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데려다주고 휴대폰만 봤는데…법원이 내린 판단은?
2023년 부산 수영장에서 4세 아동이 익사한 사고로 재판에 넘겨진 베이비시터가 선고유예 처분을 받았다. 법원은 계약상 의무는 아니더라도 '조리상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판단했으며, 이는 보호자를 대신해 아이와 함께 수영장에 있는 성인의 책임에 대한 중요한 판례가 되었다.
'강습이 끝날 때까지 휴대폰 봐도 되겠지?' 법원의 다른 대답
정말 안타까운 일이 있었어요. 부산 아파트 수영장에서 4살 아이가 영원히 돌아오지 못했던 사고 말이에요. 2023년 2월 부산 부산진구의 한 아파트 수영장에서 수영 강습을 받던 4세 아이가 물에 빠져 숨졌습니다.
그런데 이번 소식은 3년 후에 나왔거든요. 부산지법 형사7단독 장기석 판사는 8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카자흐스탄 국적의 20대 여성 베이비시터에게 벌금 2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습니다.
그날 수영장에서 정말 무슨 일이 있었나요?
사고의 내용이 참 끔찍합니다. 베이비시터는 아이에게 수영복과 보조기구를 착용시킨 뒤 수영장 의자에서 이어폰을 낀 채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봤고, 아이가 구조된 뒤에야 사고를 인식했다고 전해졌습니다. 아이는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을까요?
아이는 수영 강습 중 다른 아동과 물놀이하다 보조기구가 수영장 사다리에 끼여 물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당시 키가 109㎝였던 아이는 수심 120~124㎝인 성인 풀에서 보조기구를 착용한 채 다른 아동과 물놀이하다 수영장 사다리 하단에 보조기구가 끼이면서 물속에 잠겼습니다.
'계약엔 없었지만, 도리상 책임은 있었어요'
법원의 판단이 흥미로워요. 베이비시터 측은 계약상 업무가 수영강습 통학에 그쳤고 강습 중 보호·관찰 의무는 없었다고 주장했거든요. 아이의 보호자도 그렇게 생각했나 봐요. 아이 보호자도 수사기관에서 베이비시터에게 '강습이 끝날 때까지 휴대전화를 보며 기다리면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다르게 봤어요. 재판부는 베이비시터 계약상의 의무로 관찰·보호 의무가 포함돼 있지 않다고 판단되지만, 계약상 의무와 별개로 '조리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봤습니다. 보호자를 대신해 위험성이 있는 수영강습의 통학과 준비를 맡아 수영장에 상주하는 경우 아이가 안전하게 수영하는지 적정 위치에서 관찰해 안전사고를 방지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조리상 주의의무'가 뭐라고?
좀 낯선 표현이죠? 조리상 주의의무는 법령이나 계약에 명시돼 있지 않더라도 구체적인 상황과 사회 통념상 마땅히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서, '상식적으로 당연히 해야 할 책임'이라는 뜻이에요.
처벌은 어떻게 됐나요?
다행히(?)도 법원은 온정적이었어요. 선고유예는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범행의 정도와 피고인의 사정 등을 고려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는 제도입니다. 다만 다른 관계자들보다 주의의무 위반 정도가 경미한 점, 피해 아동의 보호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적극적으로 바라지 않는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선고 유예 판결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한편 이 사고로 수영강사는 지난해 1심 재판에서 금고 1년의 집행유예 2년, 수영장 안전관리팀장은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우리에게 남겨진 질문
이 판결은 우리 모두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져주는 것 같아요. 아이를 돌보는 사람이라면,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더라도 '상식 수준'에서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 걸까요? 수영장처럼 위험한 곳에 함께 있다면, 휴대폰을 보면서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아이들의 안전은 계약이나 직책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는, 너무나 슬픈 판례가 되어버렸어요.
기자명: 박민주
읽고 나서 통찰 훈련소에서 질문에 답해보세요
loading...
통찰 훈련소
0/7 완료기사를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