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드라마 '닥터X' 5·18 논란, 드라마를 진영의 무기로 삼아서는 안 된다
SBS 드라마 '닥터X'가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에피소드로 방영 중단 청원까지 촉발했다. 역사 재현과 정치화 사이의 미묘한 경계에서, 창작의 자유와 책임 사이의 문제를 묻는다.
드라마를 진영의 무기로 삼지 말자
SBS 금토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는 24일 방송된 6회분이 시청률 19.5%를 찍었을 정도로 안방극장에 신드롬을 일으킨 가운데,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인기 드라마를 둘러싼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드라마가 정치의 도구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역사를 성찰하는 창작물의 가치를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도 있다. 현재 한국 드라마가 직면한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찬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5·18을 다룬 에피소드,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지난 24일 방송된 '닥터X' 6회에서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총상을 입은 오상범(하성광 분)의 사연이 그려졌다. 극 중 단체 '목련회'는 오상범의 머리에 남아 있는 총알이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입증할 증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수술을 둘러싼 병원 내부의 이해관계에 정치적 계산까지 얽히면서 계수정의 고민도 깊어진다.
방송 후 시청자들의 반응은 양극단으로 나뉘었다.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의 고통을 조명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나오는 등 시청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반면 일부 시청자들은 의학 드라마에 역사적 소재를 지나치게 끌어들였다고 비판했다. 일본 원작에 없던 내용을 한국판에 추가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왔다.
방영 중단 청원까지 등장, 드라마가 정치 투쟁장이 되다
가장 심각한 반응은 국회 청원으로까지 이어졌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SBS 닥터X 드라마 방영중단에 관한 청원'이라는 글까지 올라왔다. 이어 5·18을 정치적 논쟁이 있는 사안이라고 규정하며 제작진을 국회 증인으로 채택해 제작 과정을 검증하고, 관련 심의 기관의 조치와 방영 중단을 요구했다.
청원인에 따르면 해당 청원은 등록 1시간 1분 만에 공개 전 찬성 요건인 100명을 충족했다. 그것은 사소한 불만이 아니라 강렬한 거부감임을 보여준다. 드라마 에피소드가 정치적 분열의 촉발점이 된 순간, 우리는 문제의 본질을 마주하게 된다.
필자는 이 논란을 보면서 묻고 싶다. 드라마가 역사를 다루는 것이 정당한가, 아니면 피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 아니다. 오히려 드라마를 자신의 진영을 옹호하는 무기로 사용하려는 시도 자체를 거부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창작의 자유, 그러나 책임까지 함께
제작사는 당당했다. 제작사 스튜디오S의 이옥규 CP는 SNS를 통해 두려움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창작의 자유를 포기할 수 없다는 선언이다. 극작가와 연출가가 역사를 창작의 소재로 삼는 것이 문제라면, 이전에 다룬 다양한 드라마들처럼 여러 작품들이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번 논란을 이렇게까지 심하게 만들었을까? 필자가 보기에 그것은 타이밍과 맥락의 문제다. 시청률 19%를 넘어서는 순간 갑자기 5·18이 등장하고, 야당 정치인들이 이를 놓치지 않는 식의 정치화가 문제라는 뜻이다.
창작의 자유는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 자유는 무책임한 선동과는 다르다. 역사적 사건을 활용한 각색에 불편함을 드러내는 시청자가 있는 반면, 이를 문제 삼을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두 의견 모두 귀할 만하다.
배우들이 피해자가 되는 현실
드라마가 정치적 파급력을 가지면서 예상치 못한 피해자가 생겼다. 주연 배우 김지원의 SNS에는 정치 성향을 비난하는 악플 테러가 이어지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것은 드라마에 대한 비판을 넘어선다. 작품을 통해 배우 개인의 정치 성향을 부여하고 공격하는 일은, 말 그대로 드라마를 진영 싸움의 무기로 만드는 것이다.
배우는 기사도 아니고, 극본가도 아니며, 제작사의 의사 결정권자도 아니다. 오직 역할을 수행하는 전문가일 뿐이다. 그렇게 시청률을 만들어낸 배우를 향한 악플은, 결국 드라마라는 예술을 정치의 총알받이로 만드는 셈이다.
진정한 성숙함은 무엇인가
5·18은 우리 모두에게 아픈 역사다. 그것을 드라마에 담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타당하다. 하지만 "드라마를 통해 우리 진영의 정당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생각이 우선한다면, 그때부터 문화는 정치의 종속물이 된다.
필자는 반대 진영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하면서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드라마는 드라마로 봐야 한다. 그 안의 역사적 장면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비판하면 된다. 하지만 그것을 곧 배우의 정치 성향으로 몰아가거나, 국회 청원으로까지 확대한다면, 우리는 결코 성숙한 시민이 될 수 없다.
더 이상 드라마를 진영의 무기로 삼지 말자. 그것이 진정한 문화 강국을 향한 첫걸음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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