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축구의 새 역사를 쓰다, 일본의 투지와 준비가 빚은 월드컵 신화
일본이 튀니지를 4-0으로 완파하며 아시아 국가 최초로 월드컵 단일 경기 4골을 기록했다. 8년간의 모리야스 감독 체제에서 완성된 '세로 지배' 전술과 준비의 결실이 이 승리에 담겨있다.
아시아 축구의 새 역사, 일본의 시대가 올까
FIFA 월드컵 통산 1,000번째 경기에서 우에다 아야세를 앞세운 일본이 튀니지를 4-0으로 완파하며 32강 진출을 눈앞에 뒀다. 단순한 승리가 아니다. 아시아 국가가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4골 이상을 넣은 것은 일본이 처음이다. 4골 차 승리 역시 아시아 국가의 월드컵 본선 최다 점수 차 승리 기록이 되었다.
필자는 이 경기를 보며 생각했다. 일본 축구는 정말 변했다는 것을. 거칠고 투박하던 과거의 '투지 축구'에서 벗어나, 정교하고 체계적인 '기계처럼 완벽한 축구'로 진화했다. 핵심 선수가 부상으로 이탈해도, 교체를 통해 새로운 선수가 들어가도 경기력은 기계처럼 일관성이 있었다.
8년의 준비가 이루어낸 결과
이런 완성도는 하루아침에 나오지 않는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2018년부터 현재까지 일본 축구 국가대표팀의 감독으로 재직 중이며, 꾸준히 팀을 다듬어왔다. 모리야스 감독은 "준비 과정에서 코치진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명확하게 짚어주었기에 선수들이 각자의 잠재력을 아낌없이 발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 축구가 오랫동안 꿈꿔온 '월드컵 우승'은 일본의 이런 체계적인 준비 속에서만 가능해 보인다. 감독의 장기 집권, 명확한 철학, 지속적인 인재 육성—이 모든 게 맞물려 돌아갈 때 국제 대회에서 성과가 나온다. 2026 월드컵 한국 월드컵 첫 승리를 거머쥔 기사를 보면, 우리도 같은 고민을 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간을 지배하는 축구의 진화
기사에서 언급한 "가로가 아닌 세로로 지배한다"는 표현이 흥미롭다. 이는 좌우 날개로 측면 공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수직 빌드업과 빠른 침투로 깊이 있는 공격을 만든다는 뜻이다. 일본은 골키퍼부터 빌드업을 시작해서 짧은 패스로 순식간에 전방까지 진입했고, 페널티 박스 왼쪽 지역에서 나카무라 게이토가 낮고 빠르게 문전으로 보낸 볼이 가마다의 뒷발에 맞고 골대로 들어갔다.
이는 일본 월드컵 역사상 최단 시간 득점이었다. 전반 4분이라는 초반부터 상대를 압도했다는 의미다.
한국 축구에 던지는 질문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한국 축구인들이 이 경기를 보며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박지성 같은 레전드 선수들도 언급했듯이, 한국은 과거 일본을 앞서갔었다. 하지만 지금? 일본과 네덜란드의 극적 무승부 기사를 보면, 일본은 세계 최고 팀들과도 당당히 맞서고 있다.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부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것이다. 일본이 8년을 어떻게 준비했는지, 모리야스 감독 체제에서 무엇을 바꿨는지, 젊은 선수들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육성했는지. 이 모든 게 우리가 향후 월드컵을 준비할 때 꼭 필요한 교훈이다.
100년 안에 우승이라는 목표
일본이 월드컵 우승을 선언하는 것을 "허풍"이라고 깎아내리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이번 경기를 보면 그게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한 경기 아시아팀 최다 득점 기록과 함께 월드컵 1000번째 경기에서 의미 있는 승리를 거두었다.
"100년 안에 월드컵 우승"이라는 목표는, 생각해보니 그리 거창하지 않을 수도 있다. 체계적인 준비, 지속적인 투자, 일관된 철학—이것들이 모이면 불가능이 현실이 된다. 일본의 이번 승리는 그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한국 축구도, 아시아 축구도 이제 각성해야 할 때다. 그들의 성공이 우리의 패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얼마나 더 치열하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신호일 뿐이다.
박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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