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7 min read

열심히 갚은 내가 바보냐…정부의 6조 빚 탕감이 불러온 국민 분노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받은 대출을 3개월 이상 연체한 자영업자의 6조 원 규모 빚을 탕감하기로 결정했다. 금리 인상기에 취약층을 돕겠다는 의도와 달리, 성실히 빚을 갚아온 국민들의 불공평함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박상훈기자
공유

열심히 갚은 나는 왜 바보 취급인가

더워지는 8월 말, 정부에서 내놓은 한 정책이 온 나라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받은 대출을 연체한 자영업자의 빚을 최대 5조~6조 원가량 탕감해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언뜻 들으면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은 소상공인들을 돕는 따뜻한 정책처럼 보인다. 그런데 왜 많은 이들이 분노했을까? 그때였다. 소위 "갚은 내가 바보냐"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 것이다.

규모와 배경: 얼마나 큰 정책인가

개인사업자 대출은 2020~2023년 총 358조 7000억 원이 시행됐으며, 이 중 미상환 잔액은 154조 7000억 원, 3개월 이상 연체액은 6조 3000억 원이다. 정부의 정책 대상은 코로나19 시기 신용대출로 2023년 6월 이전에 연체가 발생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채권이다.

정부가 이 정책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금리 인상기를 맞아 향후 상환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으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올렸다. 정부의 논리는 명확했다. 금리가 오르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부담이 급증할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론의 한가운데: 공평성은 어디로

하지만 정책 발표 직후, 예상치 못한 반발이 터져 나왔다. 반복되는 채무 탕감에 성실 상환자들만 손해를 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는 지적이 핵심이다.

문제는 간단했다. 누군가는 밤낮으로 일해서 대출금을 성실하게 갚았고, 누군가는 연체한 채 방치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부가 "나중에 갚으셔도 괜찮습니다"라고 손을 내밀었다는 뜻이 아닌가.

전문가들도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잦은 빚 탕감은 신용 사회의 원칙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성실하게 돈 갚으면 더 큰 사업을 할 수 있게 기회를 주는 신용사회의 원칙을 흔드는 것은 경제 운영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를 가져다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괄 소각, 그 너머의 불안감

정부의 조치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정부는 또한 20년 이상 장기 연체 채권을 일괄 소각하기로 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의 중소기업 대상 장기 미상환 채권 162억 원과 대표이사를 포함한 연대보증인 채무를 없앨 계획이다.

이는 신용사회에 던지는 깊은 질문을 낳는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성실하게 갚아야 하나?" 금리가 오른다는 이유로, 경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정부가 빚을 깎아준다면 말이다.

정부의 반론과 인센티브

물론 정부도 이러한 우려를 모르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성실상환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하고 있으며, 정부는 성실상환 차주들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해 형평성 문제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하지만 반문이 나온다. 인센티브란 결국 추가 혜택일 뿐, 연체자들의 빚 탕감을 정당화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7년 이상 연체된 채권을 정리하는 새도약기금이 출범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또다시 정부 주도의 빚 탕감 정책이 시행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사회의 기본이 흔들리다

역사적으로 신용 사회의 기초는 약속을 지키는 자가 보상을 받고, 약속을 어기는 자가 대가를 치르는 것이었다. 한국도 그 원칙 위에 경제 질서를 세워왔다.

그런데 지금 벌어지는 일은 무엇인가. "오래 묵은 빚은 갚지 않고 버티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확산시킬까 우려된다. 이는 단순한 경제 정책 논쟁을 넘어, 우리 사회의 신뢰 체계 자체를 흔드는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는 4분기에 구체적인 채무 조정 조건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공평성과 신용사회의 원칙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상훈 기자

이 기사, 더 깊이 생각해보기 →

읽고 나서 통찰 훈련소에서 질문에 답해보세요

loading...

💡

통찰 훈련소

0/7 완료

기사를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

loading...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