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로 한판 흔들다, 전북의 '큰 그림' 젠슨 황 앞에 펼쳤다
이원택 전북도지사 당선인이 엔비디아 젠슨 황 CEO에게 친서를 보내 새만금을 글로벌 AI 밸리로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형식적 프레젠테이션보다 삼겹살을 함께 먹으며 이야기하자는 독특한 제안이 주목된다.
정부와 기업의 '밀월' 시대가 왔다는 신호
이원택 전북특별자치도지사 당선인이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에게 새만금 투자 논의를 위한 회동을 전격 제안했다. 민선9기 전북특별자치도지사직 인수위원회는 "이원택 당선인이 최근 미국 엔비디아 본사와 엔비디아 코리아 대표에게 이런 내용을 담은 친서를 보냈다"고 27일 밝혔다.
필자는 이 소식을 들으며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지역 리더가 세계적 기업의 최고 결정권자에게 직접 손을 내밀 수 있는 시대라니. 그것도 다만 정중한 인사가 아니라 "형식적인 프레젠테이션보다 삼겹살을 함께하며 격의 없이 대화하자"며 한국식 정을 담아내는 모습이라니.
흔들린 공약의 돌파구 찾기
광주·전남의 대규모 반도체 투자 논의로 '200조 원 AI·반도체 투자 유치' 공약이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나온 행보여서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불가피한 선택이 되었든, 전략적 우위를 찾으려는 결정이 되었든, 이 순간만큼은 전북이 세계 AI 산업 지도에 손가락으로 짚혀야 할 지점이 되고 싶은 절실한 열정이 담겨있다.
'완벽한 백지'로 쓰일 새만금
이는 최근 방한한 젠슨 황 CEO가 새만금을 잠재적 투자 기회로 언급한 데 대한 적극적인 화답이라고 강조했다. 이원택 당선인의 친서는 무척 정교하게 짜여 있었다.
이원택 당선인은 친서에서 "새만금을 규제가 사실상 없는 '완벽한 백지(Clean Slate)'"로 소개하며, 엔비디아가 필요로 하는 '마찰 없는 환경, 무한 확장성, 압도적 속도'를 갖춘 최적의 투자처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투자처로서의 물리적 여건만 제시한 것이 아니었다. 미국 애리조나, 사우디아라비아 옥사곤 등 주요 글로벌 투자처와 견줄 장점으로 △차세대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청정에너지와 풍부한 산업용수 △피지컬 AI와 로봇 기술을 제약 없이 실증할 수 있는 과감한 규제프리 샌드박스 등을 제시했다.
감정의 언어로 이성의 거래를 녹여내다
흥미롭게도 당선인은 단순한 경제 논리만 펼쳤을 리가 없다. 이와 함께 젠슨 황 CEO가 최근 좋아한다고 언급한 가수 화사(Hwasa)가 전북 출신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는 칭찬할 만한 전략이다.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 결정을 하는 사람도 결국 인간이고, 그 인간의 마음을 여는 것은 데이터와 수치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 AI 스타트업을 직접 만나며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이전 방문이 그러했듯이, 이번 제안도 그 맥락을 잇고 있다.
기회의 창, 얼마나 열릴까
젠슨 황 CEO가 이달 초 방한 기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고,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새만금 투자 계획을 소개하며 엔비디아에도 투자를 제안한 바 있다.
필자는 이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현대차그룹의 새만금 투자가 이미 구체화되고 있는 가운데, 엔비디아가 들어온다면 새만금은 자연스럽게 글로벌 AI 생태계의 허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원택 당선인은 "전북 발전을 위해서라면 전 세계 어디든 직접 찾아가겠다"며 "엔비디아와 같은 세계적 기업이 새만금에 둥지를 틀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남은 것은 젠슨 황이 어떤 답장을 보낼지 기다리는 것이다. 한국의 '백지'는 정말로 글로벌 AI의 미래를 담을 캔버스가 될 수 있을까. 그 답변이 전북의 운명을 바꾸는 순간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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