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레버리지 ETF, 미국과는 왜 다를까…'두 종목만' 쏠림의 대가
지난 5월 국내 증시에 출시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시장 변동성의 뇌관이 되고 있다. 미국과 다른 규제 구조가 오히려 투자 쏠림을 부추기며 역효과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쏠림의 악순환, 그 시작은 의도된 제한이었다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락률을 각각 2배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이 5월 27일 일제히 출시됐다. 출시 직후 시장은 뜨거웠다. 첫날부터 최대 25% 폭등하며 국내 ETF 시가총액 '500조원 시대'를 연 주역이 됐다.
그로부터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시장의 평가는 180도 뒤바뀌었다. 특별한 악재 없이도 주가가 급락했다가 빠르게 반등하는 '플래시 크래시'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증시는 요동쳤고, 투자자들은 손실의 앞뒤를 가늠할 수 없게 됐다.
그 배경에는 애초 정책 의도와 현실의 불일치가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3개월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 내 평균 시가총액 비중이 10% 이상이고, 평균 거래대금 비중은 5% 이상이며, 주식선물 및 주식옵션 거래대금 비중이 해당 파생상품 시장의 1% 이상인 종목만을 기초자산으로 허용했다. 현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정도만 조건을 충족하고 있고 당분간 추가 기초자산 확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자유로움', 한국은 '집중'…규제 간극이 만든 트러블
미국은 다르다. 해외에 엔비디아, 테슬라, 애플 등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거래 중이라 규제가 더 느슨했던 듯하다. 풍부한 유동성과 다양한 헤지 수단 덕에 극단적인 수급 쏠림이 없는 미국이나 홍콩과 다른 측면을 간과했다. 레버리지, 인버스, 곱버스가 ETF 전체 거래량의 90%를 차지한다. 미국은 그 비중이 10%대다.
이 차이가 치명적이었다. 한 자산운용사 ETF본부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만 출시할 수 있게 된 것이 오히려 문제였다"며 "20~30개 종목에 상품이 출시됐다면 자금이 분산됐겠지만 현재는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감이 두 종목으로만 집중되면서 쏠림 현상이 심화됐다"고 말했다.
결국, 변동성을 우려해 출시를 제한하려던 정책 선택이 역으로 시장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환율 안정 꿈은 사라지고, 남은 것은 우려와 후회뿐
서학개미들의 해외 주식투자 수요를 국내 증시로 유도해 달러 유출을 줄이고,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키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금융당국의 기대와 달리 서학개미 유입 효과도, 환율 안정 효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원-달러 환율은 1540원대를 넘나들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 오히려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장의 입에서 나온 '후회'는 정책 실패를 명백히 증명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해외 국부 유출을 막기 위해 도입한 상품이지만 효과는 별로 없고 부작용만 낳았다"며 "어떻게든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나 반성한다"고 말했다.
증시 변동성, 이제는 타임아웃을 외칠 정도
6월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는 사이드카가 총 9차례 발동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12회)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물론 당시보다 더 나쁜 결과도 바로 앞에 있다. 앞으로 3차례만 더 발동하면 당시 기록을 넘어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4종의 평균 하락률은 25.05%에 달했다. 투자자들의 악몽은 수익 기회가 아닌 손실의 공포였다.
'지나친 낙관'이 남긴 숙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문제는 너무 급하게 준비한 데서 비롯된다. 고환율 원인 중 하나인 서학개미를 국내 시장으로 되돌리고 홍콩에 상장된 레버리지 ETF로 집중되는 투자 자금을 가져온다는 의욕이 너무 앞섰다.
금융 당국은 이제 뒷수를 생각하고 있다. 기본예탁금 상향 조정이 우선 거론된다. 현재 개인투자자가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에 투자하려면 기본예탁금 1000만원을 예치해야 한다. 이를 현행보다 높여 진입 장벽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누구나 한 번쯤 '더 나은 결정'을 놓친 후회를 경험한다. 그러나 그 후회의 무게가 수십만 투자자의 자산을 건드렸다면,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빚이 된다. 이 사건은 정책이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 또 얼마나 자주 우리가 그 신중함을 외면하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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