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나스닥 첫 거래에 13% 급등…40조 원 조달의 역사적 순간
SK하이닉스가 미국 나스닥에 ADR로 상장하며 첫 거래일에 공모가 대비 13% 폭등했다. 외국 기업 사상 최대 규모인 265억 달러(약 40조 원)를 조달하며 한국 반도체 기업의 글로벌 위상을 높였다.
SK하이닉스, 나스닥에 화려하게 입성하다
SK하이닉스가 미국 나스닥에 ADR 방식으로 상장해 첫날 주가가 공모가 대비 13% 급등했다. 10일(현지시간)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이날 SK하이닉스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종가는 168.49달러를 기록했으며, 공모가(149달러)보다 13.08% 오른 수준이다.
미국 동부 시간 오전, 뉴욕 나스닥의 '오프닝 벨' 행사장은 시끄러웠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CEO가 개장 종을 울리는 순간, 한국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장이 열렸던 것이다. 이날 ADR은 170달러에 거래를 시작한 뒤 장중 한때 177달러까지 상승하며 강한 매수세를 나타냈다.
역대 최대 해외 기업공개, 40조 원의 기적
SK하이닉스는 나스닥 상장으로 265억700만 달러(한화 40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했으며, 이는 외국 기업이 미국에서 진행한 기업공개(IPO)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이전에는 중국 알리바바가 2014년 미국 증시에 상장하며 250억 달러를 조달한 바 있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바는 단순하지 않다.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도해왔으면서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구조적 저평가에 시달려온 한국 기업이, 이제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자신의 제값을 입증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ADR 흥행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만성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재확인한 사례라는 평가가 나오며, 그동안 글로벌 메모리 시장을 주도하면서도 국내 상장사라는 이유로 미국 경쟁사 대비 낮은 밸류에이션을 받아왔던 SK하이닉스가 미국 시장에서는 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태원 회장의 AI 시장 전망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날 미국 CNBC방송에 미국 나스닥 상장을 "역사적 순간"이라고 밝혔다. 그의 표현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었다. 최태원 회장은 현재의 AI 수준을 4~5살 어린아이로 평가하고, 성인에 해당하는 AGI, 즉 범용 인공지능에 이르려면 엄청난 학습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그 결과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2030년 이후에도 이어질 거란 전망을 내놨다.
이는 단순한 낙관론이 아니다. 글로벌 AI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SK하이닉스가 얼마나 핵심적인 위치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나스닥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은 이러한 미래 수요에 대비하기 위한 생산능력 확대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반도체 공장 검토 속도내다
최태원 회장이 이번 상장에서 언급한 또 다른 중요한 주제는 미국 현지 반도체 공장 건설이다. 뉴스 제목에서 드러나듯, SK하이닉스는 미국 반도체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다. 이는 단순한 영토 확장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이전 보도에서 다룬 국내 호남 지역 대규모 투자와 함께, SK하이닉스는 동시에 미국으로의 확장도 추진 중인 것이다.
한국 증시에 던진 화두
ADR 종가 기준 단순 환산 시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약 1조2000억달러 수준으로 추산되며, 이는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의 시가총액을 웃도는 규모다. 국내 증시에서 늘 마이크론의 그림자 아래 있던 SK하이닉스가, 미국 시장에서는 그보다 큰 기업으로 평가받은 것이다.
이번 성공은 한국의 다른 주요 반도체 기업들에도 영감을 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넬슨 그리그즈 나스닥 사장은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SK하이닉스의 '블록버스터' 상장이 다른 글로벌 기업들의 미 증시 입성을 자극하고 있다"며 "현재 ADR 형식의 상장에 대해 상당한 모멘텀이 형성된 상태"라고 밝혔다.
반도체 시장의 역사는 기술의 진화와 함께 움직인다. SK하이닉스의 나스닥 상장은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AI 시대로 진입하는 반도체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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