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6 min read

불지옥 유럽, 9만 명 대피 중…스페인 '국가 비상사태' 첫 선포

40도를 넘는 폭염 속 프랑스와 스페인을 덮친 대형 산불로 23만 명 이상이 대피했다. 스페인은 사상 처음으로 산불을 이유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박상훈기자
공유

불지옥 유럽, 9만 명 대피 중…스페인 '국가 비상사태' 첫 선포

그때였다.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데다 폭염과 건조한 날씨까지 겹치면서 진화 작업이 어려워지고 있었다. 유럽의 남쪽 하늘은 이미 붉게 물들어 있었다.

역사적 결단, '국가 비상사태' 선포

스페인은 수도 마드리드 외곽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전역으로 확산하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는 스페인에서 산불로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된 것이 처음인 역사적 결정이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 사태의 심각함은 수치로 생생하게 드러났다.

불길은 멈추지 않았다

프랑스와 스페인을 덮친 최악의 산불로 25일 현재까지 23만명 넘는 주민이 대피했다. 스페인 쪽에서만 약 6만명이 피난했다. 그곳이 어떤 곳이었는가. 해당 지역은 수도 주민들의 별장이 밀집한 곳이었다. 휴가를 즐기려던 사람들이 갑작스레 생명을 지키기 위해 도망쳐야 했던 것이다.

마드리드 인근의 대형 산불 2건이 합쳐지면서 주택 43채가 파괴되고 30평방킬로미터를 태웠다. 프랑스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남서부 지롱드 지역 산불은 1만㏊ 이상을 태우며 올여름 프랑스에서 발생한 산불 가운데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번 화재가 스스로 기류를 만들어내며 방향을 바꾸는 '대류성 화재'라는 점이었다. 불이 자체적으로 거대한 기류를 생성해 연쇄적으로 번져 나가는 극도로 위험한 상태였다.

폭염이 만든 악의 악순환

이 재난을 만든 범인은 따로 있었다. 지난 23일 스페인 무르시아 지역 기온은 44.7도까지 올랐고, 22일에는 아빌라 일부 지역에서 최고 42도를 기록했다. 유럽은 지난 5월부터 이상 고온 현상에 시달려왔으며, 이번 폭염의 원인은 유럽 상공에 정체된 고기압이 북아프리카와 사하라 사막의 뜨거운 공기를 끌어올린 데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폭염이 사라지기라도 할까? 아니다. 이런 폭염이 한 차례로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 더욱 악순환을 낳고 있다. 이전에 다룬 폭염이 강제한 선택—에어컨을 둘러싼 유럽 정치권의 딜레마처럼, 유럽은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과 기후 위기 사이에서 몸을 날리고 있다.

국제 협력의 손길

절망 속에서 희미한 빛이 있었다. EU 집행위원회는 프랑스와 스페인의 요청에 따라 소방 항공기 등을 긴급 지원했다. 그리스는 스페인에 소방 항공기 2대를 파견했고, 크로아티아는 프랑스에 소방 항공기와 진화 인력을 지원했다. 이웃 나라들의 손을 맞잡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소방 당국은 가용 인력과 자원을 총동원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기상 여건이 좋지 않아 현장 대응에 어려움을 겖고 있다. 유럽은 여전히 불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이 여름이 언제까지 이런 악몽을 이어갈지, 그 끝을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loading...

💡

통찰 훈련소

0/7 완료

기사를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

loading...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