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을 뒤덮은 '부정선거 재선거' 함성…성조기와 태극기 나부끼며 '윤어게인' 구호까지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일주일을 넘어 계속되는 가운데, 처음의 '재선거' 요구는 '부정선거' 의혹으로 변질되고 있다. 성조기를 든 참가자들과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정치적 구호가 시위의 성격을 바꾸고 있는 상황이다.
부정선거 의혹으로 변질되는 시위, 역사 속 '잠실'의 하루하루
6월 3일 일어난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그것은 단순한 행정 실수였을지 모르지만, 지금 잠실 올림픽공원은 그 파장으로 하루하루 그 색깔을 바꾸고 있습니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시작된 시위가 어느 순간 정치적 메시지로 변모하는 모습, 마치 파도가 밀려오듯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거든요.
재선거에서 부정선거로, 변하는 시위의 얼굴
6월 5일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촉발된 대규모 시위는 당초 투표함 반출을 위해 투입된 경찰청에 의해 강제 해산당한 후, 시위대가 개표소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으로 이동하며 본 시위가 발생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했습니다. 오후 10시께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개표소 주변에는 재선거와 개표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대거 모여 있으며, 경찰은 현장 인원을 6000명 이상으로 추산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시위의 규모는 계속 변했죠. 오전 10시께 60여명 수준이던 인원은 오후 3시께 600여명, 오후 5시께 1200여명, 오후 6시께 2000여명으로 늘었고, 이후 오후 9시께에는 4000명 안팎, 오후 10시께에는 6000명 이상으로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면서 시위의 성격 자체가 변해갔습니다. 누군가의 정치적 이해가 섞여들었고, 원래의 목소리는 잦아들었습니다. 시위 초기에는 '재선거'에 집중됐지만, 이제는 '부정선거' 구호가 전면에 등장했고, 현장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 집회에 등장했던 구호도 곳곳에서 들렸으며, 태극기뿐 아니라 성조기를 함께 든 참가자도 늘었습니다.
시위의 분열, 그리고 진행 중인 민주주의
"정치색을 빼고 과격한 구호는 자제하자는 측과 부정선거를 전면에 내세우고 더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측으로 양분되는 모습"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시위 내부의 분열입니다. 시위 초기와 달라진 모습도 눈에 띄면서, 잠실 개표소 집회는 정치색을 빼고 과격한 구호는 자제하자는 측과 부정선거를 전면에 내세우고 더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측으로 양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양측 사이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때론 시위 현장에서는 매우 현실적인 문제들도 발생했습니다. 오후 개표소 바로 옆 체조경기장과 잔디광장에서는 K팝 콘서트도 열렸는데, 주최 측은 원래 개표가 끝난 핸드볼경기장을 휴식공간 등으로 사용하려다 시위가 길어지면서 계획을 바꿔야 했고, 시위 참여자와 공연 관객들이 함께 몰리며 일대에 혼잡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투표용지 부족은 끝났지만, 남은 질문들
이 사태는 사실 매우 중요한 질문을 남겼습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 중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준비 부족으로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이 발생해 대한민국 헌법과 공직선거법이 보장한 유권자의 선거권 행사가 침해된 것입니다.
투표용지 부족은 분명 잘못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정당한 분노가 언제부터인가 다른 정치적 목소리로 변질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마주해야 할 질문은 더욱 복잡해집니다. 투표용지 부족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라는 실질적 문제와, 그것이 어떤 정치적 의미로 전환되는가라는 문제가 분리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인한 더 구체적인 영향을 알고 싶다면 이전 기사를 참고하세요.
민주주의는 계속 진행 중입니다
시위는 민주주의의 당당한 표현이고, 투표권의 침해에 대한 항의는 정당합니다. 하지만 그 항의가 어떤 형태로 표현되는지, 누가 그 목소리를 옆에서 이용하려 하는지에 대해서는 냉정해야 합니다.
투표용지 부족은 선거관리위원회의 실책입니다. 그것은 명백히 조사되어야 하고,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부정선거'였다는 주장이나, 그것을 빌미로 한 정치적 구호는 원래의 항의를 뿌옇게 만들고 있습니다.
여름해가 내려앉는 잠실 올림픽공원. 거기서 태극기와 성조기가 함께 흔들리며 '윤어게인'이라는 구호가 울려 퍼지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우리가 정말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말입니다.
기자 오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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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완료기사를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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