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 광장의 응징 전시회…'이란이 승리했다'는 현수막에 불붙인 이란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하자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를 조롱하는 대형 현수막을 설치하고 불을 지르며 자신들의 전쟁 승리를 자축했다. 이란 지도부는 선거 결과를 미국의 대이란 전쟁에 대한 국민적 심판으로 규정했다.
테헤란의 무언의 외침…'패잔병'을 조롱하다
역사는 때때로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기념된다. 2026년 11월 4일, 이란 시민들이 1979년 주이란 미국대사관 점거 사건 47주년을 기념하는 시위에 나섰다. 매년 이맘때마다 열리는 이 행사는 반미·반이스라엘의 전통적인 성격을 띄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그때였다. 테헤란의 거리로 수천 명이 쏟아져나왔고, 이란 지도부는 이번 선거가 미국의 대이란 전쟁에 대한 심판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했다. 단순한 추도식이 아니었다. 정치적 승리를 자축하는 축제로 화했다.
현수막에 불을 지르다
테헤란 엔켈랍 광장에는 트럼프 대통령, JD 밴스 부통령,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그려진 현수막이 설치되었다. 참가자들은 미국과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고 두 정상의 인형과 희화화한 그림을 들고 미국과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쳤다.
이것은 단순한 분풀이가 아니었다. 테헤란 당국은 지난 2월 이란을 응징하겠다며 전쟁을 일으킨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해 '정작 응징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받았다'는 내용의 대형 광고판을 내걸었다. 흡사 응징의 대가를 명시하는 강력한 선언처럼 읽혔다.
이란이 본 미국의 패배
이란 지도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패배를 자국의 정치적 승리로 규정했다. 이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었다. 이전에 다룬 중간선거 관련 기사에서처럼, 미국 내 정치 변화가 국제 무대에 던지는 파장은 생각보다 컸다.
이란 의회의장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는 "양심 때문이든 생활비 때문이든 미국인들은 전쟁을 거부했다"며 미국 정부에 유권자들의 뜻을 받아들이라고 촉구했다. 다른 이란 지도자도 비슷한 맥락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 모흐센 레자이는 엑스를 통해 "이란 국민은 전장과 호르무즈 해협에서 트럼프에게 전략적 패배를, 워싱턴에서는 정치적 패배를 안겨주었다"고 밝혔다.
역설적 인정
흥미로운 지점은 여기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이란 전쟁을 중간선거 참패의 원인으로 인정했다. 그는 "대체로 맞다"며 "전쟁이 단기간 휘발유 가격을 올렸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다시 전쟁을 해야 한다면 다시 해야 할 것이다. 이란이 핵무기를 갖도록 놔둘 수는 없다"며 전쟁의 정당성을 재차 강조했다.
테헤란의 승리 선언
레자이 사무총장은 "미국인들은 트럼프가 벌인 전쟁의 막대한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며 "누구든 이란에 맞서는 자는 전장에서부터 자신들의 안방에 이르기까지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테헤란 광장의 현수막 불에는 단순한 분노가 아니라 정치적 계산이 담겨 있었다.
미국의 정치 체계와 국제관계가 맞물려 있다는 현실이, 한 광장의 불길을 통해 선명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란의 응징은 군사적 승리가 아닌 정치적 나락으로 표현되고 있었다.
박상훈 기자
읽고 나서 통찰 훈련소에서 질문에 답해보세요
loading...
통찰 훈련소
0/7 완료기사를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