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보라로 3~4시간 앞도 안 보였어…네팔 탈출한 두산 현장소장, 수색팀의 든든한 '안내자' 되다
네팔 대홍수 현장에서 고립됐다가 탈출한 두산에너빌리티 현장소장이 30일 처음으로 당시 상황을 공개했다.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는 지금 실종된 9명의 동료를 찾기 위해 수색팀 지원에 나섰다.
"물보라로 3~4시간 앞도 안 보였어"…네팔 탈출한 두산 현장소장이 수색팀의 든든한 안내자가 되다
네팔의 히말라야 산악지대가 순식간에 지옥으로 변했던 그 순간, 그는 터널 안에 있었어요. 두산에너빌리티 현장소장 A씨는 30일(현지시간) "상황 발생 소식을 접하고 밖에 나왔을 땐 이미 사방이 물보라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요.
돌발 홍수, 현장을 장악하다
지난 26일 오전 네팔 라수와 지역 트리슐리강 일대에서 대홍수가 발생했을 당시, A씨를 포함한 두산에너빌리티 한국인 직원 10명은 '어퍼트리슐리(UT)-1 수력발전소' 공사 현장을 점검하던 중 고립됐습니다. 히말라야가 무너졌다, 네팔 대홍수의 참극...우리 국민 18명도 고립·실종이라고 불릴 정도로 심각했던 상황이었죠.
문제는, 그 이후였어요. A씨는 "상황을 접하고 밖에 나왔을 때 이미 물보라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상황이라 건너편 캠프동을 확인할 수가 없었고, 3~4시간 지나고 나서야 조금씩 현장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상상만 해도 얼마나 답답하고 무서웠을까요?
모두 나가줄 때까지 남은 현장소장
한데 이 현장소장, 정말 남다른 사람이었어요. A씨는 고립됐던 한국인 10명 중 한 명으로, 현지인 직원들이 모두 구조될 때까지 챙기겠다며 현장에 잔류했다가 28일 네팔군 헬기를 통해 현장을 빠져나왔습니다. 자기 목숨도 걱정했을 텐데, 동료들과 현지 직원들을 먼저 챙기다니요.
30일 카트만두의 호텔에서 처음으로 기자들과 만난 A씨의 얼굴은 여전히 참혹했습니다. 구조된 지 사흘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A씨는 어두운 표정으로 나지막한 목소리로 자신을 '현장소장'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제가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진짜 역할은 지금부터예요. A씨는 "제가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부 관계자나 수색팀을 최대한 지원하고, 연락이 닿지 않는 직원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건 정말 중요한 말이에요. 현재 실종된 한국인 9명은 현지에서 수력발전소 건설 업무를 하던 두산에너빌리티 직원 6명과 한국남동발전 직원 3명이거든요. A씨가 아는 것들, 예를 들어 현장의 지형, 직원들이 있을 법한 위치, 당시 상황들이 모두 수색팀에게는 귀한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수색은 왜 이렇게 막힐까?
그럼 지금 수색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요? 두산에너빌리티는 전날에도 헬기로 실종자 수색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오전에는 악천후 때문에, 오후에는 네팔 당국의 외국 헬기 운항 불가 방침으로 헬기를 띄우지 못했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상황이죠.
여기에 더한 문제도 있어요. 강 수위가 순식간에 올라가는 등 2차 홍수 우려도 수색을 막는 요인이고, 사고 현장 인근 도로가 홍수로 유실된 상태이므로 현재로서는 헬기를 이용한 수색 작업 외 다른 대안을 찾기도 어려운 상태입니다.
현장을 알면 다르다
그래서 A씨의 역할이 더욱 빛나는 거예요. A씨는 "머릿속에 어떠한 생각도 없다"며 "오롯이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수색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지원할까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히말라야 재앙의 심화, 한국인 9명 찾기…정부 신속대응팀 네팔 현장 헬기 수색 본격화 중인 지금,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한 명의 목소리, 한 명의 경험이 9명을 찾는 데 얼마나 소중한 역할을 할지 생각해봅시다.
A씨는 "수색팀이나 정부 관계자를 지원하고 하루속히 연락이 닿지 않는 직원들이 가족들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지원할 생각"이며, "남은 실종자들을 찾을 때까지 현장에 남아 수색 작업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 현장소장의 진심과 결연한 태도가 정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 9명을 찾는 데 큰 힘이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기자 박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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