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명품 시계 베끼기' 논란, 2600억 손배청구로 번졌다…애플리케이션 심사 책임 문제 따져진다
스와치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2600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갤럭시 스마트워치의 워치페이스가 오메가, 티쏘 등 자사 명품 시계 디자인을 무단 모방했다는 주장이다. 배상 규모 결정을 앞두고 양사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명품의 값어치를 지키겠다" vs "우리는 책임이 없다"…2600억 손배 싸움의 진실
지난 수개월간 영국 런던 고등법원에서 펼쳐진 한 건의 소송이 마무리를 향해 가고 있다. 스위스 시계 제조업체 스와치그룹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약 1억7000만달러(약 26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요구한 것이다.
이 분쟁의 시작은 간단해 보인다. 갤럭시 스마트워치에서 유통된 워치페이스가 자사 명품 시계 디자인을 무단으로 모방해 상표권을 침해했으며, 약 26개의 워치페이스 앱이 오메가, 티쏘, 브레게 등 그룹 산하 명품 시계 브랜드의 외관을 사실상 그대로 재현해 판매·배포됐다는 것이다. 이 앱들이 영국과 유럽연합(EU)에서 약 16만회 내려받아졌다고 스와치는 주장했다.
그런데 이 사건이 단순한 '디자인 모방' 논쟁을 넘어선 이유가 있다. 법원은 이미 2022년 삼성의 상표권 침해 책임을 인정했으며, 현재는 손해배상 규모를 결정하는 절차가 남아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침해 책임은 이미 확정된 것. 이제 남은 것은 얼마를 물어낼 것인가 하는 문제다.
명품 브랜드 가치를 누가 지킬 것인가
스와치의 주장은 흥미롭다. 스와치는 브랜드를 제3자에 빌려주지 않는 정책을 유지해온 만큼 가상의 라이선스 계약을 가정해 산정한 손해액이 이 규모에 이르며, 티쏘 최고경영자는 "스마트워치에 브랜드를 허용하면 명품 시계의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명품과 저가 스마트워치를 연결하는 순간, 정교한 시계가 가진 상징성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궁극적으로 스와치가 보호하려는 건 제품 자체가 아니라 '명품'이라는 가치 체계 자체다.
필자는 이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본다. 다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부분이 있다는 생각도 든다.
삼성의 '방어벽' 무너지나
반면 삼성은 어떻게 대응했을까. 스와치는 해당 앱은 제3자 개발자가 제작했지만 앱 심사와 유통을 관리한 삼성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며, 삼성전자는 문제가 된 워치페이스는 모두 외부 개발자가 제작한 것이며, 상표권 침해가 확인되자 즉시 삭제 조처를 한 만큼 손해배상 요구가 과도하다고 반박했다.
침해 앱 대부분이 무료였으며, 해당 기간 다운로드로 발생한 총수익은 1000달러(약 155만원) 남짓에 불과했고, 이 가운데 삼성전자 몫은 300달러(약 46만원)였다는 주장도 나왔다. 수익 규모로 보면 터무니없는 배상이라는 입장이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플랫폼 기업은 제3자 개발자의 위반 행위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가? 앱스토어를 운영하는 삼성이 모든 콘텐츠를 일일이 검증하기는 실질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명품 브랜드의 디자인을 연상시키는 앱이 수만 건이나 다운로드되는 동안 수년을 방치한 점은 문제가 될 수 있다.
플랫폼 책임시대의 신호탄
이 사건은 단순 법적 분쟁을 넘어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이번 재판의 파장은 EU 전역에 미치며, 스와치가 브렉시트 전환기가 끝난 2020년 이전에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에 런던 법원이 EU 전역에 대한 배상까지 결정할 권한을 갖는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점차 강화되는 규제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는 뜻이다. 거대한 생태계를 운영하는 기업에 대한 책임 의식이 높아지는 중이다.
필자가 흥미롭게 지켜보는 부분은 법원이 최종적으로 어떤 금액을 결정하느냐다. 스와치의 요구인 2600억원이 그대로 인정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삼성이 원하는 최소 배상액도 인정받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중간 지점에서의 합의점이 이번 사건의 핵심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 사건은 투명성과 책임성을 요구하는 시대를 반영한다. 플랫폼이 얼마나 정성스럽게 콘텐츠를 관리하는지가 기업의 신뢰도를 결정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는 삼성뿐 아니라 애플, 구글 같은 모든 플랫폼 기업에 전하는 경고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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