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스콜세지의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으로 만나는 1세기 로마 제국 시대 - 예수와 유대 민족의 진실
논란의 걸작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이 보여주는 로마 제국 지배 하 유대인들의 절망과 희망. 영화 속 예수의 인간적 고뇌를 통해 1세기 팔레스타인의 실제 역사를 탐험한다.
금지된 걸작, 세상을 뒤흔든 예수 영화
그때까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1988년,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그리스의 소설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최후의 유혹'을 원작으로 한 영화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The Last Temptation of Christ)'이 전 세계를 이토록 뜨겁게 달굴 줄은 말이다.
처음 개봉 당시에는 상당한 논쟁이 빚어졌다. 예수의 신성보다 인간적인 면을 강조하고, 특히 막달라 마리아와의 결혼, 정사 등을 묘사한 것 때문에 가톨릭, 개신교를 포함한 종교계의 반발이 매우 거세었던 것이다. 그리스, 튀르키예, 멕시코, 아르헨티나, 필리핀, 칠레, 싱가포르에서는 검열 처분되어 상영을 금지했다.
하지만 바로 이 논란 속에서 우리는 놀라운 역사적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영화는 목수인 나사렛 예수가 로마인들을 위해 십자가를 만들고, 한낱 목수에 불과하지만 그에게는 기적을 행하는 능력과 선천적으로 풍기는 고귀한 분위기가 있었으며, 그런 이유로 3년 동안 악마의 유혹을 견디고 하느님의 시험에 들어야하는 공생활에 접어들기 전에 열혈당의 주목을 받는다고 묘사한다.
영화 속에서 만나는 1세기 팔레스타인의 진실
스콜세지가 그려낸 영화 속 장면들은 단순한 종교적 상상이 아니다. 치밀한 역사적 고증이 숨어 있다.
영화에서 열혈당의 목적은 이스라엘의 독립을 무력으로 쟁취하는 것으로, 이들은 가롯 유다를 예수에게 보내 열혈당 가입을 권유한다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당시 로마 제국 지배 하에서 유대인들의 절망적인 현실을 정확히 보여주는 설정이다. 1세기 팔레스타인은 로마 제국의 속주였고, 유대인들은 무거운 세금과 종교적 억압에 시달리고 있었다.
예수는 열혈당 가입 권유에 응하지 않는다. 이스라엘 독립에는 찬성하지만, 다른 방법으로 독립을 이루고 싶었던 것이라고 영화는 설명한다. 그 방법은 사랑이었다. 유다는 이러한 예수의 모습에 감동받아 그의 방식을 따르기로 한다.
영화의 가장 중심 되는 주제는 예수가 비록 죄악에서 자유스러운 존재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으로서 모든 유혹을 다 받는 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공포, 의심, 절망, 반항, 욕망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이다.
로마 제국과 유대 민족의 충돌, 그 속에서 피어난 희망
영화에서 예수는 빌라도의 앞에 선다. 본디오 빌라도는 로마제국의 평화에 위협이 되기 때문에 예수에게 사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는 장면은 당시 로마 총독의 현실적 고민을 잘 보여준다.
실제 역사에서 본디오 빌라도는 서기 26년부터 36년까지 유대 총독으로 재임했다. 그는 유대인들의 종교적 감정을 자주 건드려 소요를 일으켰고, 결국 황제의 명으로 로마로 소환되어 실각했다. 영화 속 빌라도의 고뇌는 바로 이런 역사적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약 2000년 전 유대인들은 로마의 압제와 착취를 끝내줄 메시아를 갈구했다. 로마군은 십자가에 유대인을 매달아 죽였고, 골고다 언덕엔 시체 썩는 냄새와 피 냄새가 가득했다는 영화의 묘사는 당시의 참혹한 현실을 생생하게 전한다.
영화와 실제 역사의 차이점 - 스콜세지가 선택한 해석
물론 스콜세지의 영화는 정통 기독교 신학과는 다른 해석을 제시한다. 영화에서 늙어 죽어가는 예수는 유다로부터 그의 수호 천사가 사실 사탄이며, 그가 세상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포기할 필요가 없다고 믿도록 속였음을 듣는다. 불타는 도시를 기어 되돌아간 예수는 십자가형 장소에 도착하여 '나는 메시아가 되고 싶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목적을 완수하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간청한다. 예수는 그 후 다시 십자가에 매달려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죽음을 피하고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는 '최후의 유혹'과 그로 인해 인류에게 닥쳤을 재앙을 극복한 것이다.
이런 각색에 대해 상당수의 기독교인들은 이 영화가 신성한 예수에 대하여 그런 내용으로 설명하였기 때문에 비난을 아끼지 않았다. 사실상 영화의 내용에서 전통적인 기독교 신앙과 복음서에 기록된 내용과 맞지 않는 점이 많이 있어, 영화제작자는 아무래도 후환이 있을 것 같아서 미리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스콜세지는 신학적 정확성보다는 예수의 '인간성'에 주목했다. 완벽한 신이 아닌, 고뇌하고 갈등하며 유혹을 받는 인간으로서의 예수를 통해 1세기 팔레스타인의 절망적 현실을 더욱 생생하게 그려낸 것이다.
이 영화를 꼭 봐야 하는 이유 - 역사를 보는 새로운 시각
개봉 당시 세간의 논란과는 별개로, 마틴 스코세지는 이 영화로 1989년 제61회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올랐다. 논란 속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이 영화는 우리에게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신화나 전설이 아닌, 구체적인 역사적 상황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인간들의 이야기로 1세기를 재구성했다.
둘째,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예수를 욕망과 구원에의 열망 사이에서 번뇌하는 인간으로 그려냈고, 예수의 성애장면 때문에 이 영화가 상영되는 각국의 극장 앞에서 기독교도들이 격렬한 항의시위를 벌이는 등 세계적 논란을 일으켰으며, 가장 세속적인 공간에서 종교적 구원을 갈망해온 스콜세지의 내면이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난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는 종교와 정치, 개인과 역사가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보여준다. 로마 제국의 지배, 유대 민족의 저항, 그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려는 한 인간의 고뇌를 통해 우리는 역사의 복잡한 면면을 이해하게 된다.
한국에서는 가톨릭에서는 그리 크게 반대하지 않았으나 개신교계 반발이 거셨다. 한기총, 기독교연합선교단체 등 개신교계가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함으로 개봉이 보류돼 사실상 개봉이 금지되었으나 딱 10년 만인 1998년에 수입하여 개봉 심의를 받아, 개신교계의 여전한 반발 속에 2002년 1월 25일 '예수의 마지막 유혹'이라는 제목으로 무려 14년 만에 개봉했다.
논란의 걸작,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이 영화는 우리에게 역사란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인간의 치열한 고뇌와 선택이 만들어낸 드라마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1세기 로마 제국 시대를 이해하고 싶다면, 이 영화만큼 강렬하고 인상적인 역사 체험은 없을 것이다.
글.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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