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첨돼도 집 못 산다…청약통장 무용론이 확산되는 이유
올해 244만 좌의 청약통장이 해지됐다. 당첨 확률은 낮고 분양가는 수십억 원대인 현실 속에서 청약통장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당첨돼도 집 못 산다…청약통장 무용론이 확산되는 이유
1가구에 6만 명이 몰렸다
10월 6일 서울 광진구 '강변역 센트럴 아이파크' 무순위 청약에는 단 1가구 모집에 6만6863명이 신청했다. 청약 열기는 여전하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청약통장은 계속 줄고 있다.
숫자가 말해준다. 올해 8개월간 해지된 청약통장은 244만 좌인데, 해지가 신규 가입보다 33만 좌 많았다. 올해 7월까지 해지가 가입보다 많은 만큼 4년 연속 순감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당첨 기회를 노려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떠나는 중이다.
분양가라는 벽 앞에 좌절하다
문제는 명확하다. 당첨돼도 집을 사지 못한다는 현실이다. 15억 원을 넘는 주택은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4억 원이므로, 당첨돼도 12억 원 가까운 돈을 자력으로 마련해야 한다. 청약에 당첨돼도 대출을 제외하면 19억원 정도를 마련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자기 돈으로 감당할 수 없는 규모다.
지난 3월 설문조사에서 20·30대 응답자의 80.8%가 '수도권에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기대감이 사라졌고, 포기가 시작됐다.
당첨 기회 자체도 희박하다
높은 분양가만이 문제는 아니다. 당첨 확률도 떨어지고 있다. 30대 신규 가입은 25만6000좌였지만 해지는 36만1000좌로 10만5000좌 더 많았으며, 30대에서는 2023년 이후 해지가 가입을 앞서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주택 구입을 원하는 세대가 일찍부터 발을 빼고 있다는 뜻이다.
당첨 기회가 낮으면서 자금 부담이 높아지니, 청약통장은 더 이상 희망의 도구가 아닌 고민의 대상이 된 것이다.
무순위 청약에 몰려드는 이유
역설적이게도 당첨 신청은 계속된다. 1가구 모집에 6만6863명이 신청한 무순위 청약이 그 증거다. 통장도 없어도 되는 이 "로또"에는 모두가 몰린다. 결국 체계적인 노력보다 운에 기대는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관련 기사에서 다룬 청약통장 없어도 도전 가능한 무순위 청약처럼, 기회는 모두에게 열려 있다. 하지만 그 기회 뒤에는 현금이 따라야 한다.
제도 개선의 필요성 대두
전문가들은 고분양가와 물량 부족, 제도적 한계로 인한 낮은 당첨 확률을 청약통장 이탈 현상의 근본 원인이라고 진단하며, 분양가가 본인이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싸다 보니 청약에 도전하려는 기대 심리 자체가 상실된 것으로 분석한다.
청약통장은 세 가지 위기에 빠져 있다. 당첨 가능성의 위기, 자금 부담의 위기, 그리고 제도 신뢰의 위기가 그것이다. 청약저축은 주택도시기금의 핵심 재원 역할을 해왔으나, 최근 청약 가입자가 급감하고 해지가 늘면서 재원 확보에 경고등이 켜졌다.
이전 기사들에서 다룬 청년층의 청약통장 해지 현황이나 포기세대의 실태처럼, 현실의 벽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마지막 남은 선택지
당첨 가능성 없이 자금 준비만 요구하는 시스템은 지속 불가능하다.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 앞에서, 사람들은 떠난다. 그것이 올해 244만 좌의 청약통장이 남긴 메시지다.
정책 당국은 이제 청약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청약에 당첨되는 것보다 "당첨 후 실제로 집을 살 수 있는가"라는 현실적 질문에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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