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조 투자하는 삼성이 꺼낸 카드 '원전 확대'…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숨은 발목잡이는?
삼성전자가 호남권 반도체 단지 조성을 위해 정부에 원전 확대와 전력구매계약 추진을 요청했다. 24시간 가동되는 반도체 팹의 안정적 전력 공급이 핵심 과제라는 입장이다.
고민 많은 삼성의 '전력' 외침… 호남 반도체 시대를 가로막는 것들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DS 부문장 부회장이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원전 확대 추진을 요청했습니다. 지난 30일 광주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의 발언이다.
흥미로운 건 삼성이 단순히 투자 계획만 내놨다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삼성은 전남광주에 400조 원을 투자해 신규 반도체 생산 설비, 팹 2기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해남 데이터센터 17조·미래에너지 4조·혁신공장 4조 등을 포함해 총 425조원 규모의 매머드급 투자를 준비 중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원전'을 꺼냈을까?
필자는 이 질문이 핵심이라고 본다. 반도체 팹은 생산 특성상 순간도 멈출 수 없다. 반도체 생산시설은 24시간 가동되는 특성상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최우선적으로 요구됩니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가 성공하려면 전력 공급이 생명줄인 셈이다.
재생에너지의 '맨얼굴'
호남권은 태양광과 해상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측면에선 우수한 조건을 갖췄다. 그러나 여기가 함정이다. 호남권은 태양광과 해상풍력에 기반한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점이 강점으로 꼽히지만 날씨와 주변 환경에 따라 발전량의 변동성이 큰 점은 한계로 지적됩니다.
말하자면 맑은 날씨에는 풍부하지만, 흐린 날이나 바람이 없으면 들쑥날쑥하다는 뜻이다. 전 부회장은 "전력은 안정적인 공급이 중요하고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해야 한다"며 "원전 확대 및 전력구매계약을 적극 추진하고, LNG 열병합 발전도 반드시 추진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고 요청했습니다.
이건 기업의 '부탁'이 아니라 생존 전략에 가까워 보인다.
용인에 이어 호남까지, 정부의 고민도 깊어진다
SK와 삼성전자 등 주요 첨단 기업들이 '제2 반도체 생산거점'이 될 서남권 지역에 총 896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합니다. SK하이닉스도 약 470조원을 투입해 서남권에 반도체 메모리 메인 팹 2기와 1GW 규모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합니다.
기업들은 AI 메모리 수요의 폭발적 증가를 근거로 든다. 하지만 정부는 동시에 경기도 용인의 반도체 클러스터도 추진 중이다. 이 둘을 동시에 지원하면서 전력, 용수, 인력 확보라는 난제를 모두 해결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정부의 '확인사살'
흥미로운 건 정부의 반응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 부회장의 요구에 대해 "정부의 약속을 받고 싶어 '확인사살' 하셨다"고 언급하며 "정치인이 하는 '정치쇼'가 아니라는 걸 꼭 보여드리겠다"고 말해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재차 강조했습니다.
정부도 이 프로젝트의 막대함을 인식하고 있다. 정부는 투자의 적기 이행을 위해 '반도체특별법'에 근거해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반도체 특별위원회'와 실무 조직인 '반도체 혁신성장지원단'을 설치합니다.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 구축 비용은 최대 100% 지원하고, 기업과 근로자에 대한 지역별 차등세제를 도입해 기업 투자와 인력의 지방 거주를 촉진합니다.
어쩌면 예고된 숙제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AI 시대가 가져올 메모리 수요의 폭증, 국토균형발전이라는 정치적 명제, 그리고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의 경쟁력 유지—이 모든 것이 한 지점으로 수렴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의 원전 확대 요청은 사실 이미 예고된 숙제임을 시사한다. 400조원을 투자하는 기업이 정부에 '원전'을 꺼낼 정도면, 그만큼 전력 공급이 절실하다는 뜻이다. 필자는 이것이 호남 반도체 시대가 정말로 도래할 수 있는지를 판가름할 핵심이라고 본다.
탁상공론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약속을 얼마나 빨리, 얼마나 확실하게 실행하느냐의 문제뿐이다. 호남의 새로운 희망이, 정부와 기업의 약속으로 현실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박진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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