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인종차별 괴롭힘 끝에 투신 시도…제주 교육당국 '총체적 부실' 왜 반복되나
지난해 11월 제주 한 초등학교 이주배경 학생이 친구들의 인종차별적 괴롭힘으로 투신을 시도했으나 교육청은 공식 보고 없이 유선 보고로만 대응했다. 학생 생명이 걸린 중대 위기 상황에서 교육 당국의 부실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친구가 살린 생명, 교육 체계가 지킨 건 없었다
지난해 11월 28일, 제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가슴 철렁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장기간 인종차별적 괴롭힘을 겪던 이주배경 학생이 3층 창문에서 뛰어내리려 했습니다. 극단의 선택을 앞두고 또래 친구들이 팔을 붙잡아 막아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학생의 생명을 지킨 것은 친구들의 순발력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학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교육 당국은 무엇을 했을까요?
중대 위기가 기록되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사건 발생 후 학교와 교육청의 대응은 놀라울 정도로 부실했습니다. 학생 생명과 직결된 중대 위기 사안이었지만 공식 문서보고는 이뤄지지 않았으며, 위기관리위원회를 열었다는 근거가 될 회의 소집 문서와 회의록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학생의 자살 시도라는 중대한 상황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항이 기관 보고 과정에서 유선 보고만 이뤄졌습니다. 극단적 선택이라는 긴급 사태가 메모나 문자로 처리된 셈입니다. 이는 단순한 절차의 부실을 넘어, 학생의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조직 문화의 문제를 드러냅니다.
차별은 계속되고, 피해는 고조된다
더 심각한 건 사건 이후입니다. 피해 학생은 이후에도 한국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놀림을 받았고 늦은 밤 단체대화방에서 욕설과 조롱을 반복적으로 당했으며 사이버폭력과 출신 배경을 겨냥한 차별이 이어졌습니다.
투신 시도가 끝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교육 당국의 부실한 개입으로 피해 학생은 계속해서 같은 반 아이들과 함께 학교에 다녀야 했고, 피해 학생은 가해 학생과의 분리를 요구했지만 전학을 고민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심각하게 보지 않은 것 같다"
이 사건이 세상에 드러난 것은 올해 4월입니다. 지난해 11월 도내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자살 시도 사건은 올해 4월 해당 학생이 학교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되며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반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비로소 관계 기관이 움직였던 것입니다.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의 현안 보고에서 서귀포교육지원청의 행정국장이 학교와 교육청이 '이 사안'에 대해 "심각하게 보지 않은 것 같다"라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공식적으로 부실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시스템의 무능함이 만드는 참극
필자는 이번 사건을 보며 화만 나는 게 아닙니다. 먹먹함을 느낍니다. 학교와 교육당국의 위기 대응 능력이 총체적으로 부실한 것이 이번만의 문제일까요?
학교폭력, 아동학대 사건이 연이어 터지는 시대에, 여전히 공식 기록도 없이 대응하는 교육 체계가 있다는 것이 충격입니다. 학생의 극단적 시도라는 심각한 신호를 놓치고, 이후 추가 피해까지 막지 못한 교육 당국의 무능함은 비판을 넘어 개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교육청은 학생 보호·지원 과정 전반을 다시 확인하고 조사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와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변화로 이어질 때까지, 우리는 계속 지켜봐야 합니다. 왜냐하면 다음 피해 학생도 친구들의 우연한 재빠름에 목숨을 맡겨야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기자 박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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