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 700원 확정, '1만원 시대' 안착 뒤에 감춰진 제도 개혁의 과제
2027년 최저임금이 1만 700원으로 확정되며 3년 연속 1만원 시대가 이어지게 됐다. 하지만 물가를 감안하면 실질임금은 제자리인 데다, 배달라이더 등 플랫폼 노동자 보호 문제는 여전히 미해결 상태다.
1만 700원으로 확정된 내년 최저임금, '3.7% 인상'이 정말 '인상'일까
올해 1만 320원에서 380원, 3.7% 인상된 수준으로 14일 최저임금위원회는 2027년도 최저임금으로 시급 1만 700원을 의결했다. 지난 105일간의 격렬한 노사 싸움 끝에 나온 결정이다. 하지만 기계적으로 3.7%를 더했다고 해서 노동자들의 삶이 3.7% 나아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필자는 이 숫자 뒤에 숨어있는 더 큰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본다.
노사 모두 '불만족'인 그 이유
표결에서는 사용자위원안이 15표를 얻어 근로자위원안 11표를 앞섰다. 노동계는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보다 16.3% 높은 1만 2000원을, 경영계는 동결 수준인 1만 320원을 제시했으니, 최종 결정은 양쪽 모두의 '차선책'이다.
한국노총 류기섭 사무총장은 최저임금이 3.7% 인상된 것을 물가와 노동자가 실제로 부담하는 생계비 상승을 고려하면 사실상 동결에 가까우며, 최저임금의 생계보장 기능을 회복하기에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경영계도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렇다면 실제로 얼마나 받게 될까? 주 40시간 기준 유급 주휴를 포함해 월 209시간 근로 시 월급은 약 223만 6300원으로 올해보다 약 7만 9420원 늘어난다.
물가 앞에서 초라해지는 임금 인상
더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KDI는 2027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2%, 한국은행은 2026년 5월 최신 경제전망에서 2.3%로 전망했으며,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할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최저임금의 실질 인상률은 명목상 인상률보다 상당히 낮아질 수 있다.
결국 명목상 3.7%의 인상도, 물가를 고려하면 실제 구매력으로는 1.4% 정도에 불과한 셈이다. 필자는 이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 노동자가 받는 것은 종이 위의 숫자일 뿐, 실제 생활에서 체감하는 임금 인상은 극히 미미하다는 뜻이다.
더욱 국제적 맥락에서 보면 답답함이 커진다. 현실 구매력 지표로 활용되는 '빅맥 지수'로 살펴본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은 한 시간 일해도 햄버거 단품 2개조차 사지 못하는 처지이며, 일본 2.2개, 미국·영국 2.5개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확연히 낮은 수준이다.
가장 큰 과제: 플랫폼 노동자는 여전히 사각지대
다만 희망적인 신호도 있다. 2027년도 심의에서 도급제 노동자에게 생산량, 건수 또는 업무 실적 단위로 별도의 최저임금을 정할 것인지가 중요한 안건이었으며, 배달라이더, 택배기사, 대리운전기사, 방문판매·학습지 교사 등 정해진 시급보다 수행 건수에 따라 보수를 받는 플랫폼·특수고용 종사자와 직결된 문제다.
이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것 자체가 현재 노동 현실의 변화를 인정하는 신호다. 공익위원들은 플랫폼 노동자 등 변화하는 산업 구조에 맞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판단하여, 고용노동부에 '최저임금 제도개선 추진단' 설치를 강력히 권고했으며, 앞으로 플랫폼 노동자의 최저임금 보장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제도는 현실을 따라가야 한다
뉴스 제목처럼 "플랫폼 등 노동환경이 변하는데 제도는 제자리"라는 말이 맞다. 배달앱이 일상화되고, 프리랜서 경제가 확대되는 현실에서 여전히 전통적 고용 관계만을 상정한 최저임금 제도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필자는 이번 3.7% 인상 결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제도 개혁이라고 본다. 물가를 넘는 임금 인상도 필요하고, 특고·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도 시급하다. 공익위원들까지 제도 개선을 공식 권고하면서 최저임금 결정 구조 개편 논의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가 변했다. 하지만 최저임금 제도는 40년 전 틀을 벗지 못했다. 이제는 달라진 노동의 현실을 담을 수 있는 새로운 규칙이 필요하지 않을까.
기자명: 박진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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