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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게임 새 역사 쓴 '붉은사막', AI 미고지 논란으로 흥행 그늘

출시 첫날 200만장 판매로 한국 게임 최초 기록을 세운 펄어비스의 '붉은사막'이 AI 활용 미고지 논란에 휘말려 환불 급증 사태에 직면했다.

추익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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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 사상 최대 흥행작 '붉은사막', 7년 기다림 끝에 새 역사 창조

펄어비스의 야심작 '붉은사막'이 출시 첫날 전 세계 200만장 판매라는 한국 게임 최초 기록을 세우며 K-게임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2019년 첫 공개 이후 7년간의 개발 기간을 거쳐 20일 드디어 베일을 벗은 이 작품은 국내 게임 산업 역사상 유례없는 성과를 기록했다.

업계 관점에서 보면, 이는 단순한 판매 기록을 넘어선 의미를 지닌다. 한국 최초의 AAA급 오픈월드 게임으로 분류되는 붉은사막은 그동안 온라인 MMORPG와 모바일 게임 중심이었던 국내 게임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게임체인저로 평가받는다.

실제 게임 접속 지표도 이를 뒷받침한다. 글로벌 PC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붉은사막은 출시 당일 최고 동시 접속자 수 약 24만명을 기록하며 최상위권에 올랐다. 스팀 외에도 플레이스테이션5, 엑스박스 시리즈 X|S, 애플 맥, 에픽게임즈 스토어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동시 출시되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전략을 보여줬다.

기술적 성취와 차별화된 개발 철학

펄어비스는 자체 게임 엔진인 '블랙스페이스 엔진'을 기반으로 사실적인 광원 효과와 역동적인 전투 연출, 방대한 오픈월드 설계를 구현했다. 이는 업계에서 주목할 만한 기술적 도전이었다. 대부분 게임들이 언리얼이나 유니티 같은 상용 엔진에 의존하는 것과 달리, 펄어비스는 7년여의 개발 기간 동안 자체 엔진 개발을 고집했다.

파이웰 대륙의 크기는 세계 최고의 오픈월드 게임들인 '엘더스크롤: 스카이림'보다 최소 2배 이상 크며, '레드 데드 리뎀션 2'보다도 거대하다고 펄어비스는 밝혔다. 이는 한국 게임 개발사의 기술적 역량이 글로벌 AAA급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AI 활용 미고지 논란, 흥행에 먹구름

하지만 화려한 출발과 동시에 예상치 못한 논란이 발생했다. 3월 20일 출시 당일, 게임 내 특정 그림이 생성형 AI로 제작된 것으로 의심된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문제의 이미지는 첫 번째 도시인 에르난드 영역 남서쪽 오큰실드 저택 내부 계단에서 발견되었다.

레딧에 올라온 관련 게시물이 4천 개 이상의 좋아요를 기록하며 논란이 확산되었고, 이로 인해 3월 20일 스팀 환불 문의가 폭증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스팀은 2025년부터 게임에 생성형 인공지능을 이용한 부분이 있다면 반드시 해당 사실을 명시해야 한다는 약관을 신설했는데, 붉은사막의 상점 페이지에는 이를 명시하지 않아 플레이 시간에 관계없이 환불이 가능해진 상황이다.

개발사의 늦은 해명과 수습 노력

펄어비스는 논란이 확산된 후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회사는 "개발 과정 중 초기 단계의 반복 작업의 일환으로 실험적인 AI 생성 도구를 사용하여 일부 2D 비주얼 소품들을 제작했다"며 "이러한 에셋들은 제작 초기 단계에서 게임의 전반적인 톤과 분위기를 신속하게 탐색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에셋 중 일부가 의도치 않게 정식 출시 버전에 포함되었으며, 이는 당사의 내부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일"이라며 "AI 활용 여부를 명확히 공개했어야 함을 인정한다"고 사과했다. 현재 모든 인게임 에셋에 대한 전수 조사를 진행 중이며, 문제가 된 모든 콘텐츠를 교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가 급락과 업계 우려

출시 기대감으로 이달 10일 기준 연초 대비 2배가량 오른 7만2000원까지 치솟았던 펄어비스 주가는 AI 논란 이후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며 하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투자자들의 우려가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집념의 사나이답게 7년간 이 작품에 모든 것을 걸어온 개발진과 업계 입장에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메리츠증권 이효진 연구원은 "붉은사막 판매량은 올해 500만장 이상 수준으로 예상되며, 중국 시장에서 성과를 낼 경우 판매량이 900만장을 넘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지만, AI 논란이 이러한 장기 전망에 미칠 영향은 아직 불투명하다.

한국 게임 산업의 전환점에서

출시 첫날 200만 장 판매라는 한국 게임 산업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붉은사막이 장기 흥행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가 업계의 최대 관심사다. 최근 'P의 거짓'과 '스텔라 블레이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연이어 성공하며 가능성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붉은사막은 그 변화의 정점에 설 게임이었다.

새로운 지식을 쌓아가며 이 분야를 깊이 파헤쳐본 결과, AI 활용 투명성 이슈는 단순히 펄어비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샌드폴 인터랙티브의 '클레어 옵스큐어: 에스페디시옹 33'이 AI 텍스처 문제로 인디 게임 어워드 수상이 취소되고, 엠바크 스튜디오 역시 '아크 레이더스' 내 AI 생성물을 교체하는 등 글로벌 게임업계 전반의 이슈가 되고 있다.

한국 게임 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기술력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을 수 있는 중요한 기로에서, 투명성과 윤리적 개발 관행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부각되고 있다. 붉은사막의 향후 행보가 K-게임의 미래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될 전망이다.


추익호 기자 trashboy@tren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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