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팔꿈치 부상 딛고 보블헤드 데이 더블헤더 양경기 모두 안타로 팀 응원
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8월 30일 애리조나와의 더블헤더 양경기에서 4번 타자로 나서 2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10경기 만에 멀티히트를 작렬한 이정후는 부상 복귀 후 꾸준한 활약으로 시즌 타율을 0.291로 올렸다.
부상의 그림자를 뒤로하고, 그라운드 위의 초심으로
지난 20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 이후 10경기 만에 멀티 히트를 기록한 이정후. 그때였다. 최근 몸 상태의 불안감을 딛고 올라선 28세의 한국 외야수가 다시 한 번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 순간이 찾아왔다.
이정후는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애리조나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 4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1볼넷 1타점을, 2차전은 4타수 1안타 1볼넷 1타점으로 활약했다.
이것이 단순한 성적 기록에 불과하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하지만 이정후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사흘 전인 26일 신시내티전에서 팔꿈치에 공을 맞은 후, 부상으로 인한 선발 제외라는 고초를 겪었기 때문이다. 1차전은 초반 양 팀 선발의 팽팽한 투수전이 이어져 경기 후반까지 0-0 균형이 유지됐고, 그 속에서 이정후가 얼마나 중요한 타격을 안겨주었는지는 더욱 돋보인다.
역경 속의 작은 빛
1회 말 첫 타석에서 KBO리그 출신 투수 메릴 켈리를 상대로 100.3마일 '총알' 타구를 생산했지만 중견수 정면으로 향해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던 이정후는 2회 초 수비에서 재치 있는 플레이로 타격 아쉬움을 달랬다. 타자 팀 타와가 친 공이 중견수·2루수 그리고 이정후의 중간에 떨어졌는데, 포구가 가능한 것 같은 제스처를 취하다가 낙구 직전 쇄도 속도를 높여 1루 주자 놀란 아레나도의 진루를 늦췄고, 재빨리 공을 잡아 2루 송구로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타격이 아닌 수비의 영역에서 시작된 이정후의 활약은, 이후 공격으로까지 이어졌다. 4회 말 1사 1루에서 나선 두 번째 타석에서 켈리가 구사한 몸쪽(좌타자 기준) 높은 코스 포심 패스트볼(직구)을 공략해 우전 안타를 만들었다.
팀은 졌지만, 혼자는 아니었다
6회 켈리와의 세 번째 승부에서 볼넷을 얻어내며 멀티 출루를 해낸 그는 8회 말 2사 1·2루에서는 애리조나 불펜 투수 타일러 클라크를 상대로 우전 적시타까지 쳤다. 팀의 공격이 침체된 가운데 이정후가 홀로 불을 지핀 것이다.
그러나 9회초 2점을 추가로 실점한 샌프란시스코는 9회말 점수를 내지 못하고 1-7로 패배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정후의 분투가 결국 무위로 돌아질 것이란 점을. 하지만 이것이 야구의 잔인함이다.
타율 0.291, 시즌의 중반을 견디다
시즌 타율은 전날 0.289에서 0.291로 올랐다. 수치 하나하나는 작지만, 그 뒤에 녹아 있는 회복력과 집중력은 결코 작지 않다. 이정후의 15경기 연속 안타 행진으로부터 몇 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 초심은 살아 있다.
더블헤더는 양쪽 다 싸운다. 승리할 수도, 패배할 수도 있는 운명의 경기 두 판. 그 속에서 이정후는 자신의 몫을 다했다. 멀티홈런과 도루로 팀을 이끌었던 이전의 활약처럼, 이번엔 더 조용하고 담담한 방식으로.
보블헤드 데이의 추억은 패배로 얼룩졌지만, 이정후의 성적표는 분명하다. 부상을 딛고, 혼자만의 전쟁을 이어가는 한국 선수의 모습이 여기 있다.
기자 한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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