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산악인에서 명품 런웨이까지, 기능성 패션이 2026년 왜 다시 핫할까?

2026년 봄/여름 런웨이를 점령한 기능성 패션. 날씨 저항 디자이너 재킷과 고르프코어가 '멋'이 된 이유는 1960년대 현대주의 건축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박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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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산악인에서 명품 런웨이까지, 기능성 패션이 2026년 왜 다시 핫할까?

'이 옷, 산에 입으려고 사는 거 맞아?'

2026년 봄/여름 패션위크에서 '고르프코어(Gorpcore)'라고 불리는 기묘한 트렌드가 런웨이를 점령했습니다. Saint Laurent, Fendi, Miu Miu 같은 명품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선보인 건 무엇일까요? 바로 방수 가능한 기능성 디자이너 재킷, 오버사이즈 펑넬 칼라 윈드브레이커, 그리고 등산복처럼 보이는 고급 의류들입니다.

필자는 이 현상이 단순한 패션의 반복이 아니라, '편함 추구'라는 더 깊은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비싼 돈을 내고 싸구려 등산복처럼 보이는 옷을 입는 세대, 그것이 바로 2026년의 Z세대입니다.

## 지금 유행하는 이것 - 기능성 패션의 부활

기능성 패션(Functional Fashion)은 2026년 가장 흥미로운 패럭스 중 하나입니다. 럭셔리 브랜드들이 주중에 입을 수 있는 '쓸모 있는' 옷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실크처럼 우아하면서도 물에 튕기고, 세련되면서도 포켓이 많고, 디자이너 로고가 있으면서도 카고 팬츠처럼 실용적이라는 게 핵심이죠.

Saint Laurent, Fendi, Miu Miu 같은 브랜드들이 날씨 저항 디자이너 재킷을 런웨이 전체에 펼쳐 놓았습니다. Stella McCartney와 Tom Ford는 봄/여름 2026 컬렉션에서 란제리 디자인을 접목시켰고, Loewe와 Fendi는 1990년대 풍의 오버사이즈 윈드브레이커를 재해석했습니다.

'고르프(Gorp)'란 단어가 있습니다. 배낭여행자들이 등산 중 먹는 혼합 견과류를 일컫는 말이죠. 'Good Ole Raisins and Peanuts'의 약자라고도 하고, 그냥 영국 슬랭이라고도 합니다. 2026년 이 단어가 다시 주목받는 건 흥미롭습니다. 등산과 야외 문화가 명품 패션계의 영감이 됐다는 뜻이거든요.

##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 기능성 디자인의 역사적 기원

기능성 패션의 역사는 1960년대 현대주의(Modernism) 건축과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에서 시작합니다.

1950~60년대 유명한 건축가 르 꼬르뷔지에(Le Corbusier)나 미스 반 더 로에(Mies van der Rohe) 같은 인물들이 주창한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는 원칙이 있습니다. 이는 아름다움과 쓸모가 한 몸이어야 한다는 철학이었어요.

1970~80년대에는 이 철학이 패션계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등산과 야외활동 산업이 성장하면서, Gore-Tex 같은 방수 소재 기술이 발명되었죠. 처음에는 정말로 '산에 다니는 사람들'을 위한 기능성 의류였습니다. 무겁고 촌스럽고, '패션'과는 거리가 먼 옷들이었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뉴욕의 힙스터들과 패션 피플들이 이 등산복을 거리에서 입기 시작했습니다. 고급 브랜드의 정장과 등산복의 혼합이 시작된 거죠. 이를 '야외 용품점(outdoor retail)'의 약자로 '고르프코어'라고 부르게 된 겁니다.

## 역사가 반복되는 이유 - 왜 지금 다시 유행하는가

'미니멀리즘의 피로'가 핵심입니다.

2010년대 중반부터 지난 10년간, 패션계는 무드한 베이지, 밀레니얼 그레이, 심플한 아이보리의 시대를 살았습니다. 필자는 이 시간이 우리 모두에게 지친 시간이었다고 봅니다. 컬러풀해야 살 것 같은데, 사회적으로 '절제 있는 것이 멋있다'는 강박이 있었거든요.

