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실에서 거리로? 란제리 드레스가 명품 런웨이를 점령한 이유, 코르셋에서 2026년까지의 역사

2026년 봄/여름 패션위크를 주도하는 '란제리 드레스' 트렌드. 언더웨어에서 시작한 이 의상이 어떻게 200년을 거쳐 오늘날 가장 대담한 패션 선언이 되었을까? 속옷의 진화로 읽는 여성 해방의 역사.

김진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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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실을 나온 드레스, 이제 런웨이를 장악하다

사실 좀 황당하지 않나요? 지금 가장 핫한 패션 트렌드가 속옷이라는 게요. 그것도 그냥 속옷이 아니라 정말 침실에서 입을 법한 얇고 부드러운 것들 말이에요.

침실의 전유물이던 슬립 드레스는 거리로 나왔고, 2026년 봄/여름 패션위크는 이걸 정장으로 만들어버렸거든요. 랄프 로렌, 돌체 앤 가바나, 펜디 같은 럭셔리 브랜드들이 속옷처럼 생긴 드레스로 런웨이를 채웠어요. 랄프 로렌은 브라 위에 수트 재킷을 걸쳤고, 돌체 앤 가바나는 란제리 파자마 룩에 브라를 자연스럽게 더했습니다.

가장 충격적인 건 임신부까지 입었다는 거예요. 배우 시에나 밀러 역시 지난해 브리티시 패션 어워드에 슬립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바 있습니다. 셋째 아이를 임신한 채로 말이죠. 란제리 드레스를 임신부용 패션 아이템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셈입니다.

여기까지 읽으면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 트렌드는 단순한 '노출'이 아니에요. 오늘 함께 살펴볼 것처럼, 여성이 자신의 몸을 어떻게 대했는가라는 200년의 역사를 집약하고 있거든요.


코르셋에 갇혀있던 여성의 몸

시간을 180년 거슬러 올려볼게요.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죠. 그 시절 '이상적인 여성'이라고 불리던 몸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답은 극도로 조여진 코르셋이었어요. 속옷 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언더웨어죠. 이 녀석은 단순히 '몸을 아름답게 만드는' 수준이 아니었어요. 몸 전체를 감옥처럼 조여, 여성의 움직임을 제한했거든요.

코르셋의 골때기는 강철로 만들었고, 여자들은 숨을 제대로 쉬기 위해 매일 싸워야 했어요. 이 극악의 악세서리는 말 그대로 여성의 몸을 통제하는 기구였던 거죠. 시대가 시대인 만큼, 그건 단순한 패션이 아니라 사회적 규범이었어요. '착한 여자'는 코르셋을 꽉 채워 입어야 했고, 그래야 결혼할 수 있었고, 그래야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여성이 될 수 있었거든요.


1920년대, 코르셋의 붕괴

그런데 역사는 놀래켜주는 법이죠. 1차 세계대전이 터졌어요.

아이러니하게도, 이 끔찍한 전쟁이 여성 해방의 계기가 되었어요. 남자들이 죄다 전쟁터로 나가버리니까, 여자들이 공장에서 일을 해야 했거든요. 코르셋을 꽉 매고 무거운 기계를 돌릴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여자들은 코르셋을 풀었어요. 처음엔 '임시로'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해방감의 맛을 봐버렸던 거예요.

전쟁이 끝났을 때, 여자들은 다시 코르셋을 입지 않기로 결심했어요. 대신 등장한 게 '플래퍼 스타일'이에요. 몸의 곡선을 감추고, 가슴도 누르고, 아예 '여성다움'의 정의를 바꿔버렸던 거죠. 이건 단순한 패션 변화가 아니라 여성의 자유로운 몸에 대한 선언이었어요.


1990년대의 반란: 슬립 드레스

이제 시간이 훌쩍 건너뛰어 1990년대로 갈 거예요.

이 시대가 아주 흥미로워요. 왜냐하면 90년대 슬립 드레스는 코르셋의 완전한 정반대였거든요. 얇고, 부드럽고, 몸에 딱 붙어서 곡선이 그대로 드러났어요. 마치 침실 속 모습 그대로를 거리에 들고 나온 거죠.

