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픽9 min read

반도체 호황이 부를 불렸다! 청와대 정책실장의 '국민배당금' 제안이 코스피를 뒤흔든 이유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AI 시대 반도체 산업의 초과이익을 국민배당금으로 나누자는 제안을 했다가 시장 혼란을 초래했습니다. 코스피가 한때 5% 급락한 이 사건의 전모를 파악해봅시다.

박상훈기자
공유

AI 시대의 성공을 누구와 나눌 것인가?

그때였다. 반도체 호황으로 경쾌해진 증시가 역사적 고점을 눈앞에 두고 있던 5월 12일 아침, 청와대 정책실장의 페이스북 포스팅 한 장이 시장을 흔들어놨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반도체 산업 초과이익을 국민배당금 형태로 나눠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순해 보이는 제안이었지만, 증권가와 정치권은 그 순간부터 '대혼란'에 빠졌다.

꺼내든 아이디어, '국민배당금'이란 무엇인가?

김용범 실장은 현재의 반도체 특수가 '사이클'이 아닐 수 있다고 진단했으며, 수출 중심 경제 구조가 견고한 구조적 이익을 창출하는 '기술 독점 경제 구조'로 모할 수 있다고 했다. 즉, 반도체 호황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성공일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서 핵심이 나온다. 초과이익의 일부를 현 세대의 사회 안정성과 전환비용 완화에 사용하는 것을 체제 유지비용 성격이라면서, 어떻게 사회적으로 제도화할 것인가 하는 원칙에 가칭 국민배당금이라는 이름을 붙이고자 한다고 했다.

더 구체적으로는 어떨까? 김 실장은 청년창업 자산, 농어촌 기본소득, 예술인 지원, 노령연금 강화 등 구체적인 예시들을 들면서, 아무 원칙 없이 초과이익의 과실을 흘려보내는 것이야말로 무책임한 선택이 될 수 있다며, AI 초과이윤을 인간의 삶으로 환원하는 첫 번째 국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모범 사례로 떠올린 노르웨이, 그리고 규모의 위력

역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세계 경제사에서 눈여겨봐야 할 사례가 있다. 노르웨이가 석유 수익을 국부펀드에 적립하고 사회 전체에 환원하는 사례가 바로 그것이다. 한국이 이 경로를 따를 수 있을까?

규모를 보면 이해가 된다. 2027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영업이익이 700조 원을 웃돌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는 국가 재정 운영의 판을 흔들 수 있는 규모다.

순간의 혼란, 코스피 5% 급락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김용범 실장의 페이스북 글이 공개되자마자 시장이 요동칠 줄은.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 7999선까지 상승했다가 이내 5% 이상 급락했다. 김 실장이 '초과 세수'뿐만 아니라 '초과 이윤' '초과 이익' 표현도 동원하면서 단순히 정부 재정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국민배당금 재원으로 직접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투자자들의 해석은 '횡재세 도입'이었다. 김 실장은 지난 11일 밤 자신의 SNS에 A4 용지 네 장 분량의 글을 올렸는데, 제목은 '차원이 다른 나라 : AI 시대 한국의 장기 전략'이었다.

여당도 야당도 일단 흔들렸다

정치권의 반응은 극명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코스피는 8000 돌파 기대감으로 시장이 상승 흐름을 이어가던 상황에서, 김 실장이 느닷없이 국민배당금 구상을 꺼내든 후 폭락했다며, 이 대통령은 자본시장 불안을 초래한 김 실장의 발언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김 실장을 즉각 경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야당만 반발한 게 아니었다. 이주희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아직 직접 논의하는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검토하고 입장 발표가 필요하다면 말씀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여당도 여유 있는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청와대의 '손절치기'와 그 이유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는 재빨리 입장을 바꿨다. 청와대는 오후 늦게 공지를 통해 정책실장이 SNS에 게재한 내용은 청와대 내부 논의나 검토와 무관한 개인 의견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렇다면 정책실장의 '개인 의견'이 왜 이렇게 강한 영향력을 미쳤을까? 그건 그의 직책 때문이다. 청와대 정책실장은 대통령의 정책 컨트롤타워다. 이재명 정부의 정책 컨트롤타워인 김 실장이 상세한 예시를 들며 국민배당금을 거론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천문학적인 액수의 이익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더욱 불 붙었다.

그럼 '국민배당금'은 성사될까?

현실은 복잡하다. 전문가들은 현재 단계는 아이디어 차원의 논의 성격이 강하다면서도, AI가 경제 구조를 바꾸는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국민배당 논쟁도 점차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역사의 관점에서 보면 이 토론은 중요하다. 과거 반도체 호황 시기에도 비슷한 논의가 있었을까? 이미 2021~22년 반도체 호황기에 초과 세수가 있었지만 사전에 설계된 원칙이 없어 소진됐다면서, 이번에는 이전처럼 흘려보내면 천재일우의 역사적 기회를 허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왜 이것이 중요한가?

AI 시대는 분명 과거와 다르다. 노동으로 번 부가 아니라 기술 독점으로 만들어진 부가 확산되는 시대다. 그렇다면 그 부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는 경제 정책을 넘어 국가 경영의 원칙을 묻는 질문이 된다.

김용범 정책실장의 제안은 현실 정책화에 실패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AI 시대가 온다면, 이 논의는 분명 반복될 것이다. 그때 우리가 준비된 답을 가지고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기자 박상훈

loading...

💡

통찰 훈련소

0/7 완료

기사를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

loading...

관련 기사

서울경제, 증권업 약세로 시험대…코스피는 8000포인트 향해 가는가

서울경제, 증권업 약세로 시험대…코스피는 8000포인트 향해 가는가

증권업의 차익실현 매물로 5월 중순 코스피가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5월 초 7500선을 돌파한 코스피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외국인 매도에 밀리면서 급락했고, 이제 가장 큰 수혜 업종인 증권업까지 휘청거리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1분기 실적 강세와 반도체 기술주 회복을 바탕으로 5월 후반 재반등을 점쳐보고 있다.

6 min re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