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아버지의 '역설적 경고'…1000만원의 꿈과 108억의 현실 사이

국내 ETF 시장을 개척한 배재규 한투운용 대표가 자신이 운용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 중단을 권고하며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장기 복리 수익을 꿈꾸며 시작한 투자가 '음의 복리'로 끝날 수 있다는 경고다.

박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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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아버지의 역설적 경고, 108억의 꿈이 무너지는 이유

1000만원을 투자해 연 15% 수익률로 50년간 굴리면 108억원이 된다는 말,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것 같습니다. 국내 ETF 시장을 개척한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과거 나스닥100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한 ETF 4개를 추천하며 이러한 장기 복리 투자의 가능성을 제시한 인물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 'ETF 아버지'가 놀라운 입장을 바꿨습니다.

직접 운용하는 상품에 '투자 중단' 경고

배재규 대표는 최근 SNS에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2배 상품의 성과를 분석한 글을 올리고 "지금이라도 투자를 멈추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충격적인 부분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이 'ACE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와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를 직접 운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자신의 상품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손을 떼라는 조언을 한 셈입니다.

자사 상품의 투자 위험을 운용사 수장이 직접 경고하고 나선 만큼 업계에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필자는 이것을 단순한 책임회피가 아니라, 시장의 극단적 변동성 앞에서 한 운영자의 양심 선언으로 봅니다.

기초자산이 똑같은데 손실이 다른 이유

더 구체적인 데이터를 보면 레버리지 상품의 위험이 명확해집니다. 상장일인 5월 27일부터 7월 16일까지 SK하이닉스 주가는 17.9% 하락했지만 이를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의 손실률은 47.5%에 달했습니다.

단순 계산으로는 2배 손실이 35.8% 정도여야 하는데, 실제 손실이 47.5%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는 주가 방향을 맞히더라도 '음의 복리' 효과로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레버리지 ETF의 운용 목적이 투자 기간 동안의 기초지수의 움직임의 2배가 아닌, 기초지수의 '일간변동률'의 2배를 추적하기 때문입니다.

규제 강화, 하지만 근본 문제는 남아

정부도 움직였습니다. 관련 상품 거래에 필요한 투자자 기본예탁금도 기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했습니다. 이제는 3000만원이 모두 현금으로 있어야 단일종목 레버리지에 투자할 수 있으며, 필요한 현금이 사실상 최소 3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10배 늘어나는 효과가 기대됩니다.

하지만 필자가 본다면, 이것은 개인 투자자의 진입 문턱을 높인 것일 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국내 주식 시장에 상장된 레버리지 및 인버스 ETF의 자산 규모는 전체 주식 시장 규모의 11%이고, 일평균 거래대금은 전체의 57%를 차지할 정도로, 이미 시장 전체에 깊숙이 침투해 있기 때문입니다.

108억의 꿈, 어디로 가야 할까

1000만원이 50년 뒤 108억이 되는 것은 꿈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올바른 도구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전에 다룬 2배 수익률의 유혹처럼, 레버리지 상품은 단기 변동성을 활용하려는 투자자가 아니라 장기 복리를 추구하는 투자자에게는 구조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ETF 아버지의 경고는 역설적이지만 명확합니다. 장기 자산 형성의 꿈을 버리지 말되, 그 도구만은 신중하게 선택하라는 뜻입니다. 투자의 시작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하지만 빠른 수익을 약속하는 상품이 빠른 손실을 초래하지는 않는지,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박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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