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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장에 도착했는데 '회담 없다' 외친 국영방송...이란 수뇌부의 공개 갈등

이란 외무장관이 협상지 파키스탄에 도착했으나 국영방송은 미국과의 회담이 없다고 발표했다. 이란 내 강경파와 협상파의 극심한 내홍이 표면화되면서 미·이란 종전협상이 막다른 골목에 들어섰다.

오창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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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은 진짜일까? 이란이 보내는 엇갈린 신호의 의미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했지만, 이란 국영 IRIB 방송은 "일각의 추측과 달리 이번 순방 중 미국 측과 만남은 예정돼 있지 않다"고 전했다. 협상을 앞두고 협상지에는 이미 도착했으면서도 국영 매체를 통해 회담이 없다고 선언하는 이란의 모순된 태도. 여기에 담긴 것은 단순한 전술적 계산이 아니라, 이란 정부 내부의 심각한 균열이었다.

협상파 vs 강경파, 수뇌부의 노골적인 권력투쟁

미국의 싱크탱크 전쟁연구소는 미국과 협상을 지지하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과 이에 반대하는 아흐마드 바히디 사이에 충돌이 벌어지고 있으며, 최근 이란 내 권력이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로 기울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슴이 뭉클해지는 듯한 절박함으로 협상을 추진하는 온건파와, 국가의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며 어떤 양보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강경파. 이들 사이의 갈등은 이제 더 이상 뒷방 싸움이 아니다. IRGC는 아라그치 장관이 사전 조율 없이 해협 개방을 발표한 것에 대해 극도로 분노한 상태이며, 자신을 'IRGC 해군'이라고 밝힌 한 인물은 "우리는 어떤 멍청이의 트윗이 아니라 우리 지도자인 '이맘 하메네이' 명령에 따라서만 문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최고지도자의 부재가 빚은 권력의 공백

현재 이란의 강경파 군부 장성들이 이란 정부의 주요 의사결정을 담당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는 이란이 얼마나 위험한 상태에 처해 있는지를 보여준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를 조율할 지도자의 부재다. 이란 최고위층의 의사결정 과정은 주저와 망설임으로 얼룩져 있으며, 무엇이 이란의 국익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내부 논쟁이 합의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지연시키고 있다. 더구나 갈등을 봉합할 최고지도자의 부재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은 현재 이란의 의사결정 체계가 얼마나 꼬여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협상의 미래는 불투명해지고 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이란 측의 요청으로 이슬라마바드에서 '대면 협상'에 나선다고 밝힌 것과, 1차 협상을 주도했던 JD 밴스 부통령이 미국에 남기로 한 것은 레빗 대변인의 발표와 달리 이란과 직접 협상이 아니기 때문일 수 있다.

협상 상황에 정통한 이란 고위 당국자들은 아라그치 장관이 이번 주말 파키스탄에서 미국 대표들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으나, 이란이 비공개적으로는 중재국 파키스탄 등을 통해 회담 재개를 모색해왔다고 전했다. 공개적 입장과 비공개 움직임이 정반대인 이란의 상황은 협상 자체가 언제 결렬되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중동 정세의 미래가 걸린 이 협상. 이란이 내부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을 수 있을까. 아니면 강경파의 강경한 외침 속에서 협상은 또 다른 벼랑 끝으로 내몰릴까. 누구나 한 번쯤 어려운 결정 앞에서 흔들려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 수준의 결정이 이처럼 흔들린다면, 그것이 만드는 파장은 누구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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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란의 내분은 이미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이전에 다룬 트럼프의 강경한 입장에서 보았듯이, 이란과의 협상은 한쪽이 강하게 밀어붙일수록 다른 쪽은 더욱 견고하게 뭉친다. 더불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은 이란의 내부 갈등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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