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치기 방중, 새 다리를 건넌 김정은…중국 서열 4위와의 만남이 의미하는 것
김정은이 새로 개통한 신압록강대교를 통해 중국 단둥을 당일 방문해 중국 권력 서열 4위인 왕후닝과 회담했습니다. 북중 경협 강화와 함께 북미 회담 조율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예고 없는 당일치기 방문, 역사와 현재가 만나다
역사가 새로 쓰인 순간이 있다. 며칠 전 개통한 신압록강대교 위로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걸어간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예고 없이 중국 랴오닝성 단둥을 방문했다는 발표는 한반도 외교판에 작은 지진을 일으켰다. 왜 이 방문이 특별한가? 왜 기자는 이 뉴스에 주목하는가. 그 이유를 풀어보자.
신다리 위의 상징적 만남
김 위원장은 신압록강대교를 통해 중국에 도착한 뒤 항미원조기념탑에 헌화하고 기념관을 관람했으며, 단둥의 자동차 공장도 시찰했다. 말하자면 이것은 단순한 방문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이 방문은 뉴욕시간 신압록강대교가 개통된 지 약 일주일 후에 이루어졌으며, 12년 만에 두 나라를 연결한 이 다리는 경제 교류 확대의 상징으로 평가받고 있다. 북한의 지도자가 직접 이 다리를 건너며 신압록강대교의 의미를 세계에 천명한 셈이다.
중국 권력 4위와의 만남, 왜 중요한가?
여기서 눈여겨볼 점이 있다. 김정은은 중국 권력 서열 4위인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과 회담했다. 처음에는 중국 총리 리창을 만날 예정이었다는 관측도 제기됐지만, 최종적으로는 왕후닝이 일정을 함께했다.
왕후닝은 누구인가? 왕후닝은 중국 공산당 정치국상무위원회 위원이자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 주석이다. 시진핑 주석의 오른팔로 불리는 그가 직접 김정은을 영접했다는 것 자체가 중국의 북한에 대한 정중한 태도를 보여준다.
왕 주석은 이날 오전 중국 랴오닝성 단둥의 항미원조기념관 광장에서 김 위원장을 영접했다. 이것은 의례(儀禮)였다. 그리고 왕 주석은 김 위원장의 일정을 함께한 뒤 귀국길에 신압록강대교까지 나가 배웅했다. 시작부터 끝까지, 최고의 예우가 뒤따랐다.
협력 강화의 신호
김 위원장은 왕 주석과의 회담에서 '오랫동안 중국이 조선(북한)의 사회주의 사업을 지원하고 도와준 데 대해 감사한다'며 '양측의 협력 전망은 매우 넓다'고 말했다. 말이 곱고 담담하지만, 이 속에는 강한 신호가 담겨 있다.
양측은 신압록강대교 개통을 계기로 인적 교류와 경제·무역 협력을 확대하자는 뜻도 밝혔다. 경제 협력이 구체화된다면, 이는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를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것이다.
국제정치의 맥락에서
これが(역사적 배경이)중요하다. 이번 일정은 중국군의 6·25전쟁 참전 기념일인 10월 25일을 앞두고 이뤄졌다. 1950년 10월 25일, 중국의 인민지원군이 한반도에 입장했다. 그로부터 76년이 지난 2026년, 김정은은 그 당일을 하루 앞두고 중국을 방문한 것이다. 이것은 관례(慣例)였을까, 아니면 의도였을까?
국제정치 분석가들의 시선도 교차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북·러 밀착에 대응한 중국의 대북 영향력 강화에 주목했고, 블룸버그는 북·미 회담 사전 조율 가능성을 제시한 전문가 견해를 전했다.
다만 한 가지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별도 회담을 했다는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최고 지도자와의 정상회담 없이 관료급 회담으로 마무리된 것이다. 이 또한 메시지다. 중국이 북한을 얼마나 중시하는가, 그리고 얼마나 통제하려 하는가를 함께 보여준다.
왜 이것이 중요한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북·중 관계에서 비롯된다. 러시아와의 밀착 이후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를 재정비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새 다리가 열리고, 당일치기 방문이 이루어지며, 경협 확대의 대화가 오간다. 이 모든 것이 모여 한반도 정국의 한 장(章)을 이룬다.
북미 대화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움직임과도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중국과 경협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미국과 대화할 길을 열어두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해석도 가능하다.
다만 미국의 회담 타진에 북한이 응답하지 않아 연내 북·미 정상회담 전망은 불투명하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현재로선 중국 쪽 움직임이 먼저 이루어진 셈이다.
새 다리가 역사를 만든다. 그 위를 걸어간 지도자의 발걸음이 국제정치의 방향을 재설정한다. 이것이 국제뉴스의 묘미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복잡한 이해관계와 미래 전략이 얽혀 있다. 앞으로의 전개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한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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