차량 구매계획을 기존 103대에서 78대로 축소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더 기막힌 건 이거입니다. 순직 소방공무원을 추모하기 위한 '경기소방 119메모리얼데이' 사업비 1억 원도 전액 감액됐습니다. 말 그대로 방금 순직한 소방관을 추도하는 예산까지 깎은 거죠. 이건 정말 답답합니다.
진정성 없는 사과가 낳은 여파
야당은 "말뿐인 사과는 2차 가해"라고 비판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불 속에서 생명을 구하려다 숨을 거둔 사람을 두고 '골치 아픈 재정 빨대'라고 표현한 뒤, 그 유족 앞에서 "하라니까 사과한다"고 말하는 거예요.
야당은 "이번 사과는 여론 악화와 당 지도부의 압박에 못 이겨 내놓은 등 떠밀린 사과에 불과하다"며 "사과하는 순간까지 '하라니까 한다'는 식의 오만한 태도를 버리지 못했다"고 지적했고, "'의도와 다르게 전달됐다면 유감'이라는 해명은 사과의 탈을 쓴 또 다른 책임 전가"라고 강조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현재 정치권이 보여주는 가장 안타까운 풍경입니다. 생명을 건 영웅들과 그들을 잃은 가족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정책과 말씀이 아니라 진심 어린 자숙일 텐데 말이죠.
기사: 오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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