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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시간 격렬한 협상이 남긴 것...미·이란 협상 결렬의 진실

파키스탄에서 벌인 21시간의 미·이란 종전 협상이 우라늄 농축 기간을 놓고 합의하지 못한 채 결렬됐다. 경색 국면 속에서도 2차 협상의 가능성은 남아있다.

박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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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시간 협상의 현장에서 무엇이 부서졌는가

때론 외교는 시간의 길이가 곧 성공을 약속하지 않는다. 2026년 4월 12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미국과 이란이 중동 전쟁 종식을 논의하기 위해 진행한 회담이 21시간의 마라톤 협상 끝에 최종 결렬됐다.

지난 2월 28일 전쟁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양국이 정면 협상 테이블에 앉은 이 자리는 1979년 양국이 외교 관계를 단절한 이후 47년 만에 열린 고위급 대면 회담이었다. 하지만 역사적인 만남의 결과는 두 진영의 깊은 불신을 드러냈을 뿐이었다.

핵 문제: 「20년」 대 「5년」의 무게

협상이 결렬된 이유는 단순했다. 미국은 20년간 우라늄 농축 중단을 요구했으나 이란은 최장 5년을 제안하며 거부했다.

이는 단순한 시간 차이가 아니었다. 이번 제안을 둘러싼 핵심 쟁점은 20년 이후의 처리 문제다. 우라늄 농축 모라토리엄(일시 중단) 종료 후 이란이 제한 없이 농축을 재개할 수 있는지, 아니면 일정한 제약이 계속 유지되는지가 명확히 합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 대표단을 이끈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세레나 호텔에서 이란 고위 당국자들과 회담을 마친 뒤 "우리의 레드라인과 양보 가능한 부분을 매우 명확히 제시했다"며 "이란은 우리의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 이란의 협상 카드

양국 간 대립의 또 다른 축은 호르무즈 해협이었다. 총 21시간에 걸친 직간접 협상이었던 셈이다. 회담 시작 전 이란 대표단은 호르무즈 통제 권리 인정, 전쟁 피해 배상, 이란의 해외 동결자산 해제, 중동 역에서 교전 중단 등 4가지 '레드라인'을 파키스탄을 통해 미국에 전달했다.

흥미롭게도, 미국은 즉각적인 개방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이란은 최종합의가 타결된 후에야 해협을 개방할 수 있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렬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호르무즈 해협 봉쇄 조치를 단행했다. 하지만 이 움직임 자체가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것이 과연 어떻게 이란을 압박해 다시 열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인지 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라고 지적했다.

2차 협상, 아직 불씨는 살아있다

협상이 끝났다고 해서 외교적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복수의 소식통은 미국과 이란 협상 대표단이 이번 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로 복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 미국 관계자는 장소와 일정이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협상이 목요일(16일)에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회담 장소로는 첫 대면 협상이 열렸던 이슬라마바드와 함께 스위스 제네바가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내 중재국들도 외교적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튀르키예 외무장관은 "협상을 계속하기 위해 휴전을 45~60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며 중재 의지를 밝혔다.

그때였다, 예상치 못한 돌파구의 가능성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을 완전한 실패로 보지는 않는다. 존스홉킨스대 발리 나스르 교수는 "이번 회담은 미국과 이란 간 가장 진지하고 지속적인 직접 협상"이라며 "협상이 장시간 유지되며 결렬되지 않은 것 자체가 분명한 긍정적 모멘텀"이라고 평가했다.

21시간 동안 양국은 핵, 호르무즈, 자금 동결, 지역 안보 등 여러 분야를 논의했다. 뉴욕타임스는 "외교적 돌파구는 없었지만, 수십 년간의 적대와 강경 발언, '미국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로 상징되던 금기를 깼다"고 전했다.

중동의 최악의 악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대화의 끈은 아직 끊어지지 않았다. 휴전은 4월 21일에 종료될 예정이지만, 이번 협상 실패로 인해 취약한 평화 조약이 유지될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양측이 합의한 2주간의 휴전 기간 동안 추가적인 군사 행동을 자제하기로 했으나, 협상 결렬로 인해 이 약속이 지켜질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역사는 급하지 않다. 때로 외교는 실패 속에서 다음 기회를 준비한다.


작성자: 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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