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청소년에겐 처벌보다 손을 내밀어야 할 때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가 계속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연령 기준 낮추기보다 보호체계와 교화 시스템 강화가 근본 해결책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국제기준 역행과 재범률 상승의 우려를 제기합니다.
범죄 청소년에겐 처벌보다 손을 내밀어야 할 때
촉법소년 연령을 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문제가 사회적 논쟁의 중심에 있습니다. 법무부가 형사미성년자 연령 기준을 14세에서 13세로 하향하는 소년범죄 종합대책을 발표했고,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80% 이상이 촉법소년 기준 연령 하향에 찬성하고 있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통계에 기반한 정책, 과연 옳을까요? 최근 열린 전문가 토론회에서는 일관되게 연령 하향에 경고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처벌 강화로는 범죄 예방 불가능
강대중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 국가와 사회가 그동안 방치해온 문제에서 비롯된 분노와 두려움을 손쉽게 잠재우는 데 그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습니다. 대전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은 촉법소년 나이 기준을 낮춰도 실제 처벌은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며, 중대한 사건이 아닌 이상 보호처분을 받을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해외 사례입니다. 국내 통계상 촉법소년 범죄가 흉포화됐다는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데다, 해외에서는 이미 형사책임연령을 낮췄다가 오히려 재범이 늘어 되돌린 사례도 존재합니다. 덴마크가 형사처벌 연령을 하향 조정했다가 소년범죄 억제 효과가 없어 15세로 상향한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근본 원인을 외면하면 안 된다
경찰 신고 방식에 사회 전체가 더 익숙해지면서 나타난 사법화 현상, 가정 해체와 사회안전망 약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문제는 개별 청소년의 일탈이 아니라 그들을 보호해야 할 사회의 실패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가정에서 돌봄이 끊긴 아이들을 지역사회가 놓치지 않도록 돌봄 체계를 정비하고, 소년원이 실질적인 교육 기관으로 제 기능을 하도록 바로 세우는 것이 연령 인하보다 훨씬 시급한 과제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국제인권기준과의 불일치
필자가 우려하는 부분은 이 정책이 국제기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입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형사책임 최저연령을 만 14세로 유지하고 이들을 범죄자로 취급하거나 구금하지 않을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습니다. 호주와 미국 등의 국가는 아동·청소년의 발달적 특성을 고려, 오히려 형사책임 연령을 상향하거나 비구금형 조치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낙인과 재범의 악순환을 막아야
촉법소년 연령 하향으로 인한 소년 범죄 예방이나 감소 효과는 입증되지 않았으며, 낙인과 배제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더 높은 재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 다수 연구에서 지적되고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전과 기록을 남기는 것이 과연 그들을 바르게 세우는 길일까요?
투자와 지원이 답이다
처벌을 강화하기에 앞서 가정·학교·지역사회의 안전망을 두텁게 쌓고 청소년 선도에 실질적인 인력과 예산을 투자하는 것이 먼저라고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주문합니다.
필자는 이것이 약한 대응이 아니라 더욱 용감한 선택이라고 본다. 범죄를 저질러도 밀어내지 않고, 오히려 손을 내미는 사회. 그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진정으로 범죄를 줄이고 피해자도 보호하는 길 아닐까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처벌의 강화가 아니라 보호체계의 강화입니다. 청소년이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그들이 절대 그 길로 가지 않도록 미리 손을 잡아주는 사회 말입니다.
박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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