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시험과 지역 대학의 반전: 50.95% 합격률의 시대에 무엇이 달라졌나

4월 합격자 발표를 맞아 검색량이 급증한 변호사 시험. 역대 최저 수준 합격률 속에서 제주대 로스쿨이 정원 40명을 초과해 41명을 배출하며 주목받고 있다. 극심한 경쟁의 시대, 무엇이 합격을 가르는가.

오창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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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률 51% 시대, 변호사 시험이 다시 화제인 이유

법무부는 4월 23일 2026년도 제15회 변호사시험의 최종 합격자를 총 1,714명으로 결정했다. 시험이 끝나고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던 한 달간의 초조함을 뒤로하고, 이제 한국 사회의 눈은 법조계의 새로운 얼굴들에게 쏠렸다. 오늘 검색 트렌드의 정점을 차지하는 '변호사 시험'이 화제인 이유는 단순한 시험 결과를 넘어, 이 시대가 법조인을 선발하는 방식과 기준이 얼마나 가혹해졌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절반이 떨어지는 시대, 그 속에서 희망을 찾다

응시자 대비 합격률은 역대 세 번째로 낮은 50.95%였다. 이 숫자가 말하는 것은 냉정하다. 이번 시험에는 3,757명이 출원해 3,364명이 응시했으며, 이 가운데 1,714명이 합격했다. 절반 이상의 응시자가 꿈을 접어야 하는 현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합격장을 손에 쥐었다.

왜 지금 변호사 시험이 이렇게 화제일까. 변호사 수는 로스쿨 도입 당시인 2009년 약 1만 명에서 2026년 4월 기준 3만 8,234명에 이를 정도로 가파르게 급증했다. 공급은 계속 늘어나는데 수요는 제자리인 상황. 이는 합격 통지서 한 장의 무게를 더욱 무겁게 만든다. 마치 과거 여느 국가 시험처럼 변호사 시험도 이제 '누가' 합격했는가만큼 '누가 떨어졌는가'를 묻는 시대가 된 것이다.

정원 초과 합격, 제주대 로스쿨의 가슴 뭉클한 역전

이 가운데 눈에 띄는 이야기가 있다. 제주대 로스쿨이 제15회 변호사시험에서 41명의 합격자를 배출했으며, 제주대 로스쿨 역사상 최다 합격자 기록을 세웠다. 그것도 매년 정원이 40명인 학교에서 말이다. 최근 4년간 24~30명의 합격자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놀랄만한 성과다.

제주대의 성공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제주대 로스쿨의 필살기는 '변시 역량강화위원회'였으며, 2025년 9월 출범한 위원회는 전임교수들을 주요 과목별 위원으로 위촉해 수업에서 부족한 부분을 별도로 보충 강의하고, 답안 강평과 첨삭 지도도 병행했다. 이는 큰 규모의 로스쿨에서는 보기 어려운, 오직 정성과 밀착 지도만으로 이뤄낼 수 있는 결과다.

공직에 진출한 졸업생들과의 협업도 성과를 내고 있으며, 제주대 로스쿨은 올해 재판연구원 7명과 신규 검사 2명을 배출했고, 졸업생 가운데서는 경력 판사 1명, 경력 검사 2명이 나왔다. 선배 법조인들이 후배들의 꿈을 밀어주는 방식. 이는 과거 사법시험 시대처럼, 과거 도움의 손길이 현재를 만드는 사회적 연대의 모습이 아닐까.

AI 시대와 변호사의 미래: 기술이 던지는 질문

한편 변호사 시험이 이토록 치열해진 이유를 기술의 발전에서도 찾을 수 있다. 리걸테크와 생성형 AI의 급격한 발전도 변호사 배출 규모를 줄여야 하는 이유로 제시되었으며, 전문가들은 2030년에 이르면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직 직무의 70~80%까지 자동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기계가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늘어나는 시대. 그렇기에 더욱 뛰어난 법조인만이 생존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변호사 시험의 합격률이 떨어지는 것은 단순히 경쟁이 심해진 것이 아니라, 법률 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는 사회적 요청이기도 한 것이다.

누군가의 합격, 누군가의 좌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청년들에게 변호사 시험은 더 이상 '꿈'이 아니라 '도박'에 가깝다. 정원을 넘어서는 응시자, 떨어지는 합격률, 기술로 대체되는 직업 영역. 이 모든 것이 겹쳐 있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합격장을 받는다.

제주대 로스쿨의 41명 합격자들도, 서울의 대형 로스쿨에서 배출된 합격자들도 모두 절반의 확률을 극복해낸 이들이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밤을 새웠을까. 얼마나 많은 좌절을 겪었을까.

변호사 시험이 오늘 실시간 검색 1위에 오른 것은 합격자 발표라는 계절적 이유도 있지만, 더 깊은 곳에는 이 시대 청년들의 불안과 희망이 뒤섞인 현실이 있다. 절반이 떨어지는 시대에 합격한 1,714명의 이름에는, 그들을 미루고 뒤로 물러서야 했던 1,650명의 이야기도 함께 담겨 있는 것이다.


기자 오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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