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10 min read

유네스코가 인정한 예술의 산실, 오스트리아 빈의 카페 문화

17세기 커피 문화부터 오스만 제국의 유산까지, 오스트리아 빈의 카페 문화가 예술과 철학의 중심지가 되기까지의 역사. 프로이트, 모차르트, 트로츠키가 사랑한 카페 뒷이야기와 2011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 배경을 파헤친다.

류상욱기자
공유

유네스코가 인정한 예술의 산실, 오스트리아 빈의 카페 문화

오스트리아 여행에서 자주 마주치는 '비너 슈니첼', '자허토르테'라는 음식 이름들은 모두 알려져 있지만, 정작 빈의 진정한 영혼을 이해하려면 카페 한잔을 들고 앉아야 한다. 2011년에 빈 카페하우스 문화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이것은 단순한 명예가 아니다. 빈의 카페 문화가 인류가 함께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이라는 국제적 인정을 의미한다.

오스만 제국이 남긴 검은 선물: 17세기의 시작

오스트리아의 카페 문화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그 답은 168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빈의 커피와 카페하우스 문화는 17세기 말 침략한 오스만 제국 군대가 남기고 간 커피콩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역설적으로 오스만 제국의 침략이 유럽을 커피 문화로 변화시킨 것이다. 1683년, 커피는 오스트리아 빈을 통해 처음으로 유럽에 소개되었으며, 이는 유럽 전체의 카페 문화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카페에서 국정을 논하던 지식인들의 사랑방

초기 카페 문화는 엘리트만의 영역이었다. 원두를 구하기 어려웠던 시기 카페하우스는 권력층 남성들만 이용할 수 있었으며, 이들은 카페하우스에 비치된 신문을 읽고 당구나 체스 등 사교 활동을 즐겼다. 그러나 18~19세기를 거치며 카페는 빈의 정치, 예술, 철학의 중심으로 진화했다.

카페하우스는 가난한 예술가가 예술적 영감을 얻는 장소이기도 했으며, 지그문트 프로이트, 레프 트로츠키, 당시 화가를 꿈꾸던 아돌프 히틀러 등이 드나들던 곳이었고,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에 걸쳐 카페하우스는 시인이나 소설가, 극작가 등 여러 문학인의 창작 공간이 되기도 하였다.

특히 주목할 만한 사례가 있다. 시인 페터 알텐베르크는 심지어 우편물 배달 주소를 카페 첸트랄로 해두기도 하였다. 카페를 자신의 집처럼 여기던 지식인들의 삶이 얼마나 카페와 밀접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빈 3대 카페: 역사의 현장을 거닐다

빈을 찾은 여행자라면 반드시 방문해야 할 세 곳의 카페가 있다.

카페 첸트랄(Café Central)

빈의 랜드마크인 슈테판 성당으로부터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카페 센트럴은 1876년부터 긴 역사를 이어온 카페다. 140년의 역사를 간직한 카페 챈트랄은 단순한 카페가 아니라 역사 자체다. 자허토르테의 사과 버전인 아펠토르테(apfeltorte)가 유명하며, 카페 자체가 201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카페 챈트랄은 합스부르크가 건재했던 시대의 양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오스트리아의 괴짜 시인 페터 알텐베르크의 동상이 놓여 있고, 낭만주의 시대의 카페에 들어선 것처럼 낡았지만 기품 있는 탁자들이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보여준다.

카페 데멜(Café Demel)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에 해당하는 콜렌마르크트에 위치한 카페 데멜은 1786년에 설립된 로코코 스타일의 로맨틱한 카페로, 오랜 역사 속에서 황실 전용 베이커리로 황실에 디저트를 납품하며 유명해졌다.

카페 자허(Café Sacher)

약 200년의 전통을 간직한 고풍스러운 호텔 안으로 들어가면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이는 카페 자허는 자허토르테의 발상지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주문한 자허토르테는 세계적으로 가장 인정받는 버전이다.

카페 문화의 철학: 시간을 소유하는 것

오스트리아의 카페 문화를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행위로만 봐서는 안 된다. 빈에서 커피를 마신다는 것은 문화를 향유하고 소비한다는 뜻이다. 이는 한국의 '까페'나 미국의 커피숍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카페하우스에서는 커피에 물 한 잔을 곁들여 낸다. 터키 커피와 비슷한 진한 블랙 커피가 모카(Mokka)라 불리며, 모카를 베이스로 여러 가지 커피 음료가 만들어졌다. 특히 휘핑크림을 얹은 아인스페너(Einspanner)가 빈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본래의 비너 커피다.

독일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빈은 카페에 둘러싸인 도시다'라고 했을 정도로 빈 중심가에는 오랜 역사를 간직한 커피하우스가 1200여개나 영업 중이다. 놀라운 수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각 카페마다 고유한 역사와 규칙, 분위기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오스트리아 여행의 실제 꿀팁

빈의 카페 문화를 제대로 경험하려면 몇 가지 알아야 할 사항이 있다.

첫째, 시간의 개념이 다르다. 카페에 앉으면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몇 시간을 머물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된다. 한국식 예의로 '자리만 차지하면 안 될까'라는 걱정은 불필요하다.

둘째, 음료 주문 시 주의가 필요하다. 오스트리아 식당에서는 물값을 따로 받는 경우가 많으며, 'Tap water'를 달라고 하면 무료로 주는 곳도 있지만, 서비스 차지 명목으로 1~2유로를 청구하기도 한다.

셋째, 팁 문화를 이해하자. 영수증 총액의 5~10% 정도를 팁으로 주는 문화가 있어, 계산할 때 팁을 포함한 금액을 종업원에게 불러주며 결제하는 것이 매너다.

빈을 이해하는 최고의 방법

오스트리아의 음악, 건축, 미술이 모두 훌륭하지만, 빈의 정신을 가장 잘 담아내는 것은 카페 문화다. 모차르트, 베토벤, 클림트, 프로이트까지 비엔나 커피하우스는 예술과 사상이 교차하는 공간이었으며, 한 잔의 커피가 창작의 리듬이 되었고, 그 여유가 위대한 성취를 길러냈다.

여행 계획에 쇤브룬 궁전과 슈테판 대성당만 넣지 말고, 카페에 앉아 우아하게 시간을 낭비하는 시간도 함께 넣기를 권한다. 그것이 진정한 빈 체험이다.


기자: 류상욱

loading...

💡

통찰 훈련소

0/7 완료

기사를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

loading...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