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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빈 카페하우스 문화: 300년 역사가 스며든 커피 한 잔의 철학

오스트리아 빈에서 시작된 독특한 카페하우스 문화의 역사와 의미를 탐험합니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빈의 커피 문화가 어떻게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이 되었고, 여행자들은 어떻게 즐길 수 있는지 알아봅시다.

박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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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빈의 영혼, 300년을 품은 카페하우스 문화

빈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빈에 가거든 궁전도 보고, 오페라도 관람하겠지만, 정말로 빈을 알고 싶다면 카페하우스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한 잔의 커피를 마주하고 그 자리에 오래 앉아 있어야 빈의 참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1683년, 포위전 속에 남겨진 커피의 선물

역사는 때로 우연 속에서 위대한 문화를 만든다. 빈의 커피 역사는 1683년 빈을 침략했던 오스만 제국 군대가 포위전에 실패하고 퇴각할 때 두고 간 커피콩 자루를 발견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그때였다. 전쟁과 포위의 절망 속에서 버려진 이 검은 콩이 300년의 역사를 만들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빈의 커피와 카페하우스 문화는 17세기 말 침략한 오스만 제국 군대가 남기고 간 커피콩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신기한 음료였다. 당시 커피는 유럽에서 비교적 새롭고 이국적인 음료였다. 하지만 빈 사람들은 이 음료에 매료되었고, 이를 통해 유럽 최초의 전문 카페하우스 문화를 건설해나갔다.

카페는 말하는 살롱, 생각하는 도서관

19세기 당시 빈은 15개 나라와 5000만명이 훨씬 넘는 인구를 거느린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수도였으며, 인구 200만의 대도시였다. 시민 절반 이상은 타지에서 온 사람들로, 독일어와 체코어를 비롯한 10여개 언어가 혼용되는 곳이었다. 이 다민족 제국의 수도에서 카페하우스가 무엇이 되었는지 생각해보자.

도망 중인 반체제 인물들이 안전하게 숨을 수 있는 공간이었던 빈의 지식인 공동체는 아주 작아서, 모든 이들이 서로를 알았으며, 카페하우스는 문화적 경계를 뛰어넘어 토론과 대화가 오가는 공간이었다. 그곳에서 지그문트 프로이트, 레프 트로츠키, 당시 화가를 꿈꾸던 아돌프 히틀러 등이 드나들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의 변화다. 카페하우스는 시인이나 소설가, 극작가 등 여러 문학인의 창작 공간이 되기도 하였다. 카를 크라우스의 잡지 《횃불》이 많은 부분 카페하우스에서 쓰였다고 알려져 있으며, 그 외에도 유명한 카페하우스 저술가로 아르투어 슈니츨러, 알프레트 폴가어, 프리드리히 토르베르크, 에곤 에르빈 키슈 등이 있었다. 시인 페터 알텐베르크는 심지어 우편물 배달 주소를 카페 첸트랄로 해두기도 하였다.

커피 한 잔에 담긴 철학

오스트리아의 카페하우스가 다른 이유는 커피 그 자체에 있다. 1685년 최초로 빈에 카페가 탄생했는데, 단순히 음료를 즐기는 곳이 아니라 예술과 지식을 공유하는 공간이자 문화의 장으로 발전하였다. 이제 카페는 빈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라고 할 정도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커피는 진화했다.

아인슈패너 커피(일명 비엔나 커피)를 비롯, 30여 종의 커피가 개발됐으며, 1910년에는 1,200곳의 카페가 영업을 할 정도로 카페가 많아졌다. 카페하우스에서는 커피에 물 한 잔을 곁들여 낸다. 터키 커피와 비슷한 진한 블랙 커피가 모카(Mokka)라 불리며, 모카를 베이스로 여러 가지 커피 음료가 만들어졌다.

이것은 단순한 음료 문화가 아니다. 더 이상 어디서나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시대에, 오스트리아의 카페하우스가 중요한 이유는 그곳의 '철학'에 있다. 빈에 왔다면 향기로운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책 한 권을 읽으며 여유를 마음껏 만끽해야 한다.

유네스코가 인정한 무형문화유산

2011년에 빈 카페하우스 문화(독일어: Wiener Kaffeehauskultur)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것은 단순한 영예가 아니다. 유네스코의 결정은 이 문화가 '인류 보편의 문화유산'이라는 의미를 담는다.

"빈 카페하우스는 커피를 마시는 곳이 아니라, 시간이 멈춘 공간이다. 그곳에서 당신은 누구나 될 수 있고, 어떤 생각이든 펼칠 수 있다."

빈 여행자를 위한 카페하우스 가이드

빈을 찾는 여행자라면 어디를 가야 할까? 빈의 랜드마크인 슈테판 성당으로부터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카페 센트럴은 1876년부터 긴 역사를 이어온 카페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레닌 등 당대의 지성들의 단골 카페였다고도 알려진 이곳은 자허토르테의 사과 버전인 아펠토르테(apfeltorte)가 유명하다.

또 다른 명소로 파리에 샹젤리제 거리가 있다면 비엔나에는 콜렌마르크트가 있으며, 이곳에 위치한 카페 데멜은 1786년에 설립된 로코코 스타일의 로맨틱한 카페이다. 오랜 역사 속에서 황실 전용 베이커리로 황실에 디저트를 납품하며 유명해진 곳이다.

커피하우스 문화를 제대로 즐겨보고 싶다면 카페 골드에그를 추천한다. 1910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이곳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현지인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여행자의 마음가짐

빈의 카페하우스를 방문할 때는 서둘러서는 안 된다. 이곳의 철학을 이해하려면 시간의 흐름을 버려야 한다. 한 잔의 커피를 마주하고, 신문을 펴 들고, 누군가의 책장을 넘기며,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앉아 있어야 한다.

그 순간이 되면 알게 된다. 왜 빈이 700년 이상의 건축 역사 속에서도 카페하우스를 특별히 꼽는지, 왜 제국이 몰락해도 이 문화만은 남았는지, 그리고 왜 일들이 가장 빨리 돌아가는 현대에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이곳으로 돌아오는지.

오스트리아 빈에서 300년을 버텨온 카페하우스는 단순한 카페가 아니다. 그곳은 역사의 증인이자, 삶의 교실이고, 여행자의 영혼을 쉬게 해주는 마지막 피난처이다. 빈 여행의 진정한 의미는 궁전의 계단을 밟거나 오페라의 관현악을 듣는 데 있지 않다. 대리석 테이블 위에 놓인 커피 잔과 마주하는 그 순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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