로베르토 카발리는 2000년대 초반의 Y2K 감성을 백분 살린 파티 의상을 만들었는데, 이건 '슬프고 쓸쓸한' 느낌의 미니멀한 드레스였어요. 뭔가 불완전해 보이고, 쉽게 벗겨질 것 같고, 그래서 오히려 대담했던 거예요.

이 시대 여자들이 말하고 싶었던 건 이거였어요: '내 몸은 내 거고, 난 내 몸을 자유롭게 보여주고 싶어. 그게 나를 약하게 만들지 않거든.'


2026년, 역사가 반복되는 이유

그런데 재미있게도, 2026년의 란제리 드레스 트렌드는 과거와 전혀 다르면서도 똑같아요.

지금 세상은 다시 불안정해졌거든요. 경제 불황, AI의 위협, 세계 곳곳의 분쟁들... 사람들이 '정답'을 잃어버린 시대예요. 그럴 때 나타나는 현상이 뭘까요? '내 몸, 내 감정, 내 정체성에 집중하기'예요.

2026년의 젊은 세대, 특히 Z세대는 이전 세대처럼 '사회가 정한 예쁨'을 따르지 않아요. 대신 '내가 편하고, 내가 좋아하는 게 답'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란제리 드레스가 터진 거거든요.

흥미롭게도 이건 단순한 '노출'이 아니에요. 코르셋처럼 몸을 억누르는 게 아니면서도, 90년대 슬립 드레스처럼 '약한 척하는' 것도 아니에요. 대신 '이게 나다. 받아들여라'는 태도를 가지고 있거든요.


알면 더 재미있는 이야기들

뮤즈들의 반발

역사 속에서 란제리가 패션이 된 순간들이 있어요. 1950년대 할리우드 배우들은 슬립을 입은 채로 드레스를 입었거든요. 마릴린 먼로나 에바 가돌이 그 예시예요. 하지만 당시엔 이게 '스캔들'로 취급되었어요.

그게 지금은 럭셔리 런웨이에서 자랑스럽게 선보여지는 트렌드가 된 거죠. 이건 단순한 패션 변화가 아니라, 사회가 여성의 몸을 어떻게 인식하는가의 변화를 보여주는 거예요.

드라마와 영화에서 본 란제리 드레스

요즘 인기 있는 드라마들을 보면 란제리 드레스가 자주 나와요. 특히 '섹스 심볼' 캐릭터나 '독립적인 여성'을 표현할 때 많이 쓰여요. 이건 우연이 아니에요. 옷이 곧 성격이고, 성격이 곧 타이밍이거든요.

만약 여러분이 넷플릭스에서 "섹스 교육(Sex Education)" 같은 드라마를 봤다면, 주인공 매브가 입은 옷들을 기억할 거예요. 란제리 같은 드레스들이 나와요. 그건 '섹슈얼한' 이미지를 위한 게 아니라, '자신의 성(性)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함이었어요.


결국, 역사는 반복된다

역사를 보면 패턴이 보여요.

  1. 통제 → 코르셋, 여성의 몸을 감옥처럼 조여 움직임을 제한
  2. 해방 → 1920년대, 전쟁으로 인한 필요성에서 시작된 자유
  3. 회의 → 미니멀리즘, 과시 문화에 대한 피로감
  4. 재정의 → 2026년, 내 몸, 내 정의, 내 자유

그리고 이 과정에서 옷이 끊임없이 그 시대의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어요.

2026년의 란제리 드레스 트렌드는 단순한 패션 유행이 아니에요. 그건 '나는 내 몸의 주인이고, 그걸 당당하게 보여주겠다'는 수백만 명의 여성들이 함께 말하는 선언문이거든요.

우리 엄마가 입던 옷, 우리 할머니가 입던 옷이 뭐였는지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가 입는 옷의 의미가 훨씬 더 깊게 다가올 거예요. 옷은 정말, 시대의 목소리를 담은 두 번째 피부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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