2026년의 Z세대는 다릅니다. 트렌드 분석가들은 '몇 시즌 동안의 미니멀리즘과 무드한 팔레트 이후, 진자가 스윙했다'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Z세대가 원하는 것이 '화려한 패션'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들이 원하는 건 '실제로 쓸 수 있는 예쁜 옷'이거든요.

경제 불안, 환경 문제, 디지털 피로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기능성과 감정적 안정감을 주는 의류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포켓이 많으면? 좋습니다. 비 오는 날씨에도 입을 수 있으면? 더 좋습니다. 근데 예쁘면? 최고죠.

또한 Y2K 리바이벌이 기능성 패션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2010년대 감성이 돌아오면서 Paris Hilton, Nicole Richie, Lindsay Lohan 같은 아이콘들의 스타일이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그들은 '멋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편함을 추구하는' 세대였거든요.

## 알면 더 재미있는 이야기 - 관련 재미 팩트

재미 팩트 1: 포켓의 부활

2026년 기능성 패션에서 '포켓의 존재'가 얼마나 큰 이슈인지 아시나요? 패션 에디터들은 실제로 '포켓이 있는 드레스'를 선호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여성 의류에서 포켓을 배제해온 옷 산업에 대한 조용한 저항입니다.

여성들이 수십 년간 휴대폰, 립글로스, 카드를 어디에 넣을지 고민해야 했던 시대는 끝났다는 뜻입니다.

재미 팩트 2: '고르프' vs '라크스(Luxe)'의 전쟁

패션계에서는 이 트렌드를 보고 재미있는 용어들을 만들어냈습니다. 고르프코어가 유행하자, 이에 저항하는 사람들은 '럭셔리 코어(Luxury Core)' 또는 '조용한 사치(Quiet Luxury)'를 강조합니다. 포켓이 있는 재킷 vs 미니멀한 캐시미어 스웨터. 2026년 런웨이는 이 두 철학의 전쟁터가 되었습니다.

재미 팩트 3: 우리 엄마 옷장의 부활

기능성 패션 열풍 속에서 '어머니 세대의 등산복'이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1980~90년대에 여성들이 입었던 컬러풀한 나일론 재킷, 방수 조끼, 테크 수재킷들 말이에요. 이제 럭셔리 브랜드들이 이 '촌스러운' 옷들을 비비한 가격으로 '재해석'하고 있습니다.

추천: 영화와 드라마로 보기

  • 영화 <Erin Brockovich(2000)>: 기능성보다 여성성을 강조하던 시대의 패션을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2026년을 보면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 수 있어요.
  • 드라마 <The Office(미국판, 2005~2013)>: 사무직 여성들의 평범한 옷차림이 2026년의 '기능성 패션'과 얼마나 비슷한지 보세요. 시대가 '편함은 멋있다'고 인정하게 된 거죠.
  • by Robin Wall Kimmerer: 자연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 기능성 패션의 철학적 배경에는 '자연 속에서의 삶'이 있습니다.

## 마치며

필자는 2026년의 기능성 패션 열풍이 단순한 트렌드라고 보지 않습니다. 이는 Z세대의 실용성과 진정성을 추구하는 가치관이 패션계에 본격적으로 반영된 신호라고 생각해요.

더 이상 '예쁘지만 불편한 옷'을 찾지 않는 세대. 더 이상 '비싸면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 세대. 하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는 걸 아는 세대.

아마도 앞으로 10년, 20년 뒤를 보면 우리는 '2026년이 패션의 분기점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포켓과 방수 소재가 명품의 조건이 된 시대. 그것도 나쁘지 않지 않을까요?


박진희 기자

역사 속 트렌드 담당. 옷장 구석의 오래된 윈드브레이커를 다시 입기 시작한 필자도 이 현상의 한복판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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