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평화활동가 여권 무효화, 시민사회 '인도주의 활동까지 침해하나' 반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구호선단 활동에 참여한 한국인 활동가의 여권이 정부에 의해 무효화되면서 시민사회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절차적 위법성과 표현의 자유 침해 논쟁이 불거졌다.
평화를 위한 선택이 무국적자를 만드는가
2025년 10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봉쇄 반대 구호선단에 참가한 한국인 활동가 김아현(활동명 해초)이 가자로 향하다가 이스라엘군에 선단이 나포돼 현지 교도소에 수감된 뒤 2일 만에 석방됐다. 지난 2년간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속에서 인도주의적 결단을 내린 청년의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 사건이 한 개인의 국제 활동 문제를 넘어 더 큰 논쟁으로 번져 나갔다. 외교부는 여권법 12조에 근거해 지난 3월 25일 여권 반납 명령 통지서를 발송했고, 3월 27일 김 씨의 국내 거주지로 여권 반납 명령 통지서가 도착했으며, 7일 이내에 여권 미반납 시 여권 무효화를 통지했다.
절차의 문제, 그것이 핵심이다
필자가 주목하는 부분은 이것이다. 김 씨는 외교부의 여권 반납 명령 통지서 발송 이전 민변 대리인단에게 일체의 소송권한을 위임하고 출국했다. 이미 제3국에 있는 활동가에게 통보도, 의견 제출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여권을 무효화하겠다는 통지는 얼마나 공정한 행정 절차인가?
민변은 이미 해외에 체류 중인 당사자에게 사전 통지나 의견 제출 기회 없이 내려진 이번 처분이 절차적으로 위법할 뿐 아니라, 실질적 사유도 없는 과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또한 민변은 외교부의 명령이 부당하다며 서울행정법원에 취소소송과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안전을 명분으로 한 더 큰 위험
정부는 중동 전역의 불안정성을 이유로 이 조치를 취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와 같이 중동 지역 전역에서 미사일·드론 공습이 이어지는 가운데 가자지구를 방문하는 것은 작년 10월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극도로 위험한 일"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우려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조인들은 역설적으로 이 조치가 더 큰 위험을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김 변호사는 "여권 무효화를 시도하는 '해초의 안전'이라는 목적이 정당한지가 우선 문제가 되지만, 그 목적이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이미 출국을 한 해초에게 여권 무효화는 해초를 사실상 무국적자로 만들어서 더 위험하게 만든다"고 우려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국제 협약에서의 강제 구금이다. 스페인·이탈리아 등 EU 회원국의 경우 EU 귀환지침에 따라 귀환결정 발령이 의무화돼 있고, 유효한 여권이 없어 자발적 출국이 불가능한 경우 강제구금 절차로 전환돼 최대 18개월의 구금이 가능하다.
표현의 자유와 인도주의 활동
필자는 이 사건이 단순한 행정 조치를 넘어 표현의 자유와 평화 활동의 권리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고 본다. 김묘희 변호사는 "해외에 체류 중인 상태에서 본인을 증명할 수단을 상실하게 된다"며 "헌법 제14조가 보장하는 해외 이동을 포함한 거주 이전의 자유와 또 평화 활동이라는 표현의 자유가 즉각적으로 침해되는 만큼 집행정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민 보호는 명분이다. 하지만 절차적 정당성 없이, 성인 시민의 인도주의적 선택을 국가가 강제로 차단하는 일이 정당한지에 대해서는 사회 전체가 함께 묻고 답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라고 필자는 본다.
박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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