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통행료 파동, 한국의 에너지 안보가 시험받는 이유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 선언으로 한국의 중동 에너지 공급망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 중국 등 강대국들의 각축 속에서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김서연기자
공유

호르무즈 통행료 파동, 한국이 답답한 이유

지난 5월 12일 미국과 중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료 부과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했습니다. 그런데 왜 한국의 검색량이 이제야 급증하고 있을까요? 정답은 간단합니다. 우리의 호주머니가 위험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경제가 인질 상태인 이유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95%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합니다. 이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생존 문제입니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70%, 천연가스의 최대 30%를 호르무즈 해협이 있는 중동 지역에서 의존하고 있어 분쟁으로 국제 선박 통행이 차단되면 한국은 전력 공급뿐 아니라 제품을 생산하고 수출하는 능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지난 2월 미·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촉발된 이란 전쟁 이후 이 상황은 걱정에서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있는 가운데 '통행료'를 받아 이란중앙은행에 예치했거든요. 이란은 대형 유조선의 경우 한 척당 200만달러(약 29억원)까지 통행료 부과를 선언했습니다.

국제사회도 난감한 '요금소 게임'

흥미로운 것은 국제 반응입니다. 상식적으로는 "해협은 누구 것도 아니니 통행료는 말도 안 된다"여야 하는데, 현실은 복잡합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수천 년 전부터 자연이 만들어 놓은 물길인데, 인위적인 투자도, 건설 비용도 없는 천혜의 항로에서 고속도로 톨게이트처럼 통행료를 받겠다는 발상은 현행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의 기본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됩니다.

그럼에도 이란이 관련 업무를 전담할 공식 정부 부처인 '페르시아만 해협청'을 신설하고, 미국은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반대하고 있어 해협 내 긴장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미국도 요금소를 원한다?"

더 황당한 것은 미국의 태도입니다. 트럼프는 갑자기 미국이 통행료를 받을 수 있다는 구상을 드러냈습니다. "미국이 통행료를 징수하는 건 어떻습니까? 왜 그러면 안 되나요? 우리가 전쟁에 이겼습니다." 이 발언은 국제법의 기본 원칙을 무시한 것일 뿐 아니라 이 문제의 해결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의 선택지: 없는 것이 문제

한국은 지금 기묘한 위치에 있습니다. 미국, 중국, 이란이 벌이는 이 다각적 게임에서 우리는 대사관 협상도, 국제적 중재력도 충분하지 못합니다. 과거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유조선 전쟁'처럼 한국 경제가 휘말릴 수 있는 상황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은 지난 2월 28일 이란 전쟁 발발 전에는 하루 평균 140척이 통과했지만, 전쟁 이후 선박 운항은 계속 줄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이 최근 24시간 동안 최소 7척에 그쳤습니다.

오늘 이라크·호르무즈가 검색어인 이유

왜 지금 이 키워드들이 한국에서 급상승했을까요? 미국과 중국 고위 당국자들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어떤 국가도 통행료를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는 국무부 발표가 어제(5월 12일) 나왔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14일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해협 문제가 핵심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라는 뉴스도 전해졌습니다.

한국인들은 직관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문제가 우리의 일상, 전기료, 휘발유값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요. 요금소처럼 설치된 호르무즈 통행료는 단순한 해협 분쟁이 아니라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사건입니다.

강대국들의 협상에서 한국은 목소리를 높이기 어렵지만, 우리의 에너지 안보를 위해 이 문제의 향방을 면밀히 지켜봐야 할 때입니다.

loading...

💡

통찰 훈련소

0/7 완료

기사를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

loading...

관련 기사

땡큐, 하지만 봉쇄는 계속?… 트럼프의 철저한 '한 손 거래 전술'

땡큐, 하지만 봉쇄는 계속?… 트럼프의 철저한 '한 손 거래 전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개방하겠다고 선언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감사하다'며 환호했다. 하지만 그 다음 순간, 트럼프는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는 협상이 100% 완료될 때까지 계속 유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술적으로는 해협이 열렸지만, 실질적으로는 여전히 닫혀 있는 셈이다.

9 min re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