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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모든 답을 주는 시대,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건축가 김성훈이 AI 급속도 발전의 시대에 기술의 편리함 뒤에 숨겨진 본질적 가치를 묻는다.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것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성찰한다.

정정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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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모든 답을 주는 시대,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기술이 빠르게 변할수록 그것을 따라가기에만 급급하다. AI가 일상의 거의 모든 영역을 대신하는 지금, 우리는 한 발 물러서서 질문해야 한다. 과연 기술 발전이 곧 진보인가. 편리함이 곧 행복인가.

건축가이자 공간기획자인 김성훈 지음플러스 대표는 건국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 겸임교수로서, 이 문제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있다. 그가 한경닷컴 칼럼 "[더 라이프이스트-김성훈의 지속 가능한 공간]"을 통해 거듭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지속가능성이란 무엇이며, 우리는 어떤 미래를 만들고 있는가.

건축에 숨겨진 결핍을 보다

지난해 지역 도시의 공간기획에 참여하며 김 대표가 마주한 현실은 씁쓸했다. 건축 설계는 완벽하다. 구조는 견고하고, 마감은 깔끔하며, 동선은 효율적이다. 하지만 공간기획이 실패했다. 누구를 위한 공간인지, 어떤 이야기를 담을 것인지에 대한 기획이 부재했다.

이는 기술적 완성도와 인간의 필요 사이의 괴리를 상징한다. 마찬가지로 AI 시대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 서울의 복합문화시설을 그대로 옮겨놓은 지방 도시의 건물들. 오픈 초기 사람들이 몰려오지만, 6개월 후 텅 빈다. 이것이 '지속가능하지 않은 공간'이다.

시간의 가치를 엮는 것

밀양 컨퍼런스에서 "시간의 가치를 엮어 미래를 설계하는 것"을 강조했다. 지속가능성이란 에너지 효율만이 아니다. 과거의 이야기를 현재의 공간에 엮어내고, 미래 세대가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게 만드는 것이다.

AI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패턴을 찾는다. 하지만 AI가 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한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읽고, 그 지역만의 이야기를 공간에 담아내는 일이다. 기술을 따라가는 것에서 벗어나 사고를 확장하는 법처럼, 공간 설계도 기술적 최적화에서 벗어나 더 깊은 차원의 질문이 필요하다.

뿌리 있는 것만이 지속한다

BTS의 아리랑 컴백이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세계 정상에 선 그들조차 뿌리로 돌아온다. 가장 로컬한 것이 가장 지속가능하다.

이는 단순한 향수가 아니다. 아리랑이 바로 그렇다. 고려 한시가 조선 민요가 되고, 일제강점기 저항가가 되고, 2026년 BTS의 앨범이 된다. 시대마다 새롭게 해석되며, 지역마다 다르게 변주되며, 끊임없이 진화하며 살아남았다. 이것이 진정한 '문화적 지속가능성'이다.

AI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의 경계가 바로 여기다. 알고리즘으로는 문화의 깊이를 만들 수 없다. 세대를 거쳐 변주되며 살아나가는 생명력을 프로그래밍할 수 없다.

사회 구조가 사람을 길러낸다

김 대표는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건축가를 길러내는 것은 건축학교가 아니다. 그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사회적 구조가 그들을 길러낸다.

AI 시대라고 해서 우리가 사회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오히려 기술이 발전할수록, 통찰지능은 훈련으로 만들어지며 깊이 있는 인간의 판단력이 더욱 중요해진다.

변하지 않는 가치를 지키는 법

결국 이 모든 질문의 중심에는 하나의 명제가 있다. "즐거운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해왔다. 오래 버티는 것, 그리고 그 버팀이 즐거워야 한다는 뜻이다.

AI가 속도를 재정의하는 시대일수록, 우리는 의도적으로 느려져야 한다. 그 지역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고, 시간의 켜켜이 쌓인 가치를 읽어야 한다. 기술이 빠르고 거대할수록, 인간은 더욱 작고 느리고 깊어야 한다.

이것이 AI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가치다. 건축도 도시도, 그리고 우리의 삶도 결국 그렇게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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