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하메네이 장례식 불참…준비했던 대사 참석도 무산
한국 정부가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장례식에 주이란 대사관의 참석을 검토했으나, 이란 정부의 인파 관리 이유로 참석을 취소했다. 50개국 이상의 외국 대표단이 참석한 이번 장례식은 미국 독립기념일과 겹치면서 국제 정치의 중심이 되었다.
미국 독립기념일 맞춘 이란의 국장…한국은 왜 불참했나
한국 정부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장례식에 주이란한국대사관이 참석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이란 정부의 사정을 감안해 참석을 취소했다. 준비 끝의 외교적 결단이었다.
막판에 뒤바뀐 계획
한국 정부는 이란의 초청을 받아 대사관 측이 조문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었지만 이란 정부가 막판 조문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해오면서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정부가 장례식 참석을 요청했는데 거절당한 것이 아니"라며 "이란 측이 여러 상황 때문에 막판까지 고민하다가 외교단은 초청하지 않는 것으로 하면서 참석을 못하게 된 국가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란의 공식 이유는 현실적이었다. 이란 외교부는 장례식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혼잡할 경우 인파 관리 등 기술적인 사정을 고려해 장례식 참석 인원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실제로 이란이 마련한 규모는 상상을 초월했다.
2000만 명이 모인 역사적 장례식
이란이 4일(현지시간) 테헤란 이맘호메이니 대모살라에서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장례식을 시작했다. 이란에서 최고지도자의 장례식이 대규모로 치러진 것은 1989년 이후 37년 만이며, 당시 장례에는 약 1000만 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엔 더 컸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장례식 첫날 오후 3시 기준 참가 인원이 220만명을 넘어섰고, 행사 기간 전체 참가자가 최대 2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국가 전체가 멈춰 선 것이다.
정치 무대로서의 장례식
조문객들은 "미국에 죽음을(Death to America)"과 "복수, 복수"를 외쳤고, 이란 지도부는 장례식을 체제 결집과 강경 노선 과시의 무대로 삼았다. 연기 도관 위에서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와 공습 당시 함께 사망한 딸·사위·며느리, 그리고 생후 14개월이었던 외손녀의 관이 나란히 안치되었으며 하메네이의 관 위에는 예언자 무함마드의 직계 후손임을 상징하는 검은 터번이 놓였다.
역사적 의미도 크다. 4일 미국 독립기념일에 열리는 하메네이의 장례식은 전쟁으로 인해 미뤄졌다가 미국과 휴전하면서 치르게 되었다. 미국의 건국을 축하하는 날, 이란은 반미 결집의 무대를 펼친 것이다.
국제 외교의 중심이 된 장례
장례식에는 50개 이상의 외국 공식 대표단이 참석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안보회의 부의장·허웨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 부위원장을 비롯해 파키스탄·이라크·인도·튀르키예 대표단이 참석했으며 카타르·오만·사우디아라비아가 대표를 파견했다.
한국이 참석하지 못한 것은 단순한 개별 국가의 결정이 아니었다. 이란 정부는 6일간 이어지는 대규모 추모 행사를 통해 후계 체제의 안정성과 국가 결속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데 주력하고 있었다.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는 이란 정부의 현실적 판단으로 배제된 것이다.
하메네이 시대는 37년간 지속되었고 그 종말도 극적이었다. 지금 이란은 아들 모즈타바를 차기 지도자로 삼으며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려 하고 있다. 2000만 명의 눈물과 구호 속에서 이란 권력이 세습되는 순간을 목도한 것이다.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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