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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구 엄마의 목소리 강희선 성우, 암과의 투병 끝에 별세…극장판 녹음실에 마지막까지 머물던 성우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의 봉미선 역과 서울·부산 지하철 안내방송으로 친숙한 성우 강희선이 4일 새벽 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2021년 대장암 진단 이후에도 47차례 항암치료를 받으며 극장판 녹음을 14시간 30분 동안 진행하는 등 끝까지 성우로서의 책임을 지켰다.

박민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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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역은..." 그 목소리가 사라졌습니다

서울·부산 지하철 안내방송과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의 봉미선 목소리로 사랑받은 성우 강희선씨가 65세로 별세했습니다. 4일 오전 2시 10분 서울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에서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그 따뜻하고 정겨운 목소리로 성장했을 거예요. 만화영화 '짱구는 못말려'의 짱구 엄마(봉미선) 목소리와 1996년부터 서울·부산 지하철 안내 방송을 맡아 서울 1~8호선, 부산 1~4호선 목소리를 담당했거든요.

암과의 싸움, 마이크는 놓지 않다

강희선 성우의 이야기가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훔친 건 그의 투병기 때문입니다. 2021년 대장암이 간으로 전이됐다는 진단과 함께 시한부 2년 선고를 받았지만, 끝까지 마이크를 놓지 않았습니다.

정말 놀라운 부분이 여기예요. 총 47차례 항암 치료를 받는 동안에도 '짱구는 못말려' 녹음을 이어갔고, 수술 직후에는 극장판 녹음을 위해 14시간 30분 동안 녹음실을 지켰습니다. 뿐만 아니라 병실에서 지하철 안내방송을 녹음한 적도 있다고 밝히며 성우라는 직업에 대한 남다른 책임감을 보여줬습니다.

당신은 이 정도의 투병 중에도 어떤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요? 강희선 성우는 그것이 본인이 정말 사랑하는 일이었기에 가능했던 걸 거예요.

"짱구가 없었으면 무엇으로 버틸 수 있었을까"

지난해 방송에 출연한 그는 "만약 이렇게 아픈데 짱구마저 없었으면 무엇으로 버틸 수 있었을까" "난 성우라는 직업을 정말 사랑한다. 짱구 엄마를 너무 사랑한다"고 말하며 작품과 직업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고, "오늘이 항상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산다"고 털어놓아 많은 이들의 응원을 받기도 했습니다.

1979년 TBC 성우극회 10기로 입사해 1980년 방송 통폐합으로 KBS 성우 15기가 된 그는 첫 더빙 애니메이션인 '빨간 머리 앤'을 시작으로 '베르사유의 장미', '공각기동대', '캡틴 플래닛' 등 다양한 작업에 참여했고, 1980년~1990년대에는 '주말의 명화'와 '토요 명화'에서 샤론 스톤, 미셸 파이퍼, 줄리아 로버츠, 니콜 키드먼의 목소리도 연기했습니다.

한국 성우계의 거인을 떠나보며

2002년 KBS 성우연기대상 최우수외화연기상, 2005년 KBS 성우연기대상 최우수연기상, 2018년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국무총리 표창 등을 받으며 성우계에 큰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유명 배우들의 목소리를 맡기도 했던 강희선 성우는, 사실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는 그저 "짱구 엄마"이자 "지하철 안내방송"으로 기억될 겁니다. 그리고 그게 아마도 본인이 가장 원했던 사랑의 형태였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당신의 따뜻한 목소리는 우리 일상에 30년 이상 함께하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줬을까요. 정말로 고맙습니다, 짱구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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