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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의 '서면제청' 논란, 법관들도 '분노 중'...권력투쟁의 새로운 전장이 되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를 서면으로 제청하며 오랜 관례를 깼다. 청와대의 강한 반발과 법조계의 내분 속에서 판사들도 입장 표현에 나서고 있다.

오창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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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례를 깬 한 통장의 편지, 법관들까지 흔들다

법관의 세계는 차분하고 신중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조용한 공간에 요즘 불만이 감돌고 있다고 합니다. 대법원 내부까지 들썩이게 만든 사건, 무엇일까요?

5개월의 침묵을 깨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손봉기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사법연수원 22기)와 김성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24기)를 신임 대법관 후보로 이재명 대통령에게 서면 제청했습니다. 지난 3월부터 계속되던 대법관 공석 상태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죠. 하지만 이것이 단순한 인사 발표가 아니었습니다.

"법원을 또 공격 대상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

여권에서 나온 목소리들입니다. 왜 이렇게까지 격렬한 반응이 나왔을까요?

'관례'라는 눈에 띄지 않는 약속

그 이유는 바로 조희대 대법원장이 '서면'으로 제청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통상 대법원장이 청와대와 사전 조율한 뒤 대통령을 직접 만나 후보를 제청해온 관례와 달리 이번에는 별도 협의 없이 서면으로 후보를 제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생각해보면 사소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중요할까요?

관례에는 신뢰가 담겨 있습니다. 그동안 청와대와 대법원장이 협의를 거쳐 후보를 정한 뒤 대법원장이 대통령을 직접 찾아 제청하는 방식이 관례였거든요. 서로 대면하고, 얼굴을 보고 대화를 나누며 신뢰를 쌓는 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은 그 과정을 건너뛰었습니다.

서면 뒤의 의도, 누가 먼저 관례를 깼나?

여권은 들고 일어났습니다. "권력 분리를 무시했다!", "대통령과 상의하지 않았다!" 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런데 잠깐, 반대 진영의 목소리도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관행"은 여당이 먼저 어겼다며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며 "야당이 법제사법위원장을 맡는 관행은 깨놓고 이제 와 관행을 문제 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어떤 형사 피고인이 감히 자신을 재판할 대법관을 협의해서 고르나"면서 "이 대통령 임기는 5년이고 대법관 임기는 6년이다. 지금 앉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물러난 뒤 자기를 앉힌 사람의 재판을 맡는데 누구도 자기 사건의 재판관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법원 내부의 부글거림

그런데 가장 흥미로운 것은 법관들의 반응입니다. 보통 판사들은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습니다.

수도권의 한 고법 판사는 "대법원장은 기존의 본인 소신대로 임명 제청을 한 것"이라며 "정치권에선 청와대가 기대했던 사람이 아니고 협의 없이 제청했다고 지적하지만, 기존의 전통적인 시각에서 보면 손 부장판사는 충분히 대법관을 하실 만한 분"이라고 하면서 "계속 대법원 선고가 연기되면 전체 국민에게 피해가 가기 때문에, 대법원장이 국민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을 한 것"이라며 "대부분의 판사들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 말 속에 숨겨진 심정을 읽어봅시다. '대법원장이 하기 싫어도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뜻이 아닐까요? 5개월간 공석이 계속되면서 사건 재판이 지연되고, 그 피해는 국민들한테 돌아가는 상황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담한 결단을 내렸다는 해석입니다.

왜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청와대는 노 전 대법관 후임 후보로 김민기 수원고법 판사를 1순위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여성이면서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 이재명 정부가 임명하는 첫 대법관으로 적정하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김 판사 남편이 오영준 헌법재판관이라는 점에 난색을 보였습니다. 법원 내부의 중한 직책에 있는 사람들의 배우자를 대법관으로 임명하는 것에 대한 우려였던 것 같습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조희대 코트'에 품고 있는 불신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는 시각도 있으며, 대선 직전인 지난해 5월 대법원이 2심에서 무죄로 선고됐던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전원합의체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해 이 대통령의 대선 출마가 막힐 뻔한 일이 있은 이후 여권에서는 "조 대법원장과 같이 갈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했던 겁니다.

이제 어떻게 될까

향후 청와대가 대법관 임명을 거부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헌법상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기 때문에, 이재명 대통령이 '동의할 수 없다'고 거부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조 대법원장은 출근길에 서면 제청 배경을 묻는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침묵으로 일관하는 대법원장. 그 침묵 속에는 어떤 신념이 담겨 있을까요?

가슴 아픈 현실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겁니다. '법원은 정치와 무관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 말입니다. 법은 정의의 상징이고, 판사는 그 정의를 지키는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법원도 정치의 영향권 밖에 있지 않다는 것을 이번 '서면제청 논란'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법원장이 해야 할 결정까지도 정치적 계산과 신뢰의 문제가 얽혀 있는 것입니다.

법관들이 부글거리는 이유도 결국 같습니다. "법원을 또 공격 대상으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묻어나는 겁니다. 판사들은 판사로서 남은 양심이 흔들리는 상황을 견디기 힘든 것 같습니다.

5개월간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관례를 깬 결단. 그 결단이 옳았는지, 그른 것인지는 역사가 판단할 것입니다. 다만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 할 것은 이겁니다. 사법부의 독립은 한 개인이나 한 기관의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것이라는 사실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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