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폐허에서 경제 재건을 외치는 이란…'전후 로드맵'의 현실성은?
이란 최고지도자가 의회에 경제 안정성, 인플레이션 감소, 유동성 관리를 중심으로 한 전후 경제 로드맵을 제시했습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경제 재건에 얼마나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전쟁으로 무너진 경제, 이란이 선택한 재건의 길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이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의회에 경제 안정성, 인플레이션 감소, 유동성 관리를 전후 복구 과제의 중심으로 지시했습니다. 지난 5월 28일, 현재 의회 임기 3년을 맞아 발표된 이 지시는 전쟁의 폐허 위에서 경제 재건을 서두르겠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하메네이는 의회 의원들에게 경제 안정성, 인플레이션 감소, 유동성 관리, 생산 번영, 제7차 발전 계획 개혁, 2차·3차 전쟁 피해 복구 재정 신설을 주요 과제로 삼을 것을 촉구했습니다. 단순한 경제 정책을 넘어 국가 재건의 청사진을 제시한 셈입니다.
희생과 분열, 그 사이에서 국민 결집을 외치다
눈에 띄는 점은 경제 문제 지시 사이사이 '국민 통합'이라는 메시지가 반복된다는 것입니다. 하메네이는 "각자가 이슬람과 혁명, 그리고 이란의 독립과 영광을 위해 국민의 통합을 지켜야 하며, 정당한 정치적 차이가 분열로 변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적의 계획은 전쟁, 경제적 압박, 정보 전쟁 이후 사회적 분열을 야기해 군사적 패배를 만회하려는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는 현재 이란 사회의 깊은 균열을 암시합니다. 전쟁으로 인한 경제 파탄이 이미 국내 불안정성을 높인 상황에서, 지도부는 국민 분열을 국가 존망의 위기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실은 더 절망적이다
그런데 선의의 지시와 현실 사이에는 깊은 골짜기가 있습니다. 이란 중앙은행은 대통령에게 40일간의 전쟁으로 인한 피해와 이미 취약했던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경제 재건에 12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전쟁 중 여러 주요 공항이 손상되었으며, 석유 시설, 정유소, 석유화학 설비 등 이란의 수출 수익과 산업 공급망의 중심 시설들이 타격을 입었고, 생산 능력의 파괴로 인해 앞으로 몇 개월 인플레이션이 급증할 수 있으며, 산업 수입품 부족이 지속되면 인플레이션이 최대 180%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180% 인플레이션이라는 숫자 앞에서 '유동성 관리'와 '인플레이션 감소'라는 표현이 얼마나 무력한지 생각해봅시다.
경제 위기가 정치 위기로 번지는 악순환
더 우려스러운 것은 경제 붕괴가 순수한 경제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경제 전망의 암울함이 대통령 팀의 우려를 높이고 있으며, 일부 관계자들은 경제 위기가 악화되거나 국가 재정이 붕괴될 경우 이슬람 혁명수비대 내 강경파들이 책임을 대통령에게 뒤집어씌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현재 이란이 처한 상황의 본질입니다. 폐허 위에서 경제를 재건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권력층 내 갈등이 심화되고, 그것이 다시 경제 정책 추진을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 말입니다.
필자의 생각
하메네이의 경제 로드맵 지시는 분명히 필요한 조치입니다. 전쟁으로 피폐해진 국가 경제를 다시 살려야 한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진정한 경제 재건을 위해서는 기술적 정책보다 먼저 필요한 것이 있다고 봅니다. 바로 정치적 신뢰와 사회적 결집입니다.
국민들이 정부의 경제 정책을 믿고 따를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하고, 지배층 내 권력 다툼이 정책 추진을 방해하지 않아야 합니다. 전쟁 이전부터 이란 경제는 제재와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아 왔습니다. 전쟁 후유증까지 더해지면, 국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도부가 국민 통합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 있을 것 같습니다. 경제 재건은 결국 국민의 참여와 희생이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지금 이란 사회에서 그런 신뢰가 존재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점이 가슴 아픕습니다.
기자 박